안철수-김부겸-노회찬 ‘비밀회동’ 내막

물 같이 바람 같이 ‘제3지대 신당’ 모의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안철수 의원, 김부겸·노회찬 전 의원이 최근 비밀리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야권에 속해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김부겸·안철수)과 정의당(노회찬)으로 당을 달리하는 이들의 만남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정치권에 ‘새정치연합 분당설’ ‘안철수 탈당설’ 등이 무성하던 상황에서 포착된 이들 3인방의 잦은 회동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야권의 ‘새로운 길’ 모색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철수·김부겸·노회찬이 비밀리에 만나고 있다고 한다. 뭔가 조합이 이상하지 않나? ‘새정치연합 분당설’ ‘제3지대 신당 창당설’ 등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회동은 노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과연 사실일까. 실제로 이들 3인방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정중동 안철수
탈당설 현실화?

우선 새정치연합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은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며 다양한 외부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과는 선을 그으면서 물밑에서는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 의원이 당과 거리를 두는 사이 새정치연합은 비노(비노무현)계에서 다수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 중심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비상대책위원장(문희상)과 원내대표(우윤근)에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추대됐고, 당 개혁을 주도할 정치혁신실천위원장에도 친노계와 가까운 원혜영 의원이 선임됐다. 친노계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은 비대위원으로 직접 지도부에 입성하며 차기 당권 도전설이 무성하다.


그러나 안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안 의원 측에도 비대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등 당 운영 참여 요청이 있었으나 그는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당 운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그는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조강특위위원으로 선임되자 “조강특위위원 선정에 한 번도 (당 지도부가) 저나 송 의원에게 물어 본 적이 없다”며 송 의원을 사퇴시키기도 했다. 또한 원외에 있는 측근들에게도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모하지 말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3인방 심상찮은 만남…‘새길’ 모색?
새정치 안·김, 정의당 노회찬 수상한 회동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창당 당시 약속 받았던 절반의 지분을 사실상 내려놓은 셈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 9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지난 2년을 돌아보며’라는 글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과 함께 새정치연합을 창당하기로 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 중 한 축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며 “그러나 탄생의 명분이기도 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무산되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했던 당내 인사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안 의원은 또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새정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선 “두 차례 큰 선거를 치른 이후로 미뤄두었던 정당개혁을 대표를 그만두게 되면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언급하며 “지난 2년간 정치에서의 값진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제부터 다시 뚜벅뚜벅 한걸음씩 내딛겠다”고 새로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내 다수파인 친노계가 당을 장악하게 될 경우 안 의원이 당을 이탈해 독자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정치연합 내에서의 ‘안철수의 새정치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부겸·노회찬
실험정당 추구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총선과 지방선거에 잇달아 출마하며 4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김부겸 전 의원은 당내 비노계 인사들로부터 당대표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역주의 극복이 먼저다”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당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의원은 최근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거대 양당의 독과점 체제에서 벗어난 ‘파일럿(실험) 정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에 속해 있지만 다른 곳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야당의 상황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강하기 때문에 뭔가 외부의 충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직접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야권의 재구성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도 “민생경제 해법이 같고 정치개혁에 뜻이 같은 (원내교섭 단체 구성이 가능한) 국회의원 20명만 있으면, 대한민국을 확실히 바꿀 수 있다”며 김 전 의원과 뜻을 함께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특히 안 의원과 노 전 의원은 당초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놓고 갈등을 빚었으나 최근에는 지역 행사에 함께 참석하기도 하고, 안 의원 빙부상에 노 전 의원이 조화를 보내기도 하는 등 관계가 다소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노 “양당체제 벗어난 실험정당 필요”
안, 당과 선 긋고 다양한 외부인사 접촉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론이 직접 거론되고 있다. 이부영·정동영·정대철·천정배·추미애·강창일·이종걸·박주선 등 전·현직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구당구국모임’의 좌장격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친노) 강경파가 주류가 되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노력하다 안 되면 신당 창당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폭탄발언을 내놨다. 내년 2월 전대에서 친노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분당을 예고한 셈이다.

이처럼 새로운 신당 출현을 예고하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계파 수장들 위주의 관리형 비대위를 꾸리며 세가 큰 계파의 차기 당권 장악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신당이 출현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상황에서 정당을 달리하는 야권 3인방의 회동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야권의 ‘새로운 길’ 모색 차원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계 한 인사는 “안철수·김부겸·노회찬의 만남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한때 서로를 헐뜯기도 했고, 정당도 달리하는 이들이 회동을 갖는 것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 창당
야권의 ‘새로운 길’?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 “최근 안 의원이 주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분(김부겸·노회찬)들과도 만났을 수도 있다”고 만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 사람이 따로 지속적 만남을 가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밀회동 여부는 부인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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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