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윤회 만난 역술인 수상한 위장전입 추적

등기상 주소지 가보니 "그런 단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를 만났다는 루머는 사실무근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는 그날 박 대통령이 아닌 역술인 이모씨를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해당 역술인의 전력이 심상치 않아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정씨와 10년 넘게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과거 알선수재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일요시사>가 이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수상한 정황들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박근혜정부의 막후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연일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다.

막후실세?

정씨는 박 대통령이 야인생활을 할 때부터 옆에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 비서실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최 목사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스스로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정치권에선 그 뒤로도 정씨가 막후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었다.

결국 정씨는 최근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관련한 명예훼손 사건에까지 휘말렸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이 정씨를 만나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의 통신기록을 추적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역술인 이모씨의 사무실에서 4시간가량 함께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정씨의 비선 의혹은 모두 해소되는 듯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정씨와 만났다는 해당 역술인의 전력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이씨는 2000년대 초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인사 민원을 해결하고 각종 사업권을 따내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로 수차례 조사를 받았고, 그중 일부 혐의가 사실로 인정돼 실형을 살았다. 

 

이씨는 지난 2006년에도 사업가 유모씨로부터 유씨의 동거남인 이모씨에게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살았다. 

게다가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에도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하며 이권청탁을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가 “정윤회는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며 회사를 모 대기업 납품업체에 선정되도록 청와대에 얘기해줄 테니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씨는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정씨와의 친분이 부각되면서 이씨가 정씨의 동의나 묵인 아래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이씨의 주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수상한 점들이 대거 포착됐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A사단법인을 만들어 동서양의 생명문화융합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단법인이 법인등기상 주소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장전입 중범죄 아니나 악용 가능성
정윤회 회사운영과 수상한 공통점

이씨는 이 사단법인을 통해 세계적인 영성철학자로 알려진 인물의 초청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그동안 사업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우선 <일요시사>는 A법인이 설립된 후 최근까지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모 건물을 방문해봤다. 해당 건물은 강서구 도심에 있는 공장형 아파트로 전자, 전기 등 도시형 업종에 해당하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법인등기상에는 A법인이 해당 건물 906-2호에 위치해 있던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직접 찾아가보니 906-2호라는 곳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906-1호는 있었지만 곧바로 907호로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도 906-2호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A법인은 이곳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법인등기를 보여주자 어찌된 일이지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수상한 정황이었다.

곧바로 A법인이 최근 옮겨갔다던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A법인은 등기상으로는 지난 10월27일 해당 오피스텔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공교롭게도 정씨와의 관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며칠 전이었다.

하지만 해당 오피스텔에서도 A법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오피스텔이 법인명의가 아니라 개인소유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최근에 새로 입주한 사람도 아니었다. 평일 오후 4시경 등기상에 나와 있는 해당 오피스텔을 방문해 벨을 눌러보고 문도 두드려봤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해당 오피스텔의 외관은 일반 오피스텔과 똑같았으며 오랫동안 주인이 자리를 비운 듯 문 앞에는 신문 따위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물론 법인이 위장전입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중대범죄는 아니다. 적발될 경우 약간의 벌금만 물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령법인을 악용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여러 가지 활용방안이 있어 문제다.

일례로 법인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매매하며 세금을 탈루 하는 것 등은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자신의 재산을 법인명의로 돌려놓으면 절세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임대 소득 세무처리도 법인이 유리하다.

커지는 의혹

특히 이 같은 행태는 정씨와도 너무 유사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8월 취재를 통해 정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얀슨이 3년 동안 매출이 0원이었지만 인건비는 꼬박꼬박 지출해온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한 바 있다. 법인등기상 얀슨이 소재해 있다는 해당 건물 어디에도 얀슨의 흔적은 없었고, 심지어 해당 건물 주차관리원조차 얀슨이란 회사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두 사람의 수상한 공통점이다.

지금 박근혜정부 물밑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와 정씨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씨의 비선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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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