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가구점 화재' 한전 책임 공방전

누가 그 새벽에…귀신이 불 질렀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2011년 2월, 안양시 만안구 소재의 가구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삽시간에 퍼져 주변 건물 태웠고, 가구점과 식당이 전소되고 주변 주택, 빌딩, 상가 등 8가구가 피해를 봤다. 가구점 주인은 경찰과 국과수 조사 결과에 따라 한전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1심 2심 법원은 한전 손을 들어줬다. ‘화재가 한전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가구점 주인은 “억울하다”말하고 있다.

2011년 2월23일 새벽 4시30분경.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836-10번지 안양가구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2시간만에 잡혔지만 소방서 추산 1억원의 재산피해와 주변에 위치했던 식당, 주택, 빌딩, 옷가게가 전소되거나 연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30년 가까이 가구점을 운영하던 양승환씨는 경기지방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전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도경·국과수
“인입선 문제”

화재현장 감식에 나선 경기지방경찰청은 “주상변압기의 전원선은 동 매장(안양가구점) 후면에서 다시 중단부 발화부 주변으로 이동하는 형태이며, 동 전원선에서 전기적인 특이점 일부 관찰된 사안이다”며 “동 부분의 인입배선에서 전기적인 특이점이 관찰됐지만 내부 배선의 전기적인 부분은 전소붕괴 및 발굴복원조사 불가로 논단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는 “안양가구점 후면 우측의 분전반 소락 부분에서 수거한 멀티콘센트 및 배선에서는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으며 분전반의 인입배선 수개소에서 단락흔이 식별됨”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단락흔은 전선이 합선되면서 녹은 흔적을, 소락은 불에 타서 아래로 떨어진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1심에서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단락흔이 발견된 배선이 한전의 책임 부분에 속하는 인입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 불복한 양씨는 즉시 항고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결 또한 1심과 같았다.

재판에서 패한 양씨에게 돌아온 것은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변 상가, 가구 측의 손해배상소송. 결국 수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주게 된 양씨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잃고 충격에 낙향했고 함께 가구점을 운영하던 형은 공장에 취직했으며 양씨도 시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씨는 아직 “억울하다”고 말한다. 한전이 재판부와 양씨를 속였다는 것이다. 양씨는 “한전이 전기공급약관까지 무시해가며 재판에서 위증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양씨의 주장과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판결문, 현장감식 결과 등 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의혹을 정리해 봤다.

첫 번째는 ‘인입선 연결방식’이다. 인입선은 전신주에서 각 가구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전선을 말한다. 아파트나 요즘 지어지는 주택의 경우에는 인입선이 지하에 묻혀있지만 과거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 건물 주변 전신주에서 각 건물로 이어지는 검은 전선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검은 전선이 인입선이다.

3년 전 8가구 피해…원인 미궁으로
발화된 가구점 주인 한전 상대 소송

한전전기공급약관 제 6조6항에도 인입선은 ‘공중 및 진중전선로의 지지물(전신주)로부터 다른 지지물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장소의 연결점이나 인입구에 이르는 전선’으로 명시되어 있다.

전신주에서 출발한 인입선은 각 가정에 공급되기 전 인입지지물을 거쳐 계량기를 통한다. 약관에 따르면 한 건물의 인입지지물을 거친 인입선은 다른 가정으로 연결될 수 없다. 1인입선 1계량기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인입지지물을 거치기 전에 별도의 인입선을 연결해 다른 가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 연접인입선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신주와 건물사이에 또 다른 건물이 존재해 직접 인입선을 연결할 수 없는 경우나 전신주와 거리가 너무 멀 경우에 사용된다. 흔히 ‘선을 딴다’고 표현한다. 선을 딴 지점은 ‘연접’이라고 부른다.
 

이밖에 공동주택 등으로서 한 건물 내 2개 가구 이상에게 전기를 공급할 경우에 사용되는 공동인입선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지어진 다세대 주택 등 공동 주택과 상가건물이 이에 해당한다. 1인입선 1계량기를 원칙으로 하는 기본인입선과는 사용전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그보다 두꺼운 인입선이 설치된다.
한전 전기공급약관 제 32조1항에서도 ‘한전은 건물 밀집장소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장소에서는 연접인입선이나 공동인입선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 등으로 1건물내 2이상의 고객(1인입선으로 2개이상의 계량기)에게 전기를 공급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동인입선으로 공급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안양가구점과 가장 가까운 전신주 사이에는 또 다른 가구점 A가 들어서 있었다. 안양가구점과 A가구점의 직선 거리는 13m에 달했다. 여기에 안양가구점은 1988년 1월 건축됐다. A가구점은 그 보다 뒤에 건축됐다. 당초 인입선이 전신주와 안양가구점이 직접 연결되어 있다가 A가구점이 들어서면서 기존 인입선을 끊고 새 인입선을 A가구점과 연결 후 연접을 이용해 안양가구점과 연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입선이 직접 연결되기 힘든 상황인 것. 연접인입선이 설치됐어야 했다.

사라진 인입선
대체 어디로?

양씨에 따르면 한전은 “안양가구점 인입선은 A에 설치된 인입지지물을 거친 인입선”이라고 주장했다. 인입지지물을 거친 A와 연결된 인입선이 다시 안양가구점으로 연결됐다는 주장인데 이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 화재 발생 후 안양가구점에 연결된 인입선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의심이 드는 부분은 A와 연결된 인입선에 연접 지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을 따서 어딘가로 인입선을 연결했다는 얘긴데 이 역시 연접 지점만 존재할 뿐 인입선을 확인할 수 없다.

한전 주장처럼 안양가구점 인입선이 A에 설치된 인입선이라면 한전이 전기공급약관을 스스로 어기고 인입선을 설치했다는 말이 된다. 한전이 약관을 지켰다면 연접을 통해 안양가구점에 인입선이 연결됐다는 양씨의 주장이 사실이 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입선의 두께도 쟁점 중 하나다. 증거물로 수집되어 단락흔이 발견된 인입선의 두께는 2.6mm. 한전은 “한전에서는 3.2mm의 인입선만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인입선이 아니라는 것. 이 주장 역시 의문이 든다. ‘배전편 설계기준 DS-3700’을 보면 인입선의 굵기에 대해 ‘전선의 굵기는 케이블인 경우 이외에는 2.6mm 경동선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세기 및 굵기의 절연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전기용량 5kVA 이하일 때 2.6mm의 인입선을 사용하도록 했다. 전체 인입선 길이가 15m 이내일 때 2.6mm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안양가구점의 전기용량은 5kVA 이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자료에는 전기 용량 5kVA이하부터 50kVA이하 까지 각각의 용량에 따른 인입선 굵기가 전부 달랐다. 가장 얇은 2.6mm부터 가장 두꺼운 150mm까지 다양했다. 양씨는 “2.6mm의 인입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들이밀자 한전은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일축했다”고 전했다.

1·2심 “증거 없다” 판결
이 과정서 위증 의혹 제기

한전은 ‘일반적인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한전은 3.2mm의 인입선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의 연장선에서 수집된 2.6mm 단선이 양씨 측이 인입선과 계량기를 연결하기 위해 설치한 단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2.6mm 단선과 함께 수집된 1.4mm 단선과 멀티콘센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4mm 단선과 멀티콘센트에서는 단락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양씨는 “한전 주장대로 우리가 인입선과 계량기를 연결하기 위해 설치한 단선이 있다면 함께 발견된 1.4mm 단선이었을 것”이라며 “2.6mm 단선도 우리 것이라면 3.2mm 인입선에 2.6mm 단선을 연결하고 거기에 다시 1.4mm 단선을 연결하는 바보짓을 한 게 된다”고 말했다.


한전이 수집된 2.6mm의 인입선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입지지물이다. 한전에서 인입용앵글이라고 부르는 인입지지물은 인입선이 계량기에 연결되기 전 거쳐야만 하는 지지물이다.

한전전기공급약관 제30조 3항은 ‘인입선 연결을 위해 전기사용장소 내에 구내전주 등 보조지지물을 시설하거나 고객의 희망에 따라 한전 규격품 이외의 완금 등 인입지지물을 시설할 경우에는 고객이 그 지지물을 시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양가구점 인입지지물로는 ㄷ자 모양의 철근이 설치되어 있었다.

양씨에 따르면 한전은 법정에서 “전기사용장소외벽에만 구멍이 뚫린 L자 철근을 한전만이 직접 설치하고 L자 철근 외에는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안양가구점)가 주장하는 계략기 상단의 ㄷ자 철근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상은 달랐다. 안양 가구점 주위 여러 건물들을 돌아보며 인입지지물을 확인한 결과 못, 둥근철근, 일자철근, 아시바(철봉), 플라스틱 연통, 삼각앵글, 각목, 철콘테이너 홈, 공사용 철근, 옥상난간, 구멍없는 L자 철근, 옥상기와, 옥상기둥 등을 인입지지물로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인입지지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전이 주장하는 L자 철근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의혹에 대해 양씨는 한전 본사, 한전경기본부, 한전안양지사 등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소송이 끝난 사항이라 답변의 의무가 없다’는 무성의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한전 고객의 소리와 다음 아고라, 국민 신문고 등에도 의혹을 제기했지만 같은 답변이 반복될 뿐이었다.

수차례 의혹 제기
한전 ‘모르쇠’


그렇다면 한전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규약인 전기공급약관까지 무시하면서까지 재판에 임한 이유가 뭘까? 사실 확인을 위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질의서를 한전 홍보팀에 보냈지만 “입장을 물어본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질의한 사항에 대해 한전은 법원의 판결내용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달리 밝힐 의견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상한 목격자 진술, 진실은?

대부분의 화재 현장에는 목격자가 있기 마련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당국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경위를 조사한다.

안양가구점 화재도 목격자가 있었다. 최초 목격자는 가구점 근처에서 거주하던 안모군(당시 18세)이다. 안군을 포함 도합 4명의 목격자가 소방서와 경찰서에서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진술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양씨에 따르면 한전은 준비서면을 통해 4명의 목격자가 한결같이 “가구매장 후면 중앙 주분전반 지점에서 펑하는 소리와 불길을 외벽 창문에서 보고 119에 신고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분전반’이라는 용어다. 주분전반은 전신주에서 연결된 인입선이 각 가구에 공급되기 전 전력량기 다음으로 거치는 전기시설이다. 문제는 주분전반이라는 용어가 쉽게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통상 사용되는 ‘계량기’ ‘분전반’ ‘메인차단기’ 등의 용어가 있는데 4명 모두 주분전반이라고 진술을 했다는 점이 의아하다.

의혹은 최초 목격자 안군의 경찰 진술서를 보면 더 짙어진다. 안군은 경찰 조사에서 주분전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안군의 경찰 진술서에는 “잠에 들기전 창문 쪽에서 폭죽 같은 것이 터지는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봤는데 안양가구점 가운데 약간 오른쪽 밑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며 “불난 지점이 우리집에서 봤을 때 가운데서 오른쪽 밑이였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서도 한전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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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