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국 뜨겁게 달굴 ‘3대 뇌관’ 대해부

하나만 잘 못 터져도 여의도 잿더미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공무원 연금개혁, 선거구 재획정, 개헌론이 연말정국을 달굴 ‘3대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파급력을 가진 이슈인 만큼 어느 이슈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될지, 어느 쪽 우위의 담론이 형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 결과는 박근혜정권의 명운과 차기 총·대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정국’이라는 험난한 파고를 가까스로 넘은 정치권에 또 다른 파고들이 몰려오고 있다. 100만 공무원들의 거센 저항을 야기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재획정 판결’, 87년 체제의 종말을 고하려는 ‘개헌 논의’가 연말정국을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묵직한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며 정치권은 또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공무원 연금개혁
당·정 밀어붙이기

우선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은 연말정국 최대이슈로 손꼽힌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공기업·규제 개혁 등과 함께 공무원 연금개혁을 연내에 마무리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난달 28일 소속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당론으로 공무원연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정의 방침에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며 제동을 걸 조짐이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100만 공무원 대다수가 당·정의 개혁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 개정안 저지 투쟁’에는 12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공무원을 국민혈세나 받는 나쁜 사람 취급하며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 가이드라인을 따라 당사자와 소통 없이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문 위원장의 주장에 지도부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어 당·정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할 경우 여야의 충돌이 우려된다.


메가톤급 파급력 이슈 동시다발 출현
공무원 개혁·선거구 재획정·개헌론 부상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1에서 2:1로 바꿔야 한다’는 헌재 결정으로 불가피해진 선거구 재획정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야기할 만한 빅이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37곳과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25곳 등 총 62곳의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인접 지역구에 대한 조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이참에 선거제도도 바꾸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정치권의 분위기는 공무원 연금개혁과 달리 여당은 꺼리고 야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선거구제가 바뀌면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의 의석수가 모두 줄어드는 반면, 야권에 좀 더 유리한 수도권 의석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지금은 그간 지체됐던 경제활성화 법안과 내년도 예산 처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선거구 재획정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민생경제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도 예산안 등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헌재 결정대로라면 지방은 다 죽을 수밖에 없는데, 골치 아픈 숙제는 뒤로 미루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구체적인 대안까지 거론하며 선거제도 개편까지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구 재획정
정치지형 변화

선거구 재획정 논의는 개헌 논의를 촉발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구,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권력구조 부분에 대한 변경 논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앞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지속적 ‘개헌 군불떼기’와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 봇물’ 발언으로 개헌론은 이미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한 터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 이후 여권에서는 일시적으로 개헌론이 위축됐지만,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며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내년에는 전국단위 선거도 없고, 대선도 2017년으로 멀리 있어 지금이 5년 단임제의 ‘87년 체제’를 개편할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의 ‘개헌 재갈물리기’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정권 명운, 차기 총·대선에도 영향
전운 감도는 정치권, 최후에 웃는 승자는? 

실제로 개헌 정지작업에 해당하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달 말 개헌추진모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연내 특위를 구성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과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등 여야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모두 국회 개헌모임 멤버들이지만 비중 있는 당직을 맡고 있거나 중진으로서 영향력이 크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사무총장의 참석은 김 대표의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한 입장이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스탠스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개헌론이 갑자기 현실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여당과 청와대와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대통령 재갈도
못막는 개헌론

이외에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후속 조치 논의도 연말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정국을 앞두고 대형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여야, 당청, 야청 간 갈등의 소지가 큰 만큼 정치권에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아직까지 안개 속이다. 안개가 걷힌 후 웃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