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어느새 ‘국민과자’로 자리 잡은 빼빼로. 롯데제과의 오랜 효자상품이다. 특히 1년 중 11월은 롯데제과에게 대박의 달이다. 11월11일 ‘빼빼로 데이’ 덕분이다. 매년 11월이 다가오면 롯데제과는 온갖 포장으로 치장한 빼빼로를 묶음 판매한다. 올해도 과대포장, 교묘한 마케팅 상술, 모방 제품 등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빼빼로는 1983년 롯데제과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길쭉한 막대모양과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이 가미된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시 당시만 해도 200원이었던 오리지널 초코빼빼로는 현재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맛보다 포장
용량이 줄거나 가격이 올라도 롯데 빼빼로는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그간의 온갖 불황한파에도 빼빼로는 피해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 방사능 논란에도 불티나게 팔렸을 정도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빼빼로 시장규모는 약 1000억원대다. 매년 빼빼로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불황과는 상관없는 모습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빼빼로 매출은 2012년보다 51%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CU의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 행사기간 매출도 2012년보다 36% 많았다.
빼빼로 인기의 일등 공신은 빼빼로데이다. 빼빼로가 국민 과자로 올라선 것도 빼빼로데이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11월 매출은 롯데제과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9, 10, 11월 석 달 동안의 판매량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빼빼로데이 시즌에는 600억∼700억원치가 팔린다. 올해 롯데제과는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내세워 TV광고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기획제품들을 출시해 소비자층을 늘렸다.
롯데 빼빼로는 그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크게 오리지널 빼빼로, 롱형 빼빼로, 종합선물형 빼빼로, NEW 빼빼로 4가지로 나뉜다. 오리지널 빼빼로에는 초코빼빼로, 아몬드빼빼로, 티라미스치즈빼빼로, 땅콩빼빼로, 화이트쿠키빼빼로, 딸기빼빼로, 하이멜론빼빼로, 스키니빼빼로 등이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빼빼로는 포장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빼빼로는 인기 제품을 모아 선물용으로 만든 ‘선물상자 빼빼로’, ‘리본 빼빼로’ 등을 비롯해 미니버스, 우편봉투, 우편함, 책 등으로 디자인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팔각포장 아몬드빼빼로, 원통용기 초코빼빼로, 전병 빼빼로, 스틱케이스 빼빼로, 리본케이스 빼빼로 등 용기에 따라서도 종류가 달라진다.
올해도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 특수를 맞이해 네모난 포장의 ‘빼빼로 프리미어’를 출시했다. 빼빼로 프리미어는 마치 고급과자가 들어있을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포장으로 눈길을 잡고 있다. 맛보다는 포장이 더 다양한 셈이다.
‘데이’ 내세운 얄팍한 상술 해마다 도마
과대 포장 등 가격 거품 논란에도 열풍
이러한 빼빼로 포장을 두고 소비자들은 롯데제과의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나친 상업적 발상으로 무리하게 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SNS에서 롯데 빼빼로를 조롱하는 글이 나돌고 있다. ‘롯데의 시스루 빼빼로’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롯데제과의 ‘딸기 빼빼로’가 공개됐다. 사진 속 롯데 딸기 빼빼로에는 초콜릿 부분이 얇게 코팅돼 있다. 과자 막대기 부분의 무늬가 훤히 비친다. 요즘 유행하는 ‘시스루룩’을 연상시킬 정도다.
롯데 딸기 빼빼로를 일본 과자와 비교하는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일본 제과업체 메이지가 만든 ‘럭키스틱’과 비교한 사진이다. 일본의 ‘딸기맛 럭키스틱’은 롯데 빼빼로와 달리 딸기 초콜릿이 두껍게 코팅돼 있다. 가격대도 롯데 딸기 빼빼로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빼빼로는 1200원, 럭키스틱은 1050원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는 반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에도 초코를 두껍게 코팅한 ‘더블딥’이라는 제품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롯데제과 ‘빼빼로 더블딥’은 일반 빼빼로보다 300원 더 비싸다.
빼빼로 프리미어의 포장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 유명 디저트 브랜드인 바톤도르의 스틱초콜릿 패키지와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바톤도르는 일본 글리코사에서 2012년 출시한 고급 빼빼로다. 우메다와 난바에 위치한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만 판매해 오사카의 명물로 유명하다.
이같은 롯데 빼빼로의 일본 제품 베끼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 일본의 한 민영방송은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과자 베끼기 관행을 보도했을 정도다. 여기서 롯데 빼빼로는 일본 과자 포키와 흡사한 모양으로 밝혀져 망신살이 뻗쳤다. 포키는 일본의 과자 제조사 에자키 글리코가 1966년 출시한 과자다. 롯데가 1983년 국내에 내놓은 빼빼로는 17년 전 일본에서 이미 나왔던 제품이었던 것이다. 결국 빼빼로는 포키의 카피상품인 셈이다. 양쪽에서 다가가며 먹는 빼빼로 게임조차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제과는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제과업체의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일본의 포키같은 제품은 외국에도 많이 있다”며 “과자 뿐 아니라 자동차 등 어떤 제품이든 완전히 독창적인 제품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빼빼로를 들여온 것은 롯데제과가 최초”라며 “83년 당시 워낙 국내 과자 시장이 열악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롯데제과는) 독창적인 과자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모두 마케팅 결과?
최근 출시한 빼빼로 프리미어에 가격거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상품 가치 때문”이라며 “빼빼로를 만들 때 손잡이 부분을 남겨놓고 초콜릿만 코팅하는 기술이 워낙 어렵고, 장치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포장이 고급스럽다는 점 말고는 기존의 빼빼로와는 크게 맛 차이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일본 업체의 상표권 시비는 끊이지 않고, 대책마련은 시급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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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빼빼로데이’ 유래는?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념일이다. 숫자 1, 4개가 빼빼로를 세운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빼빼로데이라고 불린다. 빼빼로데이의 시작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수능 11일 전인 1995년 11월11일 빼빼로를 먹으면 수능을 잘 본다는 속설이다. 두 번째는 1994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에 친구끼리 우정을 나누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를 담아 빼빼로를 교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빼빼로데이 탄생 배경을 두고 롯데제과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을 나눈다는 차원에선 뜻 깊은 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업체가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상술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이야 어쨌든 자칫 넘길 수 있던 일부 소비층 트렌드를 민첩하게 활용한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11월11일을 이용하면서 ‘데이 마케팅’의 전설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자 고용의 날, 해군의 날, 우리가곡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기념일이다. 맹목적으로 초콜릿 과자를 소비하는 대신 11일이 가지는 다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날이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