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4 국감 총정리

의미 없는 질문에 성의 없는 대답 '속빈 강정'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2014년 국감이 마무리됐다. 분리국감 등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여운이 깊게 남은 국감이었다. 피감기관은 672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올해 역시 정책과 민생,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요시사>가 '맥' 없이 끝난 국감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이번 국감을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카카오톡 검열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수사기관이 개인의 사적인 대화 메시지를 엿보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안전행정위원회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SNS 감시 문제가 화두가 됐다.

[카톡] 카톡 검열 논란은 지난 9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중 "대통령 모독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말이 단초가 됐다. 이에 검찰은 '사이버 유언비어 엄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 해 허위사실 유포자를 상시 적발하겠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발족했다.

혹시나 했는데
막말·딴짓 여전

국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마저 감시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검찰의 감청영장 제시에 불응하겠다고 밝혔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협조는 당연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을 통해 얻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적어도 수사기관이 국민들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황 장관은 "사적 공간을 수사기관이 살펴보는 일은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 대표도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 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감청장비가 필요한 데 설비도 없을뿐더러 갖출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국내 수사기관의 접근이 쉽지 않은 해외 메신저로의 사이버 망명은 줄을 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사이버 망명지'인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사이버 검열 논란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9월 셋째 주 42만명을 찍었다. 9월 둘째 주 이용자수는 4만명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텔레그램은 매주 4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반면 카카오톡, 네이트온, 마이피플 등 등 국내 메신저의 사용자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안전불감증] 국가적인 이슈인 세월호 참사는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다뤄졌다. 여야는 질타를 쏟아냈고 특히 사고 전 관리 부실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사 이후 발생한 홍도 유람선 사고도 지적됐다. 이 과정에서 '해피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관심이 집중됐던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의 증인 출석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세월호 선원들과 해양경찰청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나왔고 미숙한 대응과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은 국감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안전행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환풍구를 포함한 생활 주변 위험시설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실제로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는 성과를 거뒀다.

여당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야당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책임을 묻고 성남시와 이데일리,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행사 주최와 주관을 놓고 책임을 떠 넘기는 등 책임소재를 둘러싼 파행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연기 또 연기…시작부터 불안
우여곡절 끝에 맥없이 마무리

[○피아] 올해 국감에서는 해당 조직 이름과 마피아 단어를 조합한 각종 '피아'가 유독 많았다. 그나마 익숙한 모피아, 해피아 외에도 정피아(정치), 군피아(군대), 경피아(경찰), 전피아(전력), 농피아(농촌진흥청), 산피아(산업부), 문피아(문화부), 환피아(환경부), 오다피아(ODA), 법피아(법조계), 세피아(세무공무원), 소피아(소방관료), 핵피아(한국수력원자력) 등이다. 통피아(통신), 선피아(선거), 교피아(교수), 특피아(특허청), 도피아(도로공사) 등도 등장했다.

국감 첫날인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특허청 국감에서 특허청 퇴직 공무원이 산하기관 혹은 유관단체에 재취업한 것을 의미하는 특피아가 도마에 올랐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야당이 문화부가 추진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호텔 설치 허용 정책 추진을 놓고 문피아라고 비판했다.


국감 둘째날인 8일에는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해외농업기술센터 역대 소장 46명 중 16명이 농진청이나 지자체 고위공무원 출신 퇴직자라며 농피아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335개 영업소 가운데 265개 영업소를 전직 도로공사 직원이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도피아가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한전KPS의 최근 10년간 퇴직 임직원 재취업 현황을 분석해 39명의 한전KPS 임직원이 15개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고 밝히면서 전피아 문제가 불거졌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군피아 납품비리가 부각됐다. 군은 시중 가격이 1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4G USB 메모리를 95만원에 구입하고 시중에서 2억원에 구할 수 있는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41억원을 주고 샀다. K-9자주포의 부품 납품 과정에서도 공인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총체적 부실이 발각됐다.

[혈세 낭비] 올해 국감은 시작 전부터 10억의 혈세를 날렸다. 감사 효율도 안 오를 뿐더러 내년도 예산 심의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한다는 기존 국감의 문제가 불거지자 당초 국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분리국감을 시행하기로 했다. 1차 국감을 8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진행하고, 2차 국감을 10월1일부터 10월10일까지 하자는 내용이었다.

올해도 공기업
여야 집중 타깃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분리국감은 시작도 하기 전 파행을 맞았고, 국감장 설치, 자료 준비 등 분리국감을 위해 들어간 약 10억원의 혈세가 공중분해됐다.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인한 혈세 낭비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에너지업체 '하베스트'를 1조원에 사들였다가 900억원에 팔았다. 특히 하베스트 인수 당시 자문을 한 회사가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의 아들이 근무하던 곳으로 드러나면서 권력형 게이트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미 부도가 난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을 2조원에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호구'로 등극했다. 이밖에도 농식품부는 유명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에 최근 5년간 8억2100만원의 혈세를 낭비했고 경기도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일산대교와 제3경인고속화도로의 통행량을 과다 예측하면서 수백억원의 혈세를 지원해 왔으며 질병관리본부는 결핵예방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8년간 약 89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 백신 생산을 위한 균주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막말] 막말은 국감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감장에서 윽박지르기나 막말, 저속어 사용 등은 여전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윤종승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79세면 쉬어야 한다"고 말해 '노인 폄하' 논란을 불렀다.

새누리당 송영근, 정미경 의원은 동료 의원을 비하하는 쪽지를 주고 받다 발각됐다. 두 의원은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을 겨냥해 "쟤는 뭐든지 삐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는 쪽지를 주고 받았다. 이 일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후 가진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박원순 서울 시장의 부적절한 시립대 교수 채용, 구룡마을 사업 무산, 시민운동가 시절 협찬 내용 등을 거론하며 "박원순 시장을 무책임, 무결정, 무도덕, 무소신 등 '4무 시장'이라 부르고 싶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피감기관 672곳 '역대 최다'
올해도 역시 정책·민생 실종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에 대해 '노동환경에 문외한'이라고 공세를 폈다. 권 의원이 인격모독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은 의원은 "그건 폄하가 아니다. 너무 솔직하게 말한 것은 사과한다"고 받아쳤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지칭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정해방 금융통화위원에게 "한글도 모르냐"는 발언을 날려 파문을 일으켰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던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에게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외교통상위원회 국감에 참여한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은 "주재관들이 인사를 안 한다"며 권위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딴짓]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8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 중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사진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된통 혼이 났다. 권 의원 측은 "휴대폰으로 환경노동위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러서 비키니 여성 사진이 뜬 것이다. 의도적인 게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여성위원회는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정치 불신을 야기한 권성동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13일 법제위 법무부 국감 도중 손톱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이 <서울신문>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두 여인] 국감 마지막 날이던 지난 27일에는 '두 여인'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감 뺑소니'로 질타를 받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난방열사'로 불리는 배우 김부선씨였다. 두 사람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 출석한 김 총재는 잔뜩 몸을 낮췄다. 김 총재는 지난 23일 예정됐던 국감을 앞두고 중국 출장을 떠나면서 국감에 불참해 '국감 뺑소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쏟아지는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정중히 사과드린다. 양해해 주시면 일어나서 국민과 의원분들께 인사 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기관소개에 앞서서도 "4년 만에 열리는 아태 적십자사 총재회의에 참석하느라 그랬다"며 "제 불찰로 생긴 일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재차 사과했다. 특정국가 비하 발언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에 대한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어릴 때였고 기업인으로서 책임이 없었다. 오해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낙하산·보은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총재는 "밖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은이었으면 절대로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은인사설을 부인했다. 자신은 국내외에서 NGO 활동을 하면서 봉사를 해 왔고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면서 효율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십자사를 운영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게 김 총재의 설명이다.

"모른다"
"아니다"

반면 김부선씨는 당당했다. 김씨는 27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 아파트 관리비 실태를 폭로했다. 김씨는 "난방열사 말고 투사로 불러 달라. 40년 동안 묵은 문제인데 여야가 어디 있고, 사상과 이념이 어디 있느냐"며 "국회의원들에게도 그렇게 문제 제기를 했는데 손을 놓은 국회의원들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앞서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모 아파트 난방 비리를 폭로하면서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과 몸싸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실태를 고발, '난방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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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