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거리두기 정치' 내막

난파선 키 잘못 잡으면 독박 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표류하고 있는 당의 방향키를 잡으려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긴 했지만 당 혁신 과제는 사실상 차기 당권주자에게 모두 떠넘겼다. 당의 중진인사들은 외곽에서 겉돌며 당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특히 거물급 인사들일수록 당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지난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침몰 직전의 세월호에 비유했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 이후 혁신을 다짐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율(4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담뱃세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 방산 비리, 사이버 검열 논란까지 그동안 새누리당에 악재가 될 만한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무척 초라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텃밭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무섭게 빠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갤럽의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50%대를 상회하던 새정치연합의 호남권 지지율은 어느새 35%대까지 추락했다. 반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새누리당의 호남권 지지율은 25%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새정치연합의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구성되긴 했지만 당 혁신 과제는 사실상 차기 당권주자에게 모두 떠넘겼다.

문희상 위원장은 혁신보다는 관리형으로 평가된다.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은 당 지도부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측근인 송호창 의원의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도록 했고, 원외에 있는 측근들에게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모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안 의원 몫 부대변인으로 지난 7월부터 당 상근부대변인을 맡아온 강연재 변호사도 당의 입장과 안 의원의 입장이 다를 때가 많다며 부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당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 문 비대위원장이 개최한 첫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불러 문 비대위원장 지명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같은날 오후 3시에 열린 전 당원토론회에는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당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누가 봐도 당과 거리두기 행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비노인사들로부터 당대표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이 먼저’라며 등판을 거부했고,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 등도 외곽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당의 복귀 요청을 수차례 거절하고 전라도 토굴에서의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박원순 당 행사 불참, 안철수는 아예 개인 활동
서로 책임 안 지려 우물쭈물, 선당후사? 선사후당!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의 거물인사들이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추락한 당의 지지율이 원인으로 꼽힌다. 각종 실책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새정치연합과 거리를 두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당과 본격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선 직후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특정 계파의 당 장악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호남지역에서 개최한 경청투어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거물인사들도 사실상 친노(친노무현)진영이 장악한 새정치연합 당무에 참여해봐야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당직 인선에서 친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당무에 참여하게 되면 이에 대한 정당성까지 부여하게 되는 셈이라 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파갈등에 따른 당 지도부 흔들기도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임기는 2년이지만 채 1년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현재 4~5개의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들이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당의 구조하에서 누군가 당을 개혁하겠다며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새정치연합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체적인 정치 불신 풍토 때문에 거물 인사들이 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장외 인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현재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만 해도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을 추진하는 등 반정치 정서에 편승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처럼 반정치 정서가 강한 시기에 괜히 당 전면에 나서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선사후당(先私後黨)

가장 가능성은 낮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신당 창당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전북지역 경청투어에 나섰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29일 “(그동안) 분당과 창당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선 야당의 혁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도 “연말까지 좀 더 지켜보고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동지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은 듯한 발언이다.

여기에 호남지역 무소속 단체장들도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어 수상하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도 최근 “아예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신당 창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신당 창당과 연결시켜보면 거물 인사들의 당과 거리 두기 행보는 퍼즐처럼 맞아 들어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당이 어려운 시기에 당과 거리두기를 하며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행보는 국민들이 보기에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제1야당이 바로 서지 않으면 국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당 중진들이 새정치연합을 개혁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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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