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로 튄 ‘MB자원외교’ 불똥

‘글로벌 봉’ MB정부 헛발질 “최경환·윤상직은 알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MB자원외교 실패 책임론이 박근혜정부로 옮겨갈 조짐이다. 해외자원 개발로 수십조원을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당시 책임자였던 인사들이 현정부에서도 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이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까지 꾸리며 국정조사 및 청문회 증인으로 이들을 세우기 위해 벼르고 있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MB정부에서 자원외교 명목으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돈은 약 40조원이다. 이 중 현재 회수한 돈은 5조원 정도로, 나머지는 대부분 결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의 설명이다. 투자액의 87%(35조원)를 날린 셈이다. 이와 같은 막대한 국부의 손실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MB자원외교 결과
투자액 87% 손실

박 의원이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서 제출한 ‘MB정부 자원개발 사업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해외자원개발 투자 총액은 377억7780억달러(한화 39조9689억원)로 이 중 329억5980만달러(34조8714억원)의 누적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석유·가스부문은 150개 사업에 93억5000만달러(31조531억원)를 투자해 43억1200만달러(4조5621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쳐 누적손실액이 250억3880만달러(26조4911억원)에 달한다. 광물부문은 238개 사업에 84억2700만달러(8조9158억원)를 투자해 겨우 4억9800만달러(5269억원)를 회수하고 나머지 79억2100만달러(8조3804억원)는 날렸다.

사업별로는 캐나다 하베스트사업 누적손실이 37억5600만달러(3조9363억원), 가스공사가 15% 지분을 갖고 있는 호주 GNLG사는 손실이 33억200만달러(3조4604억원)였다. 포스코와 STX사가 지분 5%를 갖고 있는 호주 로이힐1광구는 11억5000만달러(12조520억원)를 투자해 모두 날렸다. 광물자원공사와 LS니꼬동제련, 현대하이스코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멕시코 볼레오 광구도 11억2800만달러(11조8214억원) 손실이 났다.

반면 현재까지 누적이익을 얻은 사업은 서울도시가스가 투자한 미국 페리타(60만달러), 미국 키이스트(70만달러), 캐나다 싱클레어&엘름워스(310만달러), STX에너지가 투자한 캐나다 맥스헤미쉬(44만달러) 등 5개뿐이다.

현정부, 40조 투자해 35조 날린 책임자 중용
MB 자원외교 실패 국정조사·청문회 요구 거세

감사원도 일부 MB자원외교에 대한 부실투자를 인정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로부터 감사 요구를 받은 한국동서발전의 자메이카전력공사(JPS) 투자실태에 대해 지난달 26일 ‘부실투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2011년 JPS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사업 추진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해외사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기도 전에 당시 이길구 사장과 담당자가 일본의 A사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인수가격을 합의했다.
 

당시 동서발전이 지분 40%를 A사로부터 인수한 금액은 2억8500만달러다. 이 같은 절차 위반으로 인해 적정 지분가치보다 고가로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지분 인수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경제성 판단기준인 기준수익률도 산정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가능성이나 전력판매 성장률, 송·배전 손실률 등 적정성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해외사업심의위의 의결 내용보다 PF 대출금액을 500만달러 더 늘려 안건을 상정하는 한편, 이사회에서 결정된 민간전문가 의견수렴 조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부실투자로 인해 2012년 10월 이후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JPS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1753만달러의 손상차손이 생긴 동서발전은 해당 지분 전체를 2017년부터 전량 매각하는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국제적 봉 노릇
책임자 면죄부

문제는 국제자원시장에서 완벽한 ‘봉’ 노릇을 하며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지만, 책임을 지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 심지어 박근혜정부는 당시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MB자원외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현정부 최고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당시 자원외교를 총괄했던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을 맡았고,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 청와대 지경부비서관 등을 맡아 실무를 총괄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이 MB자원외교를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정권실세였던 ‘왕차관’ 박영준 지경부2차관과 ‘상왕’ 이상득 의원 등이 자원외교를 주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지경부장관으로 자원외교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윤 장관이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2009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경부장관으로서의 중점추진계획 5가지 중 하나로 자원외교 추진을 꼽는 등 적극적인 자원외교 추진론자였고, 윤 장관은 당시 여섯 번이나 해외자원개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권을 중심으로 MB자원외교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노영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까지 꾸리며 당 차원에서 MB자원외교 실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는 자원외교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정부를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한 자원외교 진상은 국정조사로 철저히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자원외교를 빙자해 수십조의 혈세를 빼돌린 권력형 게이트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최 부총리는 지경부장관을 맡으며 MB정부 경제사업을 지휘한 사람”이라며 “(재임시절) 7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실질 계약이 1건으로 그쳤던 점 등에 대해서도 실질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경환 경제, 당시 지경부장관으로 투자 총괄
윤상직 산업, 자원개발정책관으로 실무 총괄

여권 일각에서도 MB자원외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실사 없이 원하는 가격을 주고 국민의 혈세로 캐나다의 골치 아픈 이빨을 뽑아준 격”이라며 “애초부터 인수를 해서는 안 되는 회사였다. 하베스트 매각으로 현실화된 막대한 손실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은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해 “통상 이뤄지는 현장실사조차 하지 않고, 이사회의 사전 승인도 없이 이사회 사후승인을 조건으로 인수계약을 추진했다”며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은 실적 쌓기용으로 추진된 총체적 부실 덩어리”라고 꼬집었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대체로 “자원개발은 성과가 수십년 걸리는 것도 많고, 투자 회수율이 낮은 경우도 많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나 현재가 과거라는 토대 위에 서 있는 만큼 토대가 부실하면 현재도, 미래도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영민 진상조사위원장은 “자원탐사가 수십 년 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 5년 안에 결판이 난다”며 “그 5년이 임박한 지금 시점에서 모든 것들이 실패로 결말이 나며 대부분 종료되고 있다. 최종 책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정책과 지휘라인에 있으며 관여했던 관료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도 “정부가 공기업과 더불어 민간기업까지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게 해놓고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은 너무나도 자유롭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통해 MB 자원개발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MB 자원외교 실패는 4대강 실패와 다르다.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사건이자 권력형 게이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체적 부실 덩어리
관여한 관료도 책임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국감에서 “당시 자원외교 총괄은 국무총리실에서 했고 전 세계가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라며 “해외자원개발에는 리스크가 있는 것이고, 효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윤 장관도 “20년 이상 장기과제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항변했다.

이들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정치연합의 MB 자원외교 사업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우회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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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