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금방 고장나는 '셀카봉'

판치는 짝퉁…사자마자 ‘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여행을 가면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일행 중 한명은 사진 속에서 빠지곤 했다. 대부분의 가족사진 속에는 대부분 아빠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전대미문의 도구가 등장했다. 셀카봉이다. 휴대할 땐 짧게 접었다가 사용할 땐 길게 늘려 사진 안에 모두를 담을 수 있다. 간단하지만 기발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기발함만큼 그늘도 짙다. 누가 최초로 셀카봉을 발명했는지 알 수 없다보니 카피상품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오픈마켓에서 셀카봉을 구입한 A씨는 최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스마트폰이 휙휙 돌아간 것이다. 흔들려서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고정해주는 나사 부분이 헐거웠던 게 원인이었다. A씨는 판매자에게 따졌지만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이라서 A/S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환불이나 교환 역시 불가능했다.

불량품 많아

여름부터 불기 시작한 셀카봉 열풍이 가을까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이어 디지털 액세서리 부문 판매1위를 차지했다. 점차 셀카봉은 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은 급속도로 늘었다. 오픈마켓에 따르면 셀카봉은 8월과 9월 전년 동기 대비 42배, 56배 급증했다. 10월에는 61배까지 뛰었다. 지난 한달 간 셀카봉 구매는 전년동기 대비 G마켓 4900%, 11번가 1012%, 옥션 305% 늘었다.

셀카봉은 촬영거리가 짧은 스마트폰 사진 기능을 보완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휴대할 땐 짧게 접었다가 사용할 땐 1m 정도까지 길이를 늘릴 수 있다. 낚싯대처럼 생겼다. 봉 끝에는 휴대폰 거치대가 달려있다. 여행갈 때 셀카봉을 가지고 가면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모습을 주위 풍경과 함께 담을 수 있다.

셀카봉의 종류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일반적 셀카봉의 형태는 휴대폰 및 카메라 고정 거치대와 약 20㎝에서 100㎝ 정도까지 잡아 뺄 수 있는 봉이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블루투스 및 리모컨 기능을 더해 편리함을 높인 셀카봉도 있다. 일반 셀카봉은 대략 2500∼1만원 사이, 블루투스 및 리모컨 기능이 추가된 셀카봉은 1만5000∼3만5000원 사이로 가격대는 다양하다.

게다가 셀카봉은 기존의 디카나 휴대폰도 담기 어려웠던 경이로운 화면을 제공한다. 온 가족이 셀카봉을 바라보며 한 바퀴 도는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면 세상은 일행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돈다. 셀카봉을 바닥에 놓고 그 위로 펄쩍펄쩍 뛰면 아이들이 창공으로 날아가는 효과가 창출된다. 그동안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없었던 시각적 충격과 짜릿한 흥미를 선사한다.


이러한 셀카봉을 누가 발명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온갖 설만 나돌고 있다. 처음에는 다이애나 헤마스 사리라는 인도네시아의 21세 여성이 처음 발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코간이 지난해 11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시자에게 시제품을 보낸 것이 원조라는 설도 나왔다.

쉽게 망가지는 이유 알고보니…
시중 판매 제품 대부분 중국산

그만큼 셀카봉은 정품 여부를 가리기가 어렵다.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셀카봉은 사실상 카피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중국산 불량제품이 국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제조된 셀카봉이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중국산 제품들이 대거 국내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불량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로 유통되는 중국산 셀카봉은 약 50만대로 추정된다.

관리 역시 허술한 상태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국내보다 품질에 대한 엄격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고객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 셀카봉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부실한 손잡이 및 휴대폰 거치대, 작대기 등의 불량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상담 사례는 올해 8월 이후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셀카봉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민원은 총 31건이다. 8월 셀카봉에 대한 민원은 13건, 9월 7건, 10월 13건으로 집계됐다. 셀카봉이 1만원대 저가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민원 추이다. 셀카봉이 불량이라는 민원이 대다수였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도 중국산 셀카봉의 제품은 하자 입증이 어렵다 보니 불만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접합 불량이나 이탈로 인해 휴대폰이 부서지는 확대손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셀카봉을 반품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와 판매사, 제조사 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셀카봉으로 인해 스마트폰이 망가지더라도 반품이나 교환은커녕 A/S조차 받기도 불가능하다.

업체들은 불량상품을 피하려면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인증을 받은 상품인지 선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셀카봉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처럼 통합인증마크인 KC인증을 받은 상품은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A/S나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며 “불량 제품을 피하려면 KC인증 표시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품질인증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제품들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대량의 셀카봉을 들여온 판매사업자가 검사서류 사본을 소매업자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제대로 된 품질 검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못 믿을 인증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는 셀카봉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난다면 검토 과정을 거쳐 실태조사나 기능 실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피해상황을 지켜본 뒤 실태조사나 제품 결합 여부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배상책임을 물으려면 제품의 명백한 불량을 증명해야 하는데 판매업자가 소비자의 미숙한 사용법으로 탓을 돌리면 입증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아직까지는 피해사례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일단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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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