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박근혜 김무성 죽이기 막전막후

MB가 그랬듯 지금 싹 못 자르면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가 선을 넘었다. 이제 청와대에서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친박계 인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김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손 봐야 한다는 과격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고,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랬던 그가 청와대에 완전히 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개헌론 발언 이후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청와대는 지난 21일 작심한 듯 김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부글부글
치고 빠진 김무성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개헌론을)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언급을 했다. 그건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것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날은 김 대표가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한 날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런 작심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밀명 내린 자객 움직이나?
친박 결집 중 '김무성 흔들기' 시작

김 대표는 개헌론 발언 이전에도 청와대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청와대에도 할 말을 하는 힘 있는 여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청와대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 연내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와의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 대표가 박근혜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원내로 입성한 직후부터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의 공부모임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대표는 단순한 공부모임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하필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기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이에 대한 뒷말도 무성한 상황이다.

벌써 대권 준비?
조기레임덕 우려

친박계 인사들은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이른바 친무계(친김무성)의 전횡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직강화특위) 현장에 가보면 김무성 대표를 지지했던 분들이 공공연하게 ‘저 자리가 내 자리다’고 이야기한다. 억울하면 (당 대표) 선거할 때 이기지 그랬냐고 한다”며 친무계의 전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당 중심에서 밀려났던 친이계는 김 대표와 손을 잡고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김 대표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권을 잡은 건 우리(친박계)인데 왜 뒷방으로 물러났던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곧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내에서 계속 세력을 키우도록 방치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범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면 박 대통령은 정권 중반부터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인사는 “지금이 아니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없다”며 개헌론 논란을 계기로 김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망설이다 정권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해도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당내 친박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친박계 인사들은 벌써부터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최근들어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본격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서 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뭉치고 있는 모양새다.
 

서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그간 말을 자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를 말씀하시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홍문종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조직강화특위와 관련해 “(김 대표가) 당 대표를 처음 맡아 당 운영체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홍 의원은 당내에선 이미 ‘김무성 저격수’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특히 친박계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는 김 대표와 전면전도 불사할 기세다. 현재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자리는 지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총·대선 등을 거치면서 친박 인사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친무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조강특위가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경우 친박 출신의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민감한 문제다.

“이젠 손 봐야”
시작된 견제

친박계는 당내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그동안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번 개헌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내 의원들에게 개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이 여러 쟁점들을 놓고 친박계와 친무계 간의 전선을 확실히 형성함으로써 친무계로 갈아타려는 인사들을 감시하고 이탈을 막겠다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고 해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친박이 최대 계파다. 친박이 김 대표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면서 흔들어 대기 시작하면 김 대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계 전횡 성토, 극에 달한 불만
피할 수 없는 싸움, 이미 시작됐다

국가 최고권력인 박 대통령이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나? 특히 정치를 오래해온 사람이라면 먼지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면 김 대표 한 명 끌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이미 딸의 수원대 교수채용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미 전례도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청와대에 밉보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난데없이 혼외아들 의혹이 터져 나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과 국정원 정보관 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개인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이는 것은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카드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한 카드이기도 하다”며 “김 대표를 날릴 자객이 이미 행동을 개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정기관 움직일까?
선 이미 넘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기업들은 몸을 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김 대표의 정치자금 통로가 막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100억대 자산을 자랑하는 자산가이긴 하지만 정치자금 통로가 막히고 나면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TRS(주파수 공용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차기 대권 후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김 대표의 행보는 자신을 차기주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삐뚤게 나가겠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 직후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발표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난데없이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을 두고 ‘친박계의 작품’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승 카드로 반 총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은 분명 김 대표다. 이제 와서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면 박 대통령을 약 올리는 격”이라며 “박 대통령이 이기든 김 대표가 이기든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김무성 관계는?
흐렸다 맑았다 ‘애증의 20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박 대통령은 김 대표를 당 사무총장으로 기용했고, 이때부터 김 대표는 ‘친박 핵심’이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돈과 사람을 쓰는 방식이 달라 종종 부딪쳤다. 그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문제가 불거졌다. 박근혜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김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2008년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는 국회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 같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고, 김 대표가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아예 서로 등을 돌렸다.

다시 손을 잡은 건 2012년 대선 때였다. 대선 캠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소원해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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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