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한 주의 '국감스타'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빛난 4인방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특별법 논란으로 수개월간 공전했던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20일간의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했다. 여야의 극한 갈등이 이어지며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에 시작부터 ‘부실국감’ 우려가 높았다.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기도 했다. 국감초반 생산적 논쟁 없는 ‘맹탕 국감’, 의원들이 과거 자료를 다시 내놓는 ‘재탕 국감’, 고성과 파행이 이어진 ‘허탕 국감’이 반복된 것. 그러나 이 와중에도 송곳 같은 문제제기와 질의로 눈길을 끈 의원들이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일요시사>가 국감 2주차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이종훈 의원(새누리·교육문화체육관광위)
사감위와 경찰의 짜고치기 포상금 수령 질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불법도박 신고인에게만 지급하는 포상금을 신고를 받고 불법도박 현장에 출동해 범인을 검거한 경찰에게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지난 14일 사감위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감위법에 따르면 사감위에 불법도박을 신고한 자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단지 불법도박 현장을 급습해 범인을 검거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도 신고포상금이 지급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18조2 ③항에는 ‘위원회에 불법도박을 신고한 자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사감위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면 포상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감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불법도박 행위를 한 범인을 검거한 경찰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해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러한 방식으로 사감위가 경찰에 지급한 포상금은 전체 5365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80만원(56%)에 달한다.

신고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포상금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도 지급되면 신고한 국민에게 돌아갈 포상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찰한테 포상금을 지급한 것은 사감위법 규정을 위배한 것이므로 불법적인 예산집행”이라며 “경찰이 법적 근거 없이 취득한 포상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승용 의원(새정치·안전행정위)
4대악 척결 요란 떨더니 5대범죄 검거 구멍

박근혜정부가 국민안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이 요란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4대악 근절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더 위험한 ‘5대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검거에 구멍이 났다는 사실도 드러나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지난 13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한정된 경찰력으로 4대악 근절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강력범죄와 민생범죄에 치안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요란한 ‘4대악 근절 캠페인’보다 5대범죄 근절 등을 위한 균형 잡힌 치안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총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4대악 척결도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성폭력 발생건수는 전년대비 5853건(2만2933건→2만8786건)이 증가했고, 가정폭력 건수는 8023건(8762→1만6785건) 증가했다.

게다가 강력 범죄인 5대범죄 검거율은 전임 이명박정부 5년 동안 검거율이 평균 71.6%였는데 반해 박근혜정부 1년차인 지난해에는 63%로 급감했다. 4대악 척결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정작 더 위험한 강력범죄 단속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주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행하는 구호성 캠페인과 전시행정으로는 국민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국민들의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위주 활동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의원(새누리·법제사법위)
“역주행하는 감사원, 신뢰 가겠나?”


정부 기관을 감사하는 감사원이 역주행 감사, 내부 비리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감사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을 감사할 기관이 사실상 전무한 까닭에 감사원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철도분야를 비롯, 민관유착 비리에 대한 엄벌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게 감사원이 철도공사에 대한 다음연도 ‘기관운영감사’를 면제할 계획”이라며 “‘2013년 자체감사활동 심사’ 결과 우수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는데, 단순히 지난 실적이 좋았다고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한 채 감사에서 제외하는 것은 나홀로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철도부품업체로부터 2억원대 뇌물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는 감사원 소속 A감사관이 지난해 감사원장의 추천으로 우수공무원에 선정, 근정포장을 수상한 것을 꼬집으며 “철도비리 관련 감사관에 대한 자체 감찰이 부실했던 감사원이 스스로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나 관련자 처벌에 대해 한 마디도 없이 타 기관의 자체감사활동을 심사해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를 감사하는 감사원이 정작 감사의 대상이 되었는데,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감사에 나서기에 앞서 내부감사부터 철저히 해야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춘진 의원(새정치·보건복지위)
난임부부 두 번 울리는 ‘난임지원사업’

난임부부가 20만명을 넘어서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난임지원사업’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며 난임부부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난임지원사업 예산 및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난임지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745억원이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인한 평균 임신율은 24%에 불과하다.

난임지원사업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일정 자격을 갖춘 부부에게 체외수정시술비(신선배아 180만원, 동결배아 60만원 상한)를 최대 6회, 인공수정시술비는 1회당 50만원 범위에서 최대 3회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임신율이 0%인 시술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34.4%에 이른다는 것. 2012년 의료기관별 인공수정 임신율을 보면 난임지원사업에 참여한 270여개 의료기관중 34.4%인 93개 시술기관에서는 임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임신율이 10% 미만인 시술기관도 전체의 57%(153개)에 이른다.

인공수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신율이 높은 체외수정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신율이 25% 미만인 의료기관수는 2012년 전체 123개 의료기관 중 58개, 47.3%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난임시술기관의 실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평가·관리하고 있지 않아, 많은 난임부부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난임지원사업에 매년 700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낮은 임신율과 고비용 부담으로 여전히 많은 난임부부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난임사업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의료기관 별 임신율 및 의료비정보를 난임 부부들에게 공유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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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