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집중해부

간판만 '직속' 실제론 '빈속'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대통령 직속으로 16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반이 넘는 위원회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못했고, 업무보고를 몇 차례 했던 위원회도 실제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위원회 대다수가 정부조직관리지침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간판을 달고, 실제로는 ‘맹탕’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민낯을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반영한다. 정부마다 위원회의 수와 명칭이 달랐던 이유도 각 정부가 구상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판만 걸어 놓고 실제 활동 및 성과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근혜정부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제 역할 못하는
위원회가 태반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청와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 16개 중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우주위원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9개 위원회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 태반 이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까지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는 물론, 대면 업무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국민대통합위원회(1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1회) ▲지역발전위원회(2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2회) ▲청년위원회(2회) ▲통일준비위원회(2회) 등은 1∼2차례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문화융성위원회가 4차례 업무보고로 횟수가 가장 많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업무보고가 한 차례에 그쳤다는 점이다. ‘국민통합’은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정치쇄신’ ‘일자리·경제민주화’와 함께 3대 국정지표로 제시했던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업무보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길 잃고 헤매는 위원회 '수두룩'
정부조직관리지침도 대다수 무시


대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대통합 종합계획 수립’ ‘작은 실천 큰 보람 운동 전개’ ‘국민과의 현장 소통 강화’ 등을 주요 성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세월호, 영남 인사 편중,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 갈등의 골이 깊은 쟁점들에 대해서 침묵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라는 출범 취지는 ‘말잔치’에 불과했다.

이는 실권 없는 위원장 인선의 결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김대중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야권 출신 인사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구색 맞추기 인사인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에게 ‘위원장’이라는 지위는 있지만, ‘실권’은 없다”며 “실세가 아닌 인사가 위원장으로 있으며 ‘국민통합’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위원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취재진의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바쁘시니까…”라고 아쉬움도 표출했다.

정부 출범 위원회
유명무실 마찬가지

국민대통합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서 출범시킨 청년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도 상황은 유사하다. 청년위원회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 상담을 위해 ‘찾아가는 청년버스’ ‘청춘순례’를 운영 및 시행하는 등 몇 차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부 미시적 성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올 초부터 야심차게 내세운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할 위원회지만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내세운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무역투자진흥회를 만들어 7차례나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과 대비된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출발 자체가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며 “위원 면면만 보더라도 통일에 대한 보수·진보진영의 견해를 좁히고,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꼬집었다.

9개 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0'
업무보고 했던 위원회도 성과 미미


이처럼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박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만들어진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별 관심을 안 가지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위원회는 현 정권에서 만들어 놓고도 유명무실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 위원회는 정부조직관리지침도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 ‘위촉직의 40%를 여성으로 한다’는 지침을 지킨 곳은 16개 위원회 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 곳뿐이다. ‘특정 직업군이 25%를 넘지 않아야한다’는 지침을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표적인 예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경우 15명의 민간위원 중 남자는 10명(66.6%)이고, 법조인은 7명(46%)이다.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앞장서 정부의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말과 행동 따로
존재 이유 의문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말 따로 행동 따로 하고 있다”며 “모범을 지켜야 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데 어느 정부 위원회가 지침을 따르겠느냐. 이럴 거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역주행을 멈추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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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