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 서양화가 이은경

"왜곡된 인간관계 솔직하게 표현하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개관한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이은경전'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은 부자연스러운 풍경. 유럽 유학 후 서울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이은경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으로 화랑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들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담았다. 피상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작가만의 솔직한 표현법이 돋보였다.

지난 9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키스갤러리(구 갤러리192)에서 서양화가 이은경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부자연스러운 풍경'이란 주제로 관객을 만났다. 이 작가의 작품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키스갤러리 2호에서도 지난 19일까지 전시됐다.

유학파 출신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소 익살스럽거나 기형적으로 꾸며진 인물들을 그려냈다. 과장된 그림 속 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상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진솔함과는 거리가 먼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익을 앞세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씁쓸함이 그의 작품에 담겼다.

이 작가는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붙였다. '심재철' '정규현' 등 관객에는 그저 낯선 제목들의 그림이다. 각 그림들은 뚜렷이 분화한 구도와 기괴한 구성, 다층적인 색감으로 캔버스 안에 긴장을 일으켰다. '비몽사몽' '꿀렁꿀렁'과 같은 제목의 그림들도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안겼다.

작가의 의도는 이런 불편함 속에 녹아있다. 관객들 스스로가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무리지어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배척하는 행동을 자신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모순이 역겹다. 진정성 없는 가식과 가면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작가는 자신 또한 이런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사실을 인정한다. 아마도 이 작가는 이런 모순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에게도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함정이다"라고 했다.

'부자연스러운 풍경' 전시
과장된 인물·배경 묘사

이 작가는 어린 시절 빈번한 이주와 유학생활로 외로움을 느꼈다. 그때의 경험은 이 작가의 작품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작가는 한때 사회에서 도태된 존재라는 생각으로 자책했다. 그러나 이 작가 말고도 많은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탓하며 사회와 고립돼 있다.

때문에 이 작가는 세상을 '부자연스러운 풍경'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상과 색채를 쓴 것은 이 같은 주제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왜곡'을 꼽았다.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은 작가 본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한센병(문둥병)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또 러시아에서는 시체해부실을 체험한 기억이 있다.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했지만 인체가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큰 슬픔에 빠졌다. 당시 상황을 메모한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사회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맨몸으로 층층이 성별, 나이 구분 없이 포개져 있다. 이미 해부를 마친 사체들의 몸 안에는, 본래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장기들이 마구잡이로 쓸어 담겨져 있고, 그들은 방 한 모퉁이에 산처럼 쌓아 올려 탑을 형성하고 있다. 한 인간의 존엄성 또는 생과 사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나 고찰 따위는 여기서 사치다. 우린 눈앞의 고깃덩어리를 해치우는 데 급급했다."

해부실 체험


이 작가는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 훼손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다.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부류의 인간이냐고.

 

<angeli@ilyosisa.co.kr>

 

[이은경 작가는?]

▲B.V 요한슨 상-뻬쩨르 부르그 국립아카데미 미술학교 졸업
▲서울대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서울대학교 우석홀(2011)
▲단체전 - 박수근미술관(2010) Gallery Mesh(2012)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2013) OCI 미술관(2013) 겸재정선미술관(2014) 등 다수
▲한국판화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제1기 입주작가(대전문화재단)
▲진주교육대 박물관 작품소장
▲진주교육대 출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