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제3지대 신당론' 실체 대해부

'구당 모임' 보면 '신당 그림'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새로 판을 짜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설’로만 떠돌던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에서는 신당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지만 최근에는 당 중진들조차 신당 관련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제3지대 신당론의 실체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노(비노무현)계 중진 전·현직 의원들이 난데없이 세 규합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분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당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비노계가 물밑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당구국 모임
신당 전초기지?

실제로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강경파가 주류면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노력하다 안 되면 신당 창당까지 고려해야”한다는 폭탄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고문의 발언에 대해 현재 당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 고문은 지난달 말 결성된 가칭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의 좌장격 인물이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구당구국모임은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비대위로는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친노 패권주의 배격’을 목표로 결성됐다. 이 모임에는 현재 이부영,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등 전·현직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당장 신당을 창당해도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을 만한 멤버들이 모인 모임 인사의 발언이니 그 무게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당권 빼앗기면 새정치와는 끝장
신당론 더 이상 '설' 아니라 '현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노력하다 안 되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은 결국 명분 쌓기다. 정말 당을 살리려는 생각이 있다면 정대철 고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데 현재 정 고문의 움직임은 그저 ‘관망’이다. 당이 잘되면 신당을 창당할 명분이 없지 않나? 당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다 마지막에 깃발 들고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또 강경파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다음 총선에서 친노를 쳐내겠다는 것인데 당내 절대다수인 친노진영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당 창당론에 불을 지핀 것은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의 주인공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다. 이 교수는 “제3섹터에 건전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며 신당이 뜨면 자신도 합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구당구국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재보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를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정 고문을 중심으로 비노계가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섰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마침 손 전 대표가 자리를 비워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지만 이후 전화통화에서 정 고문은 “현실정치에서 손 전 대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정계 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손 전 대표는 정대철 고문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도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인사다.

손학규 합류?
거대 신당 관측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수상한 움직임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박주선, 오제세 의원 등과 회동을 가지는 등 중도온건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정작 비대위 참여 요구는 거절했다.

게다가 지난 15일에는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직강화특위 위원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에서 사퇴한 자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조강특위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강특위는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차기 총선 공천과 대선까지 영향을 끼치는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안철수계가 당내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라며 “(당을 떠날 것을 염두에 두고) 마치 주변을 정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계는 합당 이후 두 번이나 선거를 치렀지만 당내 경선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윤장현 광주시장 외는 모두 전멸했다. 만약 이번 지역위원장 선정에서도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안 의원은 정치적 식물인간이 된다”며 “조강특위에 자신의 사람을 더 집어넣으려 애를 써도 모자랄 판에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측근마저 자진사퇴 시킨다는 것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친노계의 비대위 장악 이후 비노 중도온건파진영 의원들의 움직임도 무척 활발해졌다. 중도온건파진영에선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나 ‘콩나물 모임’(콩나물국밥집 회동 모임) 등의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비노진영 의원들 간의 만남도 부쩍 잦아진 모습이다. 지금 여의도 주변에선 누가 누구와 만났다더라 하는 말들로 시끌벅적하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연스러운 세 결집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뭔가 수상하다. 일각에선 비노계 전·현직 의원들이 비밀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하지만 이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뜻을 모았고 신당 창당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신당 창당은 하나의 대안일 뿐 신당 창당 그 자체를 위해 모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창당 가능성은?
달라진 여론

그러나 또 다른 인사는 “모임 초기만 하더라도 신당 창당 논의는 매우 소수의견이었고 극단적인 의견으로 취급됐다. 그런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7·30재보선에서 증명됐듯이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70석도 건지기 힘들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그런데 당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공천되더라도 당선은 힘들고, 친노의 당 장악으로 공천마저 힘들다면 당에 남아 있을 이유는 무엇이냐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다들 조금씩은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비노계가 신당 창당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와 중도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현재 친노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선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와 중도우파, 장년층과 중년층을 아우르지 않고는 영원히 야당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근원적인 위기의식이 신당 창당론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차기 총선 공천이다. 이미 당직 대부분을 친노 진영이 장악한 상황에서 당권마저 친노진영이 차지하고 나면 비노진영에 대한 공천학살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신당 창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 신호탄은 내년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노가 당을 장악하면 그나마 비어 있는 지역위원장 자리도 사실상 친노강경파 일색인 현 비례대표의원들 몫으로 대거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미래 아무도 몰라
신당행 누구? 신당 리스트 예측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의원 중에는 벌써부터 지역 당협위원장직을 하나씩 꿰차고 지역활동을 시작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현재 신당 창당 움직임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빼앗기고 난 후를 대비하는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권을 뺏기고 나면 곧 총선이 다가오는데 그때 가서 창당을 준비하면 늦다. 미리 창당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후 친노진영의 당권 장악을 계기로 바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플랜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차기 총선을 생각한다면 지역 조직을 다져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내년에는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분당한다고 해도 따라나설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비노진영이 하고자 하는 것은 ‘분당’이 아니라 ‘신당’이다. 기존 새정치 강경파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기존 새정치 강경파는 따라나서고 싶어도 자리가 많지 않고, 현역 의원이 얼마나 따라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목표는 차기 총선이다. 지금 상황이면 신당 후보들이 현역 의원과 붙어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여의도 ‘신당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자천타천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은 매우 화려하다. 구당구국모임으로 뭉친 정대철, 정동영, 천정배, 이부영,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주승용 등 원로 중진집단만 2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김한길, 안철수, 손학규 등 각 계파 수장과 이들을 따르는 송호창, 노웅래, 문병호 등 현역 의원들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당 리스트
화려한 면면

세월호 정국에서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을 돌리는 등 친노 강경파에 맞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던 조경태, 황주홍 등 소신파 의원들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당내에서 중도온건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민집모와 콩나물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상돈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자집단의 참여도 점쳐진다. 지금까지 거론된 드림팀이 완성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단숨에 50석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제3지대 신당론이 유력하게 거론될 만큼 새정치연합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당 지도부의 대응은 너무 느슨한 것 같다”며 “설마라는 생각으로 당의 혁신을 계속 미루면 제3지대 신당의 출범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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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