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파문 ‘배째라’ 동서식품 노림수

얼렁뚱땅 넘기려다…국민들 뿔났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동서식품의 국내 소비자 뒤통수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 오너 일가는 '배당잔치'를 벌이고 미국에 거액의 로열티까지 지급하면서 '쥐꼬리 기부'로 빈축을 산 데 이어 동서식품이 제조한 시리얼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여기에 "대장균은 생활 도처에 많다"는 동서식품의 황당한 해명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동서식품,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와 인천 부평구 연구소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지난 13일 동서식품 진천공장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로 집행되는 압수수색이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은 이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자가품질검사' 서류 등을 확보하고 동서식품이 식품 기준과 규격 적합 여부를 제대로 검사했는지, 대장균 검출 사실을 고의로 숨겼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억울하다"
일단 버티기

동서식품은 출고 전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조금씩 섞어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4일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동서식품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와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 4개 시리얼 품목을 잠정 유통·판매 금지했다. 이밖에 진천공장에서 생산되는 17개 제품을 모두 수거해 부적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안일한 대응은 화를 키웠다. 동서식품은 '대장균 시리얼'이 논란된 직후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며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 제조과정 중 품질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출고 및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는커녕 억울함만 묻어나는 해명이다.

"문제될 게 없다"는 사측의 해명과 달리 동서식품 직원들은 제품섭취 자체를 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균은 도처에 많다" 황당 해명
버티고 버티다 나흘 만에 공식사과

SBS가 입수한 동서식품 공장 작업 일지에는 '쿠키 맛 시리얼에서 대장균이 발생했다'며 '상자를 해체하라'고 쓰여 있다. 다이어트 시리얼로 알려진 다른 제품에서도 대장균이 발생했다는 내용과 함께 '불량품을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얼에 10%씩 투입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서식품 내부 제보자는 "재활용을 매일 하지는 않는다"며 "재고가 좀 쌓이면 뜯어서 새로 나온 제품에 섞는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직원들이 제대로 제조됐는지, 설탕 배합 같은 건 제대로 됐는지 맛을 보는데 재활용 작업을 하는 날은 직원들끼리 '야, 오늘은 먹지마. 오늘 그거 한 날이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꼿꼿하던 동서식품의 고개가 꺾인 것은 나흘 만인 지난 16일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16일 주요 일간지에 "고객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 드립니다"는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동서식품은 사과문에서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 보도로 그간 저희 제품을 애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잠정 유통·판매 금지를 내린 특정 4개 품목의 유통기한 제품 외에도 품목 전체에 대해 식약처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유통·판매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장균 시리얼' 유통 일파만파
불량품 조금 섞어 완제품 생산

이어 "진행 중인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고객 여러분들께서 저희 제품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의 사과문 게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서식품의 소비자 뒤통수 때리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동서식품은 매출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맥심’ 브랜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 업체지만 해외 수출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모회사인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 푸즈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크래프트 푸즈와 손잡으면서 맥심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는 조건이 달렸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5270억원이다.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은 커피믹스 사업이다. 지난해 커피믹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동서식품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서식품의 연매출 중 1조원가량이 커피믹스 사업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리얼 제품군도 동서식품의 효자 상품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시리얼 시장 규모는 4000억원 정도. 동서식품과 켈로그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55%가량이다. 따라서 동서식품은 시리얼 제품으로 2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커피믹스와 시리얼 매출을 합하는 1조5200억원. 매출 99%가 두 제품군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설비투자 외면
주머니 채우기

이럼에도 동서식품은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해 왔다. '고액 배당'으로 배당잔치를 벌이고 미국 크래프트 푸즈사에 고액 로열티를 지급하면서도 '쥐꼬리'만한 기부금으로 눈총을 샀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29일자 신문(960호)에서 동서식품의 '기부와 배당'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동서는 지난해 고작 98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258억원으로 0.0002%에 불과한 금액이다. 순이익 960억원에 대비해서도 0.00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12년에는 5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매출은 4215억원, 순이익은 974억원이었다. ㈜동서는 2011년 101만원, 2010년 601만원, 2009년 51만원, 2008년 1341만원, 2007년 88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동서의 배당금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동서 지분구조는 김상헌 ㈜동서 회장이 22.9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그의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05%, 장남 김종희 전 ㈜동서 상무가 9.4%를 보유해 그 뒤를 잇고 있다. 문혜영(20.01%), 김정민(3.01%), 김은정(3.18%), 한혜연(3.23%), 김현진(0.07%), 김유민(0.07%)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오너일가는 ㈜동서 지분 67.8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는 배당금 366억원을 챙겼다. 이 중 126억원은 김상헌 회장이 받아 갔고 김석수 회장과 김종희 전 상무는 각각 110억원, 52억원을 수령했다. 2∼3%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11억∼18억원을 배당받았고 김현진·김유민양은 각각 3700만원을 챙겼다. 동서 3∼4세로 추정되는 현진·유민양은 4세와 6세로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미성년자다.

2012년에는 ㈜동서가 배당한 470억원 중 약 67%에 해당하는 315억원이 오너 일가에게 흘러들어갔다. ㈜동서는 2011년 397억원, 2010년 353억원, 2009년 308억원, 2008년 264억원, 2007년 235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그룹 주력사인 동서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1조5270억원에 영업이익 2046억원, 순이익 1693억원을 올렸음에도 기부금은 6억6200만원에 그쳤다. 연간 기부금은 2012년 6억4600만원, 2011년 6억2000만원, 2010년 7억4100만원, 2009년 9억9300만원, 2008년 8억4000만원, 2007년 5억8600만원으로 대동소이 했다.

안그래도 시선 곱지 않았는데…
소비자 불매운동 움직임 확산

같은 기간 매출은 2007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년 늘어 2011년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적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영업이익도 1000억∼2000억원, 순이익은 700억~1800억원을 거뒀다.

동석식품 배당금의 50%는 외국 주주들에게 보내진다. 주력상품인 '맥심' 브랜드는 세계 2위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즈사의 소유로, 동서식품이 로열티를 주고 빌려 쓰고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오리지널' 등은 모두 맥심 브랜드를 달고 있으며 '맥스웰하우스' 브랜드도 크래프트 푸즈 소유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8년 크래프트 푸즈사와 커피, 시리얼 제품에 대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2008년 96억원을 시작으로 2009년 222억원, 2010년 239억원, 2011년 252억원, 2012년 263억원, 2013년 261억원을 지불했다. 커피믹스 매출이 증가하면 로열티도 함께 증가한다.

거액의 배당금도 크래프트 푸즈사가 가져간다. 동서식품은 2007년 946억원, 2008년 1746억원, 2009년 980억원, 2010년·2011년 각각 1100억원, 2012년·2013년 각각 112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대의 배당을 실시했다. 동서식품의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 푸즈사는 배당금의 절반을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설비 투자에는 소홀하고 대부분 배당으로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 바빴다는 얘기"라며 "시리얼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것은 예견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다 못해 '대장균 시리얼' 사태까지 터지자 소비자들은 동서식품으로부터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모양새가 동서식품이 '제2의 남양유업'으로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서식품의 '대장균 시리얼' 사태는 지난해 5월 대리점을 상대로 '슈퍼갑질'을 해 논란이 된 남양유업 사태와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4일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한 '막말 통화' 내용이 유포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남양유업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직원 해고,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면서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리점 관계개선책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만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대응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일었고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13년 실적은 전년대비 매출이 10% 감소하고 4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5651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6.5% 떨어졌으며 지난해 6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187억원으로 손실폭을 키웠다. 증권가는 남양유업의 적자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단소송 검토
제2 남양유업?

동서식품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대장균 시리얼을 알고도 판매한 동서식품 불매운동합시다!'라는 서명에는 지난 16일 기준 700명이 넘은 사람이 동참했고 서명인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재활용해 판매한 사실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할 식품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동서식품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문제의 시리얼로 인한 피해자를 모집해 법적 검토를 거쳐 소비자 집단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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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