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왈 SC은행장 ‘호화 생활’ 논란

회삿돈 흥청망청 "대체 뭘 믿고?"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지난 4월 부임한 아제이 칸왈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그는 국내 은행장이 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SC은행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직원들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행장은 약속했다. 다 거짓이었다. 기대감은 7개월 만에 무너졌다. 그는 흥청망청 회삿돈을 썼다. 행장이라는 명목으로 골프 회원권과 피트니스 VVIP회원권을 받아냈고, 회삿돈으로 한남동 저택에 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실적 저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제이 칸왈 SC은행장이 그동안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회사는 살얼음판

SC은행 노동조합은 13일 아제이 칸왈 행장이 회삿돈으로 초호화 돈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C은행 노조에 따르면 칸왈 행장은 초호화 골프장과 피트니스 클럽,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택임대료를 은행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칸왈 행장은 골프 및 피트니스 VVIP 회원권을 특별승인으로 받아냈다. 회삿돈으로는 한남동 저택에 거주하고 있다.

칸왈 행장은 SC은행이 기업 홍보차원으로 보유했던 기존 골프 회원권 대신, 트리니티클럽 회원권을 받았다. 트리니티클럽은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국내 최고급 수준의 골프장이다. 트리니티클럽 회원이 되려면 입회 보증금만 최소 15억원이다. 특별 회원은 21억원으로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가장 비싸다. 국내 정재계 인사 200명만을 엄선해 1년간 회원 대우를 해주는 독특한 마케팅기법으로 관심을 끌던 곳이기도 하다.


칸왈 행장은 피트니스 VVIP 회원권에 대해서도 특별승인을 받았다. 칸왈 행장이 이용하고 있는 곳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피트니스 센터다. 이곳 역시 상류층이 이용하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호텔 피트니스센터와 달리 이곳은 실외에도 골프연습장과 풋살필드, 테니스코트, 야외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남산의 전망을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는 곳이다. 운동 후에는 마사지, 바디 트리트먼트 등으로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연간 회원권만 1억원 이상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살고 있는 서울 한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회삿돈으로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칸왈 행장이 살고 있는 자택 규모는 300평형대(1000m²)로 조사됐다. 보증금만 십억원대, 임대료와 관리비는 수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한남동 인근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한남동은 원래 시세가 어느 정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동일 지역이더라도 위치, 토지면적, 지형 등에 따라 시세가 달라져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300평대의 경우 임대료는 10억원부터 50억원까지 다양하고, 보통 임대료와 관리비는 억대 단위”라고 말했다.

아제이 칸왈 행장은 1992년 인도SC은행에 입행했다. 20여년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대표직을 포함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4월 리처드 힐 전임 행장에 이어 한국 SC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칸왈 행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SC금융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한국SC은행의 기업금융을 강화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SC은행 노조는 칸왈 행장의 행보를 반겼다. 행장은 취임 열흘만에 노조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임금단체 협상을 타결로 이끌고 점포 폐쇄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각종 사내복지문제에 대한 노조의 요구도 수용했다. 노조도 정규직 임금인상율을 낮춰 화답했다. 그렇게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7개월 만에 무너졌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개인사욕 채우기
수십억원 회원권에 300평 대저택 거주

칸왈 행장의 씀씀이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사실상 SC은행의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노조의 지적대로 SC은행의 영업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0년 3223억원이었던 당기순 이익은 지난해 1824억원으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286억원의 적자를 봤다. 전년 동기 955억원 순이익에 대비해 실적이 무려 129.95% 떨어진 것이다. SC금융 역시 상반기 누적 2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SC은행은 2011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2년 파업 후에는 전직원의 15%에 달하는 85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1월엔 150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나갔다. 지점도 올해 50여개 축소했다.

사업 축소도 진행 중이다. SC금융은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6년 만에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 측은 “직원들은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며 업무에 충실하고 있는데 CEO가 경영실패의 책임은 지지 않고 은행 돈으로 초호화판 생활을 즐겨왔다”며 “취임 당시 ‘토착경영 정착’ 약속과는 달리 칸왈 행장이 다른 의도를 품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칸왈 행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으며 직원들의 희망을 꺾어버리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노조는 좌시할 수 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면으로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이 과정에서 부당함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부연이다.

은행은 묵묵부답

SC은행은 답변을 회피했다. SC은행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성명서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하지 못 한다”고 못 박았다. 해명조차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내년이면 영국SC은행이 2005년 4월 제일은행을 인수한 지 10년이 된다. 하지만 한국SC은행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칸왈 행장의 처신은 직원들의 분노만 사고 있다.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조차 있는지 의심스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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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