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LH공사 횡포 제3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30조 공룡이 70억짜리 개구리 노린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무능함이 전 국민의 치를 떨게 하고 있다. 공급 아파트 3채 중 1채가 부실과 하자를 안고 있고,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의 질타에도 요지부동이다. 성추행 파문에 성과급 잔치, 호화청사, 자회사에 낙하산 인사 등등 대한민국 거대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가 LH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 같았으면 자리 지킬 자격 있는 사람 한 명이 없는 부실조직.’ LH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다. 부채만 142조원, 하루 이자 132억원에 이르는 ‘부실공룡’이 바로 LH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갑질 이상의 
자회사 핍박
 
이 LH가 최근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를 뺏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음을 <일요시사>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도 LH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강행돌파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다. 이는 LH의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 단순히 힘없는 자회사에 대한 갑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권과 공기업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LH가 국가적 개혁요구에 대비한 방비책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모회사의 덩치를 유지하지 위해서는 미리 자회사의 밥그릇(업무영역)에 침을 발라둬야 할 필요성에 커졌다는 것이다. 조직과 업무영역 축소라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분위기 조성을 할 필요성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각처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LH공사의 행보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는 일종의 정황증거인 셈이다.  
 
LH가 자회사 밥그릇 뺏기에 나서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효율성’. 주택공단은 매우 효율성이 낮은 집단이므로 임대운영 업무는 LH로 회수하고, 나머지 주택관리 업무는 민간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LH가 작성하여 국회 및 관련부처에 배포한 자료는 주택공단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미 그 허울이 드러났다.<본보 978호 참조>
 
도대체 자본금 30조원의 LH공사가 70억 자본에 불과한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기어코 뺏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LH의 자회사 죽이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주택공사(주공)와 대한토지공사(토공)의 합병 이전, 주공시절부터 이미 반칙을 저질러왔다. 주지하다시피 ‘공영주택’은 토공이 부지를 매입하면 주공이 시공을 한 후 서민들에게 임대분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분양받은 사람의 입주가 완료된 뒤부터 관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이 관리수요 중 자산관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 업무는 주택공단이 담당해왔다. 1998년 DJ정부 당시 공기업혁신 정책에 따라 주공이 출자하여 주택관리공단을 분사시킨 데는 바로 임대운영과 주택관리업무의 특화를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주공 시절부터 
반칙 또 반칙
 
주공에서 1721명의 인력이 주택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십여 년 정도는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 솥밥을 먹던 동료라는 인식도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주공이 임대주택을 완성하여 첫 입주자를 선정한 이후에 발생하는 임대운영 업무와 주택관리 업무는 자연스럽게 주택공단으로 넘겨졌다.
 
그러던 것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주공이 안면을 바꿨다. 향후 주택공급 업무만큼 관리업무 영역이 커질 것이란 판단 아래 자회사 업무 영역을 치고 들어간 것이다. 주택공단으로 넘겨야 할 국민주택의 관리업무를 민간에게 위탁을 주더니 이른바 ‘광역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공이 먼저 반칙을 저지른 셈이다. 명분 없는 반칙 이후 주공 직원들이 예전 동료인 주택공단 사람들을 일개 자회사 직원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주공의 기습적인 영역침범에 대해 주택공단의 반발은 거셌다. 주택공단 모든 임직원의 항의방문과 삭발시위를 비롯 국회와 정부 각처에 LH의 부당함과 공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LH의 반칙은 시정되지 않았다. 시정은커녕 주택공단에 대한 핍박만 커졌다. 주공으로부터 위탁받은 공공주택에 대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 수수료의 삭감은 물론 주택공단이 관리할 공공주택 물량마저 동결됐다. 자회사의 반항이 모회사의 강력한 응징을 불러온 것이다. 주택공단은 차츰 투쟁동력을 상실했다.
 
모회사의 응징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택공단의 경영진 대부분이 주공에서 투입된 낙하산 인사였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주택공단 노조가 강력 대응을 주문해도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비교적 주택공단의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평가받은 이봉형 사장조차도 모회사의 반칙을 되돌리지 못했다.
 
공기업 정상화 대비책
결국 자회사 재물 삼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주택공단 수뇌부를 장악함으로써 시간을 번 주공은 이후 매년 공급되는 국민주택의 임대운영업무를 독차지했다. 그 결과 분사 이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영구임대주택은 주택공단 위주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보급된 국민주택은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으로 관리되는 이원화된 체제가 고착화됐다. 관리하는 세대 수도 역전됐다. 현재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세대 수는 25만호인 데 비해 LH공사의 관리 세대 수는 45만 호 수준이다.
 
주공 시절부터 시작된 반칙은 토공과 합병한 LH공사 시대에도 계속됐다. 물론 본사 편향적인 수뇌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택공단의 반발도 지속돼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치열한 공방은 1998년 분사 이래 2014년 오늘까지 지속돼왔다. 
 
정부가 처음 주택공단의 업무 영역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2002년의 일이다. 당시 주택공단 민영화 관련 논의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임대목적으로 건립한 영구, 국민 공공임대주택 및 외국인 임대주택의 관리는 주택공단이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임대주택 관리에 관한 서비스는 그 성격상 공공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정부보증과 다름없다. 주택공단이 LH와의 갈등 속에서 “주택관리 업무는 원래부터 공단의 영역”이라며 “LH가 가로채간 관리업무를 즉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후 2009년 주공과 토공의 합병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임대주택운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참여한 두 공기업의 업무범위 결정과정에서 ‘합병 이후 주공의 임대주택 운영업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해당 업무는 주택관리공단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정부가 개입한 두 차례의 논의(노사정위원회, LH공사 설립위원회)에서 도출한 결론 모두가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 소관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업무이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택공단이 LH를 향해 “정부의 방침과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주택공단의 업무이관 요구에 대해 LH는 모회사의 지위를 철저히 활용했다. 수수료 삭감, 물량동결, 수뇌부 장악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발판으로 명분을 앞세운 자회사의 요구를 회피해 온 것이다. 필연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LH공사와 주택공단 사이를 규정하는 한 마디다. 

업무이관 지시
주공이 뭉갰다 
 
이 잠자던 시한폭탄의 뇌관이 기어코 이번에 불이 붙었다. 지난 7월부터 LH가 주택공단을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주택공단 임대운영 업무 회수, 민영화 추진’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모회사가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주택공단의 반발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LH의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곧 주택공단의 사실상 해체와 마찬가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한 논의들의 결론, 즉 임대주택 운영 기능은 원래부터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당위성을 배신당한 격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파문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투쟁 강도는 만만치 않다. 주택공단 김용래 노조위원장이 개시한 투쟁을 2100여명의 임직원이 이어받아 10월 16일 현재 197일 째다. 수원시 정자동 소재 상가건물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공단 사무실에는 입구부터 LH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LH는 살모사보다 독하다’는 표현도 있다. 자식(주택공단) 잡아먹으려 드는 부모(LH공사)보다 더 지독한 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비유다. 
 
주택공단 노조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요구하고, 합병 당시 스스로도 합의한 업무이관 약속을 미루더니 이제 와서 주택공단의 업무마저 회수하고 민영화시키겠다는 LH의 행위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거대 공기업은 정부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미루고, 어겨도 되느냐”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LH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노사정 위원회 건은 주택공단에 관한 건이 맞지만 2009년 설립위원회 건은 주택공단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2009년 합병 당시 임대주택운영에 대해 단계적 폐지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공단에게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주택공단에 있지만 조직의 규모와 힘을 앞세운 LH의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주택공단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흑기사 군단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기남 의원을 비롯한 이장우, 김상희, 이헌승, 오병윤 의원 등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당장 주택공단에 임대운영 업무를 이관하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오병윤 의원은 “2011년부터 물량 중단, 임대기능 회수와 주식매각 시도는 민영화 속셈이고, 결국 LH가 다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LH의 이재영 사장을 몰아붙였다. 자회사 죽이기에 나선 속셈이 보인다는 것이다. 
 
방만경영·주먹구구 사업·비효율 조직
LH는 정부도, 국회도 못 이기는 철옹성?
뼈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 내놓지 않아
 
이장우 의원 역시 “LH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으로 이관하라”고 주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아예 “업무이관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고 못을 박았다. 국토위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질타는 LH가 몇 달 전부터 국회를 돌며 주택공단 무용론을 설파할 당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국토위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LH의 명분 없는 민영화 시도가 오히려 사태 파악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 오갔다. LH가 자회사의 기능회수 및 민영화 당위성을 펴면 펼수록 그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의혹이 커졌고, 마침내는 이미 오래전에 실시됐어야 할 임대운영업무가 아직까지도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국감기간 내내 연이은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업무이관 결정에 대해 임대운영업무는 폐지만 결정되었지 어느 기관으로 이관하라는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노사정위원회와 LH 설립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의 미완전성을 내세워 업무이관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 대해 주택공단은 당시 이관을 결정한 근거를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이사장의 답변에 대해 혀를 차는 반응도 있었다. 주공과 주택공단, 노사정(또는 LH 설립위원회)이 도출한 결론이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의 이관’과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 단계적 축소 후 이관’이라면 ‘누구’를 명시하지 않아도 ‘주택공단으로’가 명백한데도 이제 와서 주어가 빠졌다는 문구 타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 직후, 국토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는 “LH가 저렇게 얄팍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까지 업무이관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을 보면 급해도 엄청 급한 모양이다”는 식의 말들이 돌았다. 자회사의 거센 반발과 국회의 질타, 관계부처의 비난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데는 나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 절박한 이유로 추측되는 것이 바로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대한 퇴로 확보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혁신 태풍이 목전에 온 만큼 조직의 규모와 사업영역의 보존을 위해서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업영역이 축소되면 인력과 예산감축이 불가피하고, 그간 누려왔던 각종 혜택과 특권의 축소가 뒤따르기 마련. 특히 사업영역 축소는 그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도된 무모한 투자, 예를 들어 아무런 경험과 사업성 검토 없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재원을 낭비하는 등의 일(979호 보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축소된 사업영역만큼 다른 사업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력감축은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LH가 주택공단 업무를 회수해오면 ‘원래의 목적 사업에 충실하라’는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고, 회수한 사업 자체가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몸집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영역이 축소돼도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보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것이 30조 거대 공룡 LH가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탐내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런 명분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LH의 셈법이 어찌됐든 LH의 자회사 죽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을 비롯 2009년 LH 설립위원회의 합의, 최근의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 등이 일관적으로 ‘임대운영기능의 주택공단 이관’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택공단이 LH가 100% 출자한 자회사라지만 엄연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만큼 지분논리만으로 주택공단의 업무회수 및 민영화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LH가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과 주먹구구식 사업 확대, 비효율적인 조직과 자금운영 등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배수의 진을 친 주택공단의 저항도 한 요인이다. 
 
<일요시사>가 LH의 자구노력에 대해 취재한 결과 “토지매각 부분도 성과를 보이고 있고, 금융부채도 5조원 정도 감축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직슬림화나 사업영역 축소에 대한 부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또한 LH가 순순히 임대운영업무를 주택공단으로 이관할 것이란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된 업무이관 부분에 대해 “대내외 여건이 변한 만큼 단계적 폐지나 업무이관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LH가 버티기 노선을 택함에 따라 불똥은 국토교통부로 튈 전망이다. 국토위 신기남 의원 등은 오는 27일 국토교통부 국감을 통해 “LH의 업무이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지고 완수하라고 주문할 것”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의 주택공단과 힘의 LH공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연상시키는 영역전쟁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향방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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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