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LH공사 횡포 제3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30조 공룡이 70억짜리 개구리 노린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무능함이 전 국민의 치를 떨게 하고 있다. 공급 아파트 3채 중 1채가 부실과 하자를 안고 있고,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의 질타에도 요지부동이다. 성추행 파문에 성과급 잔치, 호화청사, 자회사에 낙하산 인사 등등 대한민국 거대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가 LH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 같았으면 자리 지킬 자격 있는 사람 한 명이 없는 부실조직.’ LH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다. 부채만 142조원, 하루 이자 132억원에 이르는 ‘부실공룡’이 바로 LH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갑질 이상의 
자회사 핍박
 
이 LH가 최근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를 뺏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음을 <일요시사>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도 LH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강행돌파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다. 이는 LH의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 단순히 힘없는 자회사에 대한 갑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권과 공기업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LH가 국가적 개혁요구에 대비한 방비책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모회사의 덩치를 유지하지 위해서는 미리 자회사의 밥그릇(업무영역)에 침을 발라둬야 할 필요성에 커졌다는 것이다. 조직과 업무영역 축소라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분위기 조성을 할 필요성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각처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LH공사의 행보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는 일종의 정황증거인 셈이다.  
 

LH가 자회사 밥그릇 뺏기에 나서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효율성’. 주택공단은 매우 효율성이 낮은 집단이므로 임대운영 업무는 LH로 회수하고, 나머지 주택관리 업무는 민간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LH가 작성하여 국회 및 관련부처에 배포한 자료는 주택공단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미 그 허울이 드러났다.<본보 978호 참조>
 
도대체 자본금 30조원의 LH공사가 70억 자본에 불과한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기어코 뺏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LH의 자회사 죽이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주택공사(주공)와 대한토지공사(토공)의 합병 이전, 주공시절부터 이미 반칙을 저질러왔다. 주지하다시피 ‘공영주택’은 토공이 부지를 매입하면 주공이 시공을 한 후 서민들에게 임대분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분양받은 사람의 입주가 완료된 뒤부터 관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이 관리수요 중 자산관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 업무는 주택공단이 담당해왔다. 1998년 DJ정부 당시 공기업혁신 정책에 따라 주공이 출자하여 주택관리공단을 분사시킨 데는 바로 임대운영과 주택관리업무의 특화를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주공 시절부터 
반칙 또 반칙
 
주공에서 1721명의 인력이 주택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십여 년 정도는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 솥밥을 먹던 동료라는 인식도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주공이 임대주택을 완성하여 첫 입주자를 선정한 이후에 발생하는 임대운영 업무와 주택관리 업무는 자연스럽게 주택공단으로 넘겨졌다.
 

그러던 것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주공이 안면을 바꿨다. 향후 주택공급 업무만큼 관리업무 영역이 커질 것이란 판단 아래 자회사 업무 영역을 치고 들어간 것이다. 주택공단으로 넘겨야 할 국민주택의 관리업무를 민간에게 위탁을 주더니 이른바 ‘광역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공이 먼저 반칙을 저지른 셈이다. 명분 없는 반칙 이후 주공 직원들이 예전 동료인 주택공단 사람들을 일개 자회사 직원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주공의 기습적인 영역침범에 대해 주택공단의 반발은 거셌다. 주택공단 모든 임직원의 항의방문과 삭발시위를 비롯 국회와 정부 각처에 LH의 부당함과 공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LH의 반칙은 시정되지 않았다. 시정은커녕 주택공단에 대한 핍박만 커졌다. 주공으로부터 위탁받은 공공주택에 대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 수수료의 삭감은 물론 주택공단이 관리할 공공주택 물량마저 동결됐다. 자회사의 반항이 모회사의 강력한 응징을 불러온 것이다. 주택공단은 차츰 투쟁동력을 상실했다.
 
모회사의 응징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택공단의 경영진 대부분이 주공에서 투입된 낙하산 인사였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주택공단 노조가 강력 대응을 주문해도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비교적 주택공단의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평가받은 이봉형 사장조차도 모회사의 반칙을 되돌리지 못했다.
 
공기업 정상화 대비책
결국 자회사 재물 삼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주택공단 수뇌부를 장악함으로써 시간을 번 주공은 이후 매년 공급되는 국민주택의 임대운영업무를 독차지했다. 그 결과 분사 이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영구임대주택은 주택공단 위주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보급된 국민주택은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으로 관리되는 이원화된 체제가 고착화됐다. 관리하는 세대 수도 역전됐다. 현재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세대 수는 25만호인 데 비해 LH공사의 관리 세대 수는 45만 호 수준이다.
 
주공 시절부터 시작된 반칙은 토공과 합병한 LH공사 시대에도 계속됐다. 물론 본사 편향적인 수뇌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택공단의 반발도 지속돼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치열한 공방은 1998년 분사 이래 2014년 오늘까지 지속돼왔다. 
 
정부가 처음 주택공단의 업무 영역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2002년의 일이다. 당시 주택공단 민영화 관련 논의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임대목적으로 건립한 영구, 국민 공공임대주택 및 외국인 임대주택의 관리는 주택공단이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임대주택 관리에 관한 서비스는 그 성격상 공공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정부보증과 다름없다. 주택공단이 LH와의 갈등 속에서 “주택관리 업무는 원래부터 공단의 영역”이라며 “LH가 가로채간 관리업무를 즉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후 2009년 주공과 토공의 합병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임대주택운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참여한 두 공기업의 업무범위 결정과정에서 ‘합병 이후 주공의 임대주택 운영업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해당 업무는 주택관리공단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정부가 개입한 두 차례의 논의(노사정위원회, LH공사 설립위원회)에서 도출한 결론 모두가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 소관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업무이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택공단이 LH를 향해 “정부의 방침과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주택공단의 업무이관 요구에 대해 LH는 모회사의 지위를 철저히 활용했다. 수수료 삭감, 물량동결, 수뇌부 장악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발판으로 명분을 앞세운 자회사의 요구를 회피해 온 것이다. 필연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LH공사와 주택공단 사이를 규정하는 한 마디다. 

업무이관 지시
주공이 뭉갰다 
 
이 잠자던 시한폭탄의 뇌관이 기어코 이번에 불이 붙었다. 지난 7월부터 LH가 주택공단을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주택공단 임대운영 업무 회수, 민영화 추진’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모회사가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주택공단의 반발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LH의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곧 주택공단의 사실상 해체와 마찬가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한 논의들의 결론, 즉 임대주택 운영 기능은 원래부터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당위성을 배신당한 격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파문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투쟁 강도는 만만치 않다. 주택공단 김용래 노조위원장이 개시한 투쟁을 2100여명의 임직원이 이어받아 10월 16일 현재 197일 째다. 수원시 정자동 소재 상가건물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공단 사무실에는 입구부터 LH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LH는 살모사보다 독하다’는 표현도 있다. 자식(주택공단) 잡아먹으려 드는 부모(LH공사)보다 더 지독한 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비유다. 
 
주택공단 노조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요구하고, 합병 당시 스스로도 합의한 업무이관 약속을 미루더니 이제 와서 주택공단의 업무마저 회수하고 민영화시키겠다는 LH의 행위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거대 공기업은 정부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미루고, 어겨도 되느냐”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LH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노사정 위원회 건은 주택공단에 관한 건이 맞지만 2009년 설립위원회 건은 주택공단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2009년 합병 당시 임대주택운영에 대해 단계적 폐지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공단에게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주택공단에 있지만 조직의 규모와 힘을 앞세운 LH의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주택공단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흑기사 군단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기남 의원을 비롯한 이장우, 김상희, 이헌승, 오병윤 의원 등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당장 주택공단에 임대운영 업무를 이관하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오병윤 의원은 “2011년부터 물량 중단, 임대기능 회수와 주식매각 시도는 민영화 속셈이고, 결국 LH가 다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LH의 이재영 사장을 몰아붙였다. 자회사 죽이기에 나선 속셈이 보인다는 것이다. 
 
방만경영·주먹구구 사업·비효율 조직
LH는 정부도, 국회도 못 이기는 철옹성?
뼈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 내놓지 않아
 
이장우 의원 역시 “LH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으로 이관하라”고 주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아예 “업무이관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고 못을 박았다. 국토위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질타는 LH가 몇 달 전부터 국회를 돌며 주택공단 무용론을 설파할 당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국토위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LH의 명분 없는 민영화 시도가 오히려 사태 파악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 오갔다. LH가 자회사의 기능회수 및 민영화 당위성을 펴면 펼수록 그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의혹이 커졌고, 마침내는 이미 오래전에 실시됐어야 할 임대운영업무가 아직까지도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국감기간 내내 연이은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업무이관 결정에 대해 임대운영업무는 폐지만 결정되었지 어느 기관으로 이관하라는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노사정위원회와 LH 설립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의 미완전성을 내세워 업무이관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 대해 주택공단은 당시 이관을 결정한 근거를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이사장의 답변에 대해 혀를 차는 반응도 있었다. 주공과 주택공단, 노사정(또는 LH 설립위원회)이 도출한 결론이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의 이관’과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 단계적 축소 후 이관’이라면 ‘누구’를 명시하지 않아도 ‘주택공단으로’가 명백한데도 이제 와서 주어가 빠졌다는 문구 타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 직후, 국토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는 “LH가 저렇게 얄팍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까지 업무이관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을 보면 급해도 엄청 급한 모양이다”는 식의 말들이 돌았다. 자회사의 거센 반발과 국회의 질타, 관계부처의 비난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데는 나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 절박한 이유로 추측되는 것이 바로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대한 퇴로 확보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혁신 태풍이 목전에 온 만큼 조직의 규모와 사업영역의 보존을 위해서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업영역이 축소되면 인력과 예산감축이 불가피하고, 그간 누려왔던 각종 혜택과 특권의 축소가 뒤따르기 마련. 특히 사업영역 축소는 그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도된 무모한 투자, 예를 들어 아무런 경험과 사업성 검토 없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재원을 낭비하는 등의 일(979호 보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축소된 사업영역만큼 다른 사업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력감축은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LH가 주택공단 업무를 회수해오면 ‘원래의 목적 사업에 충실하라’는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고, 회수한 사업 자체가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몸집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영역이 축소돼도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보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것이 30조 거대 공룡 LH가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탐내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런 명분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LH의 셈법이 어찌됐든 LH의 자회사 죽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을 비롯 2009년 LH 설립위원회의 합의, 최근의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 등이 일관적으로 ‘임대운영기능의 주택공단 이관’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택공단이 LH가 100% 출자한 자회사라지만 엄연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만큼 지분논리만으로 주택공단의 업무회수 및 민영화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LH가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과 주먹구구식 사업 확대, 비효율적인 조직과 자금운영 등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배수의 진을 친 주택공단의 저항도 한 요인이다. 
 
<일요시사>가 LH의 자구노력에 대해 취재한 결과 “토지매각 부분도 성과를 보이고 있고, 금융부채도 5조원 정도 감축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직슬림화나 사업영역 축소에 대한 부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또한 LH가 순순히 임대운영업무를 주택공단으로 이관할 것이란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된 업무이관 부분에 대해 “대내외 여건이 변한 만큼 단계적 폐지나 업무이관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LH가 버티기 노선을 택함에 따라 불똥은 국토교통부로 튈 전망이다. 국토위 신기남 의원 등은 오는 27일 국토교통부 국감을 통해 “LH의 업무이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지고 완수하라고 주문할 것”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의 주택공단과 힘의 LH공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연상시키는 영역전쟁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향방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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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