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쥔 우윤근의 승부수

7개월짜리 원내사령탑…'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새 원내대표로 우윤근 의원이 선출됐다.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물러난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대신해 호흡을 맞췄던 정책위의장이 구원등판하게 된 것이다.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함께 당의 투톱이라 불리지만 새정치연합의 현 상황에서는 누가 되든 욕먹기 십상인 '독이 든 성배'다.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은 우윤근 원내대표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8명의 투표자(무효1표) 가운데 64표를 얻은 우윤근 의원이 이종걸 의원(53표)을 제치고 당선됐다. 범친노(친노무현)·구주류의 지원을 받은 우 의원이 김한길·안철수계의 지원을 받은 이 의원을 누른 것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안정성'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우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다.

박영선 단짝
우윤근 선출

변호사 출신으로 전남 광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우 원내대표는 범친노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은 합리적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책위의장으로 박 전 원내대표와 함께 여당과의 세월호법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일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당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미완의 세월호법'을 차질 없이 완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굵직한 사건들을 대비하겠다"며 "민생을 위한 것인지 기업을 위한 것인지, 진짜 민생과 가짜 민생을 가려내겠다. 무조건적이고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합리적으로 따질 것은 따지면서도 여당과 진행 중인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범친노·구주류 지원 속 우윤근 선출
김·안계 지원받은 이종걸 결선투표서 제쳐


그러나 우 원내대표의 앞길은 전임자인 박 전 원내대표 만큼이나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법 협상 마무리,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의결 등 산적한 현안 외에도 극심한 내부 갈등 조율 등 당면한 과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요직을 맡게 된 우 원내대표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우선 산적한 현안들이 많은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여당과의 협상과 합리성이 강조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까지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새월호법 등 굵직한 현안을 여당과 협상한 경험이 있다. 그의 선출 자체가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협상들에 대한 성과도출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안정성 무게
합리성 강조

실제로 그는 간담회에서 "30개가 넘는 경제활성화법, 의료법을 비롯해 초과수익환수폐지 등 진짜 민생과 가짜 민생을 가리는 일을 서둘러야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며 "무조건 비판이나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 근거 있는 비판을 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는 우선적으로 세월호법 제정, 정부조직법 개정안, 유병언법(범죄수인은닉 방지법) 등 3대 법안 처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월호법 후속 협상에서 특별검사 후보군 추천 과정의 유가족 참여 여부를 둘러싼 난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3차 협상안에 대해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후보군 선정 과정에 유가족의 직접 참여를 관철시켜야 하지만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월호법과 연계 처리하기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도 해경, 소방방재청 해체 여부 등을 놓고 여야의 시각차가 뚜렷하기 때문에 여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법과 정부조직법은 여야가 묶어서 처리하기로 합의를 한 상황이어서 성과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한 야성보다 합리성·안정성 중시
투쟁보다 협상 강조하며 성과 주력?


이외에도 예산안 심의·의결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예산안은 서민증세, 무상급식 등 민감한 현안과 직결돼 있는 만큼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당내 계파갈등을 잘 조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특히 범친노의 지지를 받은 우 원내대표가 당연직 비상대책위원으로 비대위에도 합류하게 되면서 비노(비노무현)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계파 간 충돌이 더 가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 원내대표를 제외한 비대위원은 박지원·문재인·인재근·정세균 의원으로, 김한길·안철수계에 속하는 비대위원은 한 명도 없다.

때문에 가뜩이나 정대철·이부영·정동영 상임고문 등 원로인사들을 중심으로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친노 패권주의 배격'을 전면에 내걸고 결성한 '구당구국모임'이 비대위에 중립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던 터였다.

심지어 이들은 "친노가 비대위를 마음대로 주무른다면 분당도 각오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종걸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지지했던 비노세력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인사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통과 화합
미래 청사진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우 원내대표는 당 화합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립과 갈등을 접어야 한다. 소통과 화합으로 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며 "이제는 우리가 상처를 보듬고 생각과 계파를 넘어 소통과 대화, 화합이 진정으로 야당이 강해지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우 원내대표는 당내서 소통의 정치인, 합리적 의회주의자로 통한다. 본인도 소통과 합리성을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당내 상황이 복잡한 만큼 그의 리더십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의 중도 사퇴로 임기를 이어 받게 된 우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 5월까지다. 향후 7개월간 그가 어떤 모습으로 새정치연합을 이끌어 나갈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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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