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국립대 길들이기' 실태 추적

"대통령에 충성 맹세해야 총장 임명?"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교육계에서 치열한 이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길들이려는 자와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자 간의 싸움이다. 최근 국립대에서 교육부의 임명제청 거부로 총장 공백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원에서도 교육부의 부당한 임명제청 거부에 대해 제동을 걸었지만 교육부는 막무가내다. 박근혜정부의 '국립대 길들이기' 실태를 살펴봤다.

교육계에서 치열한 이념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총장 임명제청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국립대는 벌써 19개월째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국립대 총장 임명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할 당시 불거졌던 ‘정권의 국립대 총장 인사 개입 가능성’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려가 현실로

교육부는 지난 2012년부터 금권선거 등의 폐해를 막겠다며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왔다. 당시 국립대들은 ‘간선제를 통해 정권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으로 앉히려 한다’며 격렬히 항의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 상당한 불이익을 주면서 현재 전국 39개 국립대가 모두 직선제를 폐지한 상태다.

직선제 폐지 이후 교육부의 행태를 보면 ‘정권의 인사 개입 가능성’ 우려가 현실화됐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명을 확정해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장관이 임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최근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교수의 총장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이유는 총장직을 수행하기 위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총장 후보 본인이 임명제청 거부 이유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개인정보보호인지 알 수가 없다. 또 총장 임명제청이 거부되면서 개인의 명예는 이미 실추될 대로 실추된 상황이다.

본인도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교육부가 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일요시사>는 교육부 측의 답변을 듣고자 했지만 교육부 측은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류 교수가 진보성향이라 임명제청이 거부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한 실정이다. 류 교수는 실제로 지난 2009년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진보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한국체육대학(이하 한체대)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한체대는 총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지금까지 4차례나 교육부에 총장후보 임명제청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한체대는 지난해 3월 제5대 총장이 퇴임한 이후 벌써 19개월째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유는 역시 모른다. 교육부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총장을 재추천하라는 공문 한장만 달랑 보내왔다.

이유도 없이 총장 19개월째 공석
법원 판결에도 항소하며 막무가내

총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일단 총장권한대행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권한대행의 한계는 분명하다. 중요한 결정을 임의로 내릴 수 없어 주요한 사업 같은 것들이 전부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사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주대 총장후보였던 김현규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공주대가 추천한 김현규 교수 등 총장 후보 두 명이 모두 총장직을 수행하기엔 부적합하다며 임명제청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부적합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결국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법원은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교육부가 대학 자치 및 김 교수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행정처분을 취하면서도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교육계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행태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에 교육부장관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박근혜정부 들어 이러한 황당한 행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모 총장후보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 여권 실세와 친하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임명제청이 거부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교육부의 총장 임명제청 거부는 결국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만 총장에 앉히겠다는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임의대로 총장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인사위원회를 통해 후보자의 연구실적물, 연구윤리, 재산, 징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임용 적격 여부를 결정했다”며 “부적격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립대뿐만 아니라 박근혜정부 들어 교육계 길들이기 시도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교학사 교과서 파동, 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치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교육현장은 큰 혼선을 빚었다.

또 내년도 교육예산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진보교육감 길들이기용 예산 책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종 교육복지 사업에 대해 국고 지원 없이 교육청에 모든 부담을 떠넘긴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보이콧을 선언했다.

벼랑 끝 교육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문제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특히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청의 자치사무라는 정부법무공단의 유권해석을 받고서도 이를 무시한 채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법무공단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에 대해서도 “재평가 실시를 절차적 하자로 보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법률 자문을 무시하고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 표명에 따라 교육당국 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정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총장 후보 본인들도 부적격 사유 공개를 원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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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