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안철수 '권토중래' 시나리오

'그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몰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정국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창당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전면에서 물러난 안 전 대표는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당 전면에 나서게 될까? 와신상담(臥薪嘗膽) 복귀를 노리는 안 전 대표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미리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정치입문 1년여 만에 제1야당의 당대표 자리를 꿰찼고, 한때는 유력 대권주자로서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지지율이 높았다. 지금은 비록 지난 7·30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전면에서 물러나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의 권토중래(※어떤 일에 실패한 뒤 다시 힘을 쌓아 돌아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두 달 만에 복귀?
망설이는 안철수

문제는 그 시기와 방법. 그런데 세월호 정국으로 자중지란을 겪으며 창당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쪽은 세월호 정국에서 강경파들과 각을 세웠던 중도파 의원들이다. 이들은 현재 각 계파 수장들의 연합체로 구성된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범친노(친노무현)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도파의 이익을 대변할 중량감 있는 인사는 안 전 대표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안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안 전 대표를 당내 중도파의 수장으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다.

비대위 참여 거절한 진짜 속내는 무엇
좌절의 시간 접고 복귀 플랜 가동하나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약 30여명 정도.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 전 대표로서는 단숨에 현역의원 30여명을 거느리는 계파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이다.

그런데 정작 안 전 대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직전 당 대표로서 7·30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중도파들의 요구에 따라 비대위원직을 맡게 된다면 특정 계파를 사실상 대변하게 돼 당내 계파주의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며 중도온건파의 비대위 참여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대위 참여는 안 전 대표가 과거 당 대표 시절 ‘계파 패권주의를 해소하겠다’고 한 선언을 스스로 깨는 모양새라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비대위 참여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새정치연합의 위기는 간판만 바꿔 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선거 때마다 진보 진영 간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새정치연합은 계파 간 이해관계가 실타래보다 더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만 더 깎아먹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숨에 계파수장?
실패하면 쪽박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DJ가 살아 돌아와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크고 작은 이합집산을 계속 해오다보니 각 계파별 이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당권이 바뀔 때마다 당의 말단 당직자까지 변경될 정도로 계파별 이해관계도 크게 엇갈린다. 계파 없는 정당은 없다지만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타 정당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대표가 비대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의 권토중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주가가 바닥을 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새정치연합으로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것은 자살행위다. 당 지지율은 창당 후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인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호남에서조차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결국 마지막엔 당이 구원투수로 안 전 대표를 호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굳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이전투구를 하는 것보단 현재 정치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당이 자신에게 구조를 요청하기를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비록 미숙한 정치력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안 전 대표만큼 대중적 지지를 받아본 정치인이 누가 있나? 게다가 그의 새정치는 여전히 상징성이 있다. 당이 지금보다 더 위기에 몰리면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그에게 전권을 주면서 그가 제시하는 정치혁신안을 모두 수용하고 새정치를 해보라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특히 이 같은 기대감은 당내에서 중도노선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우클릭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숨겨진 멘토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앞으로 야당이 가야 할 길은 중도우파”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중도노선을 대표하는 인물은 바로 안 전 대표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당무복귀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통해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란 시나리오다. 중도파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중도파가 차기 총선 공천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 안팎의 비대위 참여 요구에도 요지부동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딴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가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어느 쪽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지난 10년동안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최후의 카드로 신당 창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안 대표가 굳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먼저 보이지 않더라도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분당, 당명 변경 등 큰 파도가 한 번 몰아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큰 파도 기다리는 중?
물살 잘 탈 수 있을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이번 비대위를 통해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로서 폭락하는 주식을 굳이 사들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우선 김한길 전 대표 등 대리인을 내세워 당내 기반을 닦고 복귀를 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는 비대위 참여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전 대표는 현재 비대위 참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와 발을 맞췄던 전병헌 전 원내대표도 최근 “(재보선 참패에) 책임지는 자세는 (비대위에) 함께하는 것에 있다”고 김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비대위는 차기 당권 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차기 당권은 차기 총선은 물론이고 대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안 전 대표가 책임론을 내세우며 언제까지 외면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 다지기?
신당 창당으로 마지막 도박?


지난 7·30재보선을 계기로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사이가 완전히 멀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원내에 세가 없고 당무경험이 없는 안 전 대표에게는 김 전 대표가 꼭 필요하고, 김 전 대표에게도 안철수와 새정치라는 상징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그 옆엔 김 전 대표가 함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가 지금 당장 일희일비하는 성급한 움직임을 보일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내실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당장) 조직과 세력을 만들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전을 좀 더 내용 있게 만드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지난 넉 달간 당 대표를 역임하며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역량의 부족함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다음 대선에만 집착하며 허둥대다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지 아직 2년이 채 안된 ‘정치초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정치의 내용을 좀 더 구체성 있게 정립하고 자신과 정말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모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실 다지기로
다시 부활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선의원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만 한다”며 “안 전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안 전 대표의 이미지 정치는 한계가 있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조금씩 성과를 낸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분명히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끝으로 “안 전 대표가 재보선 패배 이후 정치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상품성과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단 4개월의 실패로 그의 정치생명이 모두 끝났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안 전 대표가 정치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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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