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안철수 '권토중래' 시나리오

'그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몰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정국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창당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전면에서 물러난 안 전 대표는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당 전면에 나서게 될까? 와신상담(臥薪嘗膽) 복귀를 노리는 안 전 대표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미리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정치입문 1년여 만에 제1야당의 당대표 자리를 꿰찼고, 한때는 유력 대권주자로서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지지율이 높았다. 지금은 비록 지난 7·30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전면에서 물러나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의 권토중래(※어떤 일에 실패한 뒤 다시 힘을 쌓아 돌아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두 달 만에 복귀?
망설이는 안철수

문제는 그 시기와 방법. 그런데 세월호 정국으로 자중지란을 겪으며 창당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쪽은 세월호 정국에서 강경파들과 각을 세웠던 중도파 의원들이다. 이들은 현재 각 계파 수장들의 연합체로 구성된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범친노(친노무현)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도파의 이익을 대변할 중량감 있는 인사는 안 전 대표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안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안 전 대표를 당내 중도파의 수장으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다.

비대위 참여 거절한 진짜 속내는 무엇
좌절의 시간 접고 복귀 플랜 가동하나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약 30여명 정도.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 전 대표로서는 단숨에 현역의원 30여명을 거느리는 계파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이다.

그런데 정작 안 전 대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직전 당 대표로서 7·30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중도파들의 요구에 따라 비대위원직을 맡게 된다면 특정 계파를 사실상 대변하게 돼 당내 계파주의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며 중도온건파의 비대위 참여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대위 참여는 안 전 대표가 과거 당 대표 시절 ‘계파 패권주의를 해소하겠다’고 한 선언을 스스로 깨는 모양새라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비대위 참여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새정치연합의 위기는 간판만 바꿔 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선거 때마다 진보 진영 간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새정치연합은 계파 간 이해관계가 실타래보다 더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만 더 깎아먹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숨에 계파수장?
실패하면 쪽박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DJ가 살아 돌아와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크고 작은 이합집산을 계속 해오다보니 각 계파별 이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당권이 바뀔 때마다 당의 말단 당직자까지 변경될 정도로 계파별 이해관계도 크게 엇갈린다. 계파 없는 정당은 없다지만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타 정당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대표가 비대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의 권토중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주가가 바닥을 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새정치연합으로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것은 자살행위다. 당 지지율은 창당 후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인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호남에서조차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결국 마지막엔 당이 구원투수로 안 전 대표를 호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굳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이전투구를 하는 것보단 현재 정치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당이 자신에게 구조를 요청하기를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비록 미숙한 정치력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안 전 대표만큼 대중적 지지를 받아본 정치인이 누가 있나? 게다가 그의 새정치는 여전히 상징성이 있다. 당이 지금보다 더 위기에 몰리면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그에게 전권을 주면서 그가 제시하는 정치혁신안을 모두 수용하고 새정치를 해보라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특히 이 같은 기대감은 당내에서 중도노선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우클릭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숨겨진 멘토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앞으로 야당이 가야 할 길은 중도우파”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중도노선을 대표하는 인물은 바로 안 전 대표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당무복귀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통해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란 시나리오다. 중도파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중도파가 차기 총선 공천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 안팎의 비대위 참여 요구에도 요지부동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딴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가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어느 쪽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지난 10년동안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최후의 카드로 신당 창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안 대표가 굳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먼저 보이지 않더라도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분당, 당명 변경 등 큰 파도가 한 번 몰아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큰 파도 기다리는 중?
물살 잘 탈 수 있을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이번 비대위를 통해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로서 폭락하는 주식을 굳이 사들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우선 김한길 전 대표 등 대리인을 내세워 당내 기반을 닦고 복귀를 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는 비대위 참여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전 대표는 현재 비대위 참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와 발을 맞췄던 전병헌 전 원내대표도 최근 “(재보선 참패에) 책임지는 자세는 (비대위에) 함께하는 것에 있다”고 김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비대위는 차기 당권 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차기 당권은 차기 총선은 물론이고 대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안 전 대표가 책임론을 내세우며 언제까지 외면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 다지기?
신당 창당으로 마지막 도박?


지난 7·30재보선을 계기로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사이가 완전히 멀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원내에 세가 없고 당무경험이 없는 안 전 대표에게는 김 전 대표가 꼭 필요하고, 김 전 대표에게도 안철수와 새정치라는 상징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그 옆엔 김 전 대표가 함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가 지금 당장 일희일비하는 성급한 움직임을 보일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내실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당장) 조직과 세력을 만들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전을 좀 더 내용 있게 만드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지난 넉 달간 당 대표를 역임하며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역량의 부족함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다음 대선에만 집착하며 허둥대다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지 아직 2년이 채 안된 ‘정치초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정치의 내용을 좀 더 구체성 있게 정립하고 자신과 정말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모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실 다지기로
다시 부활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선의원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만 한다”며 “안 전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안 전 대표의 이미지 정치는 한계가 있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조금씩 성과를 낸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분명히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끝으로 “안 전 대표가 재보선 패배 이후 정치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상품성과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단 4개월의 실패로 그의 정치생명이 모두 끝났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안 전 대표가 정치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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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