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해외순방 징크스 집중해부

대통령 비행기 타면 나라는 시끌시끌 “왜?”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해외로 떠날 때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하는 묘한 일이 이번 캐나다·미국 방문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대통령의 임무 중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해외순방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건들이 매번 되풀이되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26일 캐나다·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취임 2년도 채 안돼 이번까지 10번째 해외순방을 다녀온 박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는 청와대가 자신있게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외교성과를 거두며 국격을 높였다는 것이 당·정의 자평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정치적 사건이 터지는 징크스도 재현돼 해외순방 효과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송광용 사퇴
징크스 재현

청와대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이 박 대통령의 캐나다·미국 방문 출발일인 지난 20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국제적 행사인 인천아시안게임이 막 돛을 올린 가운데 주무 수석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이다. 특히 송 전 수석의 사퇴는 임명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여러 가지 뒷말이 나왔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에 대해 당초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송 수석이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짤막한 말 외에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송 전 수석이 내정되기 사흘 전인 지난 6월9일 서울교대 총장 재직시절 도입한 ‘1+3 유학제도’가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아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경찰이 지난 7월31일 송 전 수석을 입건했고, 지난 22일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12일 3기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수석으로 내정될 당시에도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시비로 구설에 올랐으나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총 10차례 해외순방
떠날 때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 터져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사퇴 관련 설명자료’에서 “지난 19일 민정수석실에서 송 전 수석이 서초경찰서에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20일 본인(송 전 수석)에게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청와대 수석의 신분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사의를 표명해와 이를 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또 다시 구멍이 난 것을 감추기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까지 받은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그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송 전 수석의 사퇴는 명백하게 박근혜정부의 고질병인 ‘수첩인사’에 따른 인사참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송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이 끊이지 않는 정수장학회에서 13년간 이사로 지낼 정도로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충분히 오를 만하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때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지교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조속한 막말과 유언비어로 대통령을 비방하는 일부 교민들의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스토킹 시위’는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매국적인 행위”라고 논평을 낼 정도로 시위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윤창중 사태
시작에 불과


문제는 이와 같은 일들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인 지난해 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때마다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은 어김없이 발생했다.

우선 첫 해외순방인 미국 방문 때는 수행원으로 함께한 윤창중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직원(21)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대형사고를 치고 해외순방 중 전격 경질됐다. 윤창중 사태는 2013년 말 중국 <신화통신>이 ‘세계 8대 굴욕 사건’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국제적 망신이었다.

이 사태로 박 대통령도 귀국 후 성과 알리기에 앞서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윤창중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의 2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기습 공개해 여야가 수개월째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또 박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간 주중 한국대사관의 군사외교관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뒤 이를 은폐하려다 발각돼 소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3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져 취임 5개월 만에 옷을 벗는 대형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해 채 전 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선거법 위반 기소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선거법 위반 기소를 강행한 것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가 찍어낸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이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기도 했다. ‘내란음모’는 30년 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덕분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면 아래로 파묻히게 했다. 당시 야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공안정국을 조성해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떠날 때마다
터지는 사건

4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10월 APEC, ASEAN 정상회의 및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기초노령연금 공약파기로 국내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항명 사퇴’ 파문까지 겹치며 박 대통령은 귀국 후 공약파기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5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11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유럽연합 등 서유럽 순방에서는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부정선거 규탄집회를 열어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또한 이 기간에는 박근혜정부의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라는 초유의 사건도 터졌다. 당시 법무부는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의 핵심적인 이유로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핵심인사들이 북한과 연계된 ‘RO’ 조직원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때는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터였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정당 해산심판 청구라는 초유의 사건을 박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순방 중 급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6차 해외순방인 지난 1월 인도·스위스 방문 때는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며 사태를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또 순방 직전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돼 전국이 몸살을 앓기도 했다.

7차 해외순방인 지난 3월 네덜란드·독일 방문 때는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이 자살을 시도한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며 검찰의 ‘윗선’ 조사가 막히기도 했다.


‘윤창중 사태’부터 ‘송광용 사퇴’까지 징크스 지속
대부분 인사참사, 일부 사건은 일부러 터트리기도

8차 해외순방인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순방 때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 직후 원전 관련 행사 참석을 이유로 출국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세월호 사태에서 얻는 교훈은 이윤보다는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한 인식의 공유인데 그 행사(원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해도 부족할 판에 안전과도 거리가 먼 원전 세일즈 해외순방이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고 꼬집었다.

9차 해외순방인 지난 6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매니스탄) 때는 전군에 대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4성 장군인 신현돈 1군사령관이 위수지역을 이탈해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볼썽사나운 음주추태를 부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대신해 새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후보자가 과도한 전관예우 의혹에 휘말려 자진사퇴한 이후 2차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전 후보자의 친일, 반민족적 교회 연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반복되는 참극
깊어가는 한숨


이처럼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부분 인사참사였다는 점이다. 이는 시작부터 인사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박근혜정부가 아직까지도 사람을 제대로 가려 뽑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적재적소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심각하다는 수준을 넘어선 인사 참사가 박 대통령이 해외로 떠날 때마다 되풀이되며 해외순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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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