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비대위’ 빅5 5인5색 노림수

한배 타긴 했는데 동상이몽 “자기 밥그릇 먼저?”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혼란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문재인·박지원·정세균·인재근 의원, 박영선 원내대표 등 야권 거물들이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중량감을 갖춘 비대위가 돛을 올린 것이다. 사실상 각 계파의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들이 비대위원으로 가세하며 당 재건과 혁신을 힘차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벌써부터 야권의 ‘빅5’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비대위가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대위원이 사실상 각 계파의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인재근 비대위원은 각각 친노계, 구민주·호남계, 정세균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의 대표격 인사다.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선 비대위원은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됐지만 당내 소장파 대표로 분류된다.

비노계만 제외한
‘빅5’ 비대위 출범

비노(비노무현)계 대표인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를 제외한 당내 각 계파 수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비대위가 꾸려진 것이다. 김·안 전 대표는 문희상 위원장의 비대위 합류 요청을 받았지만 “당의 혼란을 자초한 직전 대표로서 나서기 어렵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빅5’가 참여하는 이번 비대위는 당면한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제정부터 시작해 당 혁신, 차기 전당대회 룰 및 일정 결정, 전국 지역위원장 및 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구성 등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들이 엇박자를 내며 기대와 달리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형식상 문 위원장의 요청으로 비대위에 합류했지만 제각각 노림수가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2일 열린 첫 비대위 회의부터 비대위원들의 동상이몽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인 문재인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이 먼저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면 어떻게 특검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 줄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답한다면 당이 나서고, 또 제가 나서서 유가족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선 여당 대안제시 후 유가족 설득이라는 다소 유연해진 입장이다.

계파 수장, 유력 차기 당권주자 합류
비대위 임무·활동 놓고 셈법 제각각

반면 정세균 비대위원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야당에게는 손해를 보거나 죽는 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운명처럼 갈 수밖에 없는 길도 있다”며 “세월호 진상규명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법 때문에 국정이 파행하고, 야당이 비판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 비대위원은 “하다하다 안 되면 세정치연합이 의회 권력을 되찾아온 후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2016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승리해 다수당이 된 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장기 플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재근 비대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세월호법과 국회를 식물 상태로 만든 것은 바로 청와대”라며 “청와대의 도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세월호법 제정 지연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게 돌렸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정신으로 세월호법을 해결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여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박영선 비대위원 겸 원내대표는 앞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1, 2차 협상안이 유가족들과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하며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비대위원장직을 문 위원장에게 넘긴 만큼 유가족들과 당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5인5색
현안 해법

차기 전대 룰과 관련해서도 비대위원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먼저 문희상 위원장이 지난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 재도입 여부에 대해 “모바일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바일투표는 지난 2012년 옛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시행됐다가 대리투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지난해 1월 없앤 제도로, 당 조직보다 야권성향 시민 지지층이 두터운 친노계는 선호하지만 비노계는 반대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대해 박지원 비대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바일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비대위에서 논의도 안 되었고, 비대위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가 벌써부터 내부 충돌을 빚는 모습이 연출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문 위원장은 “전대 룰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모바일투표제를 채택하는 것은 어렵다”며 발을 뺐다. 그러나 이는 향후 비대위 내부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 혁신을 놓고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재인·정세균 비대위원은 혁신의 절박함을 강조하며 “이번 비대위에서 혁신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 비대위원은 “혁신도 절박하지만 오해와 분열의 상처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당 화합이 우선’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전대 룰 놓고 충돌?
비노계 “당 혁신·개혁 물 건너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거물급 비대위원들이 차기 전대와 당권을 겨냥해 계파별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비슷한 성향의 의원들과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비대위라는 한배 안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특히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비대위원이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어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 야권 당직자는 “거물급 인사들로 비대위가 꾸려졌지만, 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며 세월호법 협상이 더 어려워지고, 계파 갈등도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비노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노계가 반발하는 1차적 이유는 비대위에 비노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일종의 ‘인사 불만’으로 보인다. 하지만 2차적으로는 가장 경계하는 친노계의 부상을 막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당내 중도파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가 문희상·문재인 주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 해서 ‘이문동위원회’니 ‘쌍문동위원회’니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같은 민집모 소속인 조경태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다음 전대 룰을 정하고 당의 혁신과 개혁을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지금 비대위원을 하고 있는 분들은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비대위원 구성으로 봤을 때 우리 당의 개혁과 혁신은 물 건너갔다”고 맹비난했다.


비대위서
힘겨루기?

물론 비대위원 간 의견의 일치를 이룬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문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더 이상의 계파주의는 허용하지 않겠다”에 대해서는 모든 비대위원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계파의 수장들로 비대위를 꾸리면서 계파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아프리카 부족국가도 아니고 계파 수장만 앉혀놨다”며 “계파 수장이 모여 계파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 위원장이 야심차게 꺼내든 계파 수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각 계파 간 힘겨루기의 장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야권 관계자는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당을 쇄신할 수 있도록 모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각 계파가 비대위를 흔든다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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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