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룰 전쟁 내막

“어찌 선수가 심판 완장 차고 룰을 정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쌓고 이미 시작된 ‘룰의 전쟁’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

이 같은 조짐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투표의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하면 그(모바일 투표)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면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이 친노(친노무현)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투표 재도입을 지지하고 나서자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른바 ‘쌍문 연대설(문희상+문재인)’까지 불거져 나왔다.

사실 모바일투표제 도입은 최근 야권의 내부 경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문제다. 모바일투표 시행과 관련해 친노진영에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비노 진영에선 ‘당원도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면 오히려 당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바일투표는 조직 동원력이 뛰어난 친노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역전돼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패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당시 손학규 후보가 대의원투표에서는 앞섰으나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의 지지자들은 달걀과 페트병 등을 주최 측에 던지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모바일투표와 관련한 크고 작은 오류들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비노진영 지지자들은 ‘모바일투표는 사기 경선’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투표제에 대한 비노세력의 거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바일투표 넣느냐 빼느냐 폭풍전야
당 정상화보단 유리한 전대 룰 우선?

하지만 당 안팎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당내 조직이 탄탄한 비노계를 상대로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 의원 쪽에서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조직이 상대적으로 강한 박지원, 정세균 의원 측에서는 “대의원 중심의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승패는 사실상 차기 공천권이 달린 문제다. 차기 전당대회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실제로 차기 전당대회 룰 논란이 빚어지자 정세균 비대위원은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대위가 본질과 무관한 논란에 휘말리면 맥없이 좌초되고 구제불능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부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25일 일반인이 온라인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네트워크정당’ 구현을 다시 한 번 주창하고 나서 중도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 의원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중도파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모바일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100% 다 믿기 어렵고, 네트워크 정당이라는 말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 내부에선 계파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만약 다른 한쪽이 당권을 잡으면 차기 총선에서 분명히 공천학살을 하려 들텐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있겠는가? 비대위 내부에서 전대 룰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출범 사흘 만에 삐걱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계파 수장들이 직접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선수가 심판의 완장을 차고 자기 멋대로 룰을 정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세균,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

물론 전대준비위를 따로 두기로 했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직접 전대 룰을 정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가 지역위를 꾸리는 조직강화특위와 당헌당규 특위, 전대준비위 등을 꾸리게 돼 전대 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비대위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꼴사나운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현재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포기하고 각 계파 간 지분 나누기가 수월한 집단지도체제로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당의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꼴사나운 계파싸움을 벌인다면 다음 총선은 정말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계파 간 적당히 지분을 나누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국민은 무시?

이렇게 되면 새정치연합의 차기 총선은 최악의 줄서기 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선이 계파 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면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차기 총선에서 현역의원의 30%를 물갈이하기로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비대위 구성에서 제외된 당내 중도혁신파 의원들도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도파를 대변하는 비대위원 임명을 추가 요청하고 김한길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국민들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했던 새정치연합이 벌써부터 전대 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 또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주선 “새정치 도로 열린우리당 됐다”

“모바일투표 도입 논란 역겨워”


중도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진모)’에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지난 25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당 비대위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희상 위원장도 중도적인 분인 줄 알았더니, 벌써 모바일투표 문제를 들고 나와서 찬성을 하는 등 상당히 친노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대위가 문희상, 문재인 주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 해서, ‘이문동위원회’니 ‘쌍문동위원회’니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모바일투표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많이 역겹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