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룰 전쟁 내막

“어찌 선수가 심판 완장 차고 룰을 정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쌓고 이미 시작된 ‘룰의 전쟁’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

이 같은 조짐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투표의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하면 그(모바일 투표)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면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이 친노(친노무현)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투표 재도입을 지지하고 나서자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른바 ‘쌍문 연대설(문희상+문재인)’까지 불거져 나왔다.

사실 모바일투표제 도입은 최근 야권의 내부 경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문제다. 모바일투표 시행과 관련해 친노진영에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비노 진영에선 ‘당원도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면 오히려 당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바일투표는 조직 동원력이 뛰어난 친노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역전돼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패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당시 손학규 후보가 대의원투표에서는 앞섰으나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의 지지자들은 달걀과 페트병 등을 주최 측에 던지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모바일투표와 관련한 크고 작은 오류들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비노진영 지지자들은 ‘모바일투표는 사기 경선’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투표제에 대한 비노세력의 거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바일투표 넣느냐 빼느냐 폭풍전야
당 정상화보단 유리한 전대 룰 우선?

하지만 당 안팎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당내 조직이 탄탄한 비노계를 상대로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 의원 쪽에서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조직이 상대적으로 강한 박지원, 정세균 의원 측에서는 “대의원 중심의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승패는 사실상 차기 공천권이 달린 문제다. 차기 전당대회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실제로 차기 전당대회 룰 논란이 빚어지자 정세균 비대위원은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대위가 본질과 무관한 논란에 휘말리면 맥없이 좌초되고 구제불능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부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25일 일반인이 온라인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네트워크정당’ 구현을 다시 한 번 주창하고 나서 중도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 의원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중도파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모바일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100% 다 믿기 어렵고, 네트워크 정당이라는 말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 내부에선 계파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만약 다른 한쪽이 당권을 잡으면 차기 총선에서 분명히 공천학살을 하려 들텐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있겠는가? 비대위 내부에서 전대 룰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출범 사흘 만에 삐걱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계파 수장들이 직접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선수가 심판의 완장을 차고 자기 멋대로 룰을 정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세균,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

물론 전대준비위를 따로 두기로 했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직접 전대 룰을 정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가 지역위를 꾸리는 조직강화특위와 당헌당규 특위, 전대준비위 등을 꾸리게 돼 전대 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비대위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꼴사나운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현재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포기하고 각 계파 간 지분 나누기가 수월한 집단지도체제로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당의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꼴사나운 계파싸움을 벌인다면 다음 총선은 정말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계파 간 적당히 지분을 나누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국민은 무시?

이렇게 되면 새정치연합의 차기 총선은 최악의 줄서기 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선이 계파 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면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차기 총선에서 현역의원의 30%를 물갈이하기로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비대위 구성에서 제외된 당내 중도혁신파 의원들도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도파를 대변하는 비대위원 임명을 추가 요청하고 김한길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국민들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했던 새정치연합이 벌써부터 전대 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 또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주선 “새정치 도로 열린우리당 됐다”

“모바일투표 도입 논란 역겨워”


중도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진모)’에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지난 25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당 비대위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희상 위원장도 중도적인 분인 줄 알았더니, 벌써 모바일투표 문제를 들고 나와서 찬성을 하는 등 상당히 친노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대위가 문희상, 문재인 주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 해서, ‘이문동위원회’니 ‘쌍문동위원회’니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모바일투표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많이 역겹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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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