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김무성 불안한 마이웨이 막전막후

안하무인 막가는 ‘무대 정치’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무대(김무성 대장) 정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한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던 그가 침묵을 깨고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발언들도 잇달아 쏟아내면서 김 대표의 독자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앞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여권의 강공모드가 국회파행의 장기화를 불러오고 대통령이 역점을 둔 경제활성화 및 규제완화 법안 등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한 발언이다. 평소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과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한 김 대표의 소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정’과 결 다른
김무성의 소신발언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여당이 앞장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책임론 불식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에 대한 김 대표의 답이라는 점에서 현재권력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김 대표가 주요 현안마다 청와대, 정부의 입장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던 터여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으로 불거진 ‘서민증세’ 논란에 대해 “복지가 좋은 나라들은 조세부담률이 높다”며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결국은 증세를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현재는 어떤 증세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증세는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앞서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이 주도하는 ‘국가재정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기업들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 투자를 안 하고 이익금을 쌓아 놓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의 발언은 당·청이 충돌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침묵 깨고 각종 현안마다 제 목소리
청와대·정부 실세 겨냥 발언 쏟아내

그러나 그는 이틀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꼭 최 부총리의 안에 내가 반대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과연 그게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심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기업인 투자욕구를 꺾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무너진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와 각을 세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의 재정확장 방침과 관련, 국가채무비율 등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최 부총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재정확장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에 대해 김 대표가 국가채무비율 등을 문제 삼아 따졌는데, 최 부총리가 재반박하며 20여분간 설전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평소 지론에 따른 “소신발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줄곧 재정건전성 유지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는 실효성은 작은 반면 기업 환경을 둘러싼 대외적 이미지 손상은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소신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김기춘에
거침없는 쓴소리

하지만 김 대표는 최 부총리뿐 아니라 청와대 최고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논란’에 대해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것은 국회에서 답변을 잘못한 김기춘 실잘에게 책임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분 단위로 이렇게 움직였다고 밝혔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않아 문제가 커진 것 아니냐. 대통령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김 실장 측은 ‘야당이 협상 용도로 나를 국회로 부른다’고 반발하는데, 이는 김 실장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며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이들이 그를 견제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터여서 김 대표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민감한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도 “5년 단임제로 집권했던 역대 대통령 6명 중 4명이 자기 당에서 쫓겨났다”며 “5년은 유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길다. 미국 대통령보다 강한 제왕적 권력과 승자독식 게임구조, 총선·대선 주기 불일치도 문제다. 결국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지금이 적기다”고 개헌 의지를 밝혔다.

개헌은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집권하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입장을 바꿔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박 대통령이 일축했던 개헌론까지 꺼내든 것은 기존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시점이 당·청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 때”라며 “김 대표가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권력과
일전 불사?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권력과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정부의 대북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쓴소리를 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많은 엘리트체육인들과 응원단이 와서 교류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몇 년 만에 한 번 오는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틀 전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한다면 환영하겠지만 먼저 참가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정부의 방침에 북한도 “남한이 당치도 않은 시비를 걸면서 심술을 부리고 못되게 놀아댄 결과 우리 응원단의 경기대회 참가는 성사될 수 없게 됐다”며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청와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당내 조직정비 및 세 불리기에도 착수했다. 지난 17일부터는 2주 동안 전국 98개 원외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에 착수하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박 대통령 일축한 개헌 논의도 재점화
국민 향한 일부 발언, 구설 오르기도

이와 함께 지난 18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위원회도 발족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누리당의 보수혁신 청사진을 만들 혁신위원 1차 인선에서 김 위원장을 필두로 대부분 비박계 출신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위원으로 선임된 김영우 대변인, 조해진·김용태·황영철·강석훈·민병주·민현주·서용교·하태경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은 대부분 김 대표와 가까운 옛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비박계다. 위원들 중 확실한 친박계 인사는 강석훈 의원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역과 계파를 배려하지 않았고 개혁모임의 주축멤버를 다 넣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부·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자신의 사람들로 새누리당의 미래를 그려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나아가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라는 설익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발언들
구설 휘말려

한편 김 대표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일부 발언들이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김장실 의원이 주최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방안’ 포럼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가 박승한 씨름협회장의 “의원들이 입씨름 대신 실제로 씨름대회를 한번 하라”는 뼈 있는 농담에 정색하며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씨름인 여러분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 아무리 그렇지만 우리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 논란을 야기했다. 공당의 대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국회를 향한 국민의 농담 섞인 질책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1일에도 김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상인들이 “정치인들이 명절 때만 시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때가 돼서 왔지, 시도 때도 없이 와야 하느냐. 이렇게 왜곡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되받아쳐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선거기간에는 시장을 돌며 도와달라고 읍소하더니 선거가 끝나고 나니 180도 돌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금 당 최고 실세라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진짜 차기 대권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행보는 다소 빠른 감이 있다. 또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도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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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