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김무성 불안한 마이웨이 막전막후

안하무인 막가는 ‘무대 정치’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무대(김무성 대장) 정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한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던 그가 침묵을 깨고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발언들도 잇달아 쏟아내면서 김 대표의 독자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앞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여권의 강공모드가 국회파행의 장기화를 불러오고 대통령이 역점을 둔 경제활성화 및 규제완화 법안 등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한 발언이다. 평소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과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한 김 대표의 소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정’과 결 다른
김무성의 소신발언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여당이 앞장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책임론 불식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에 대한 김 대표의 답이라는 점에서 현재권력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김 대표가 주요 현안마다 청와대, 정부의 입장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던 터여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으로 불거진 ‘서민증세’ 논란에 대해 “복지가 좋은 나라들은 조세부담률이 높다”며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결국은 증세를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현재는 어떤 증세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증세는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앞서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이 주도하는 ‘국가재정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기업들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 투자를 안 하고 이익금을 쌓아 놓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의 발언은 당·청이 충돌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침묵 깨고 각종 현안마다 제 목소리
청와대·정부 실세 겨냥 발언 쏟아내

그러나 그는 이틀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꼭 최 부총리의 안에 내가 반대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과연 그게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심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기업인 투자욕구를 꺾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무너진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와 각을 세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의 재정확장 방침과 관련, 국가채무비율 등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최 부총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재정확장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에 대해 김 대표가 국가채무비율 등을 문제 삼아 따졌는데, 최 부총리가 재반박하며 20여분간 설전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평소 지론에 따른 “소신발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줄곧 재정건전성 유지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는 실효성은 작은 반면 기업 환경을 둘러싼 대외적 이미지 손상은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소신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김기춘에
거침없는 쓴소리

하지만 김 대표는 최 부총리뿐 아니라 청와대 최고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논란’에 대해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것은 국회에서 답변을 잘못한 김기춘 실잘에게 책임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분 단위로 이렇게 움직였다고 밝혔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않아 문제가 커진 것 아니냐. 대통령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김 실장 측은 ‘야당이 협상 용도로 나를 국회로 부른다’고 반발하는데, 이는 김 실장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며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이들이 그를 견제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터여서 김 대표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민감한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도 “5년 단임제로 집권했던 역대 대통령 6명 중 4명이 자기 당에서 쫓겨났다”며 “5년은 유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길다. 미국 대통령보다 강한 제왕적 권력과 승자독식 게임구조, 총선·대선 주기 불일치도 문제다. 결국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지금이 적기다”고 개헌 의지를 밝혔다.

개헌은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집권하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입장을 바꿔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박 대통령이 일축했던 개헌론까지 꺼내든 것은 기존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시점이 당·청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 때”라며 “김 대표가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권력과
일전 불사?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권력과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정부의 대북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쓴소리를 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많은 엘리트체육인들과 응원단이 와서 교류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몇 년 만에 한 번 오는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틀 전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한다면 환영하겠지만 먼저 참가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정부의 방침에 북한도 “남한이 당치도 않은 시비를 걸면서 심술을 부리고 못되게 놀아댄 결과 우리 응원단의 경기대회 참가는 성사될 수 없게 됐다”며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청와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당내 조직정비 및 세 불리기에도 착수했다. 지난 17일부터는 2주 동안 전국 98개 원외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에 착수하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박 대통령 일축한 개헌 논의도 재점화
국민 향한 일부 발언, 구설 오르기도


이와 함께 지난 18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위원회도 발족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누리당의 보수혁신 청사진을 만들 혁신위원 1차 인선에서 김 위원장을 필두로 대부분 비박계 출신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위원으로 선임된 김영우 대변인, 조해진·김용태·황영철·강석훈·민병주·민현주·서용교·하태경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은 대부분 김 대표와 가까운 옛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비박계다. 위원들 중 확실한 친박계 인사는 강석훈 의원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역과 계파를 배려하지 않았고 개혁모임의 주축멤버를 다 넣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부·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자신의 사람들로 새누리당의 미래를 그려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나아가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라는 설익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발언들
구설 휘말려

한편 김 대표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일부 발언들이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김장실 의원이 주최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방안’ 포럼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가 박승한 씨름협회장의 “의원들이 입씨름 대신 실제로 씨름대회를 한번 하라”는 뼈 있는 농담에 정색하며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씨름인 여러분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 아무리 그렇지만 우리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 논란을 야기했다. 공당의 대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국회를 향한 국민의 농담 섞인 질책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1일에도 김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상인들이 “정치인들이 명절 때만 시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때가 돼서 왔지, 시도 때도 없이 와야 하느냐. 이렇게 왜곡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되받아쳐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선거기간에는 시장을 돌며 도와달라고 읍소하더니 선거가 끝나고 나니 180도 돌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금 당 최고 실세라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진짜 차기 대권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행보는 다소 빠른 감이 있다. 또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도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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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