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8년 만에 중앙정치권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의 복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그를 지명한 것이 잠재적 차기 대권 경쟁자인 김무성 대표이고, 김 위원장은 이를 알고도 수락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두 거물이 잠재적 적과의 동침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의 보수혁신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정했다”며 “2번의 (경기)도지사 경험과 3선 국회의원 경력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김 전 지사가 평생 살아오면서 보여준 개혁에 대한 진정성과 성실함을 (김 대표가)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잡은 두 MS
이에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죄인이 된 심정으로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도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결심했다”고 중앙정치 복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경기지사 재선 임기를 마친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의 혁신을 이끌 기구의 책임자로 8년 만에 중앙정치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김 대표의 김 위원장 기용은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영문이니셜이 MS로 같은 여권의 두 거물은 동갑(1951년생)으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처음으로 원내에 입성한 친구이자 동료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지만, 현재는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인 까닭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들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대로 가면 어렵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사심 없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두 MS가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안자인 김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에 대한 견제’와 ‘상생의 수’라는 복합적인 노림수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래권력으로 커가는 그를 견제하려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던 상황에서 대표적 ‘비박(비박근혜)’계 거물인 김 위원장을 영입해 청와대의 견제는 분산시키고,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결국 김 대표의 추인과 집행이 필요한 만큼 공은 나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지난 18대 대선 경선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 위원장은 이미 대세를 형성한 박근혜 후보에게 정면으로 맞서 거침없는 쓴소리를 가한 전력이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일명 ‘차떼기당’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라는 최대 악재 속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최병렬 당시 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을 줄줄이 탈락시키는 개혁공천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이제이’와 ‘상생의 수’가 어우러진 선택이라는 얘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혁신위원장’ 카드는 신의 한수”라며 “당내 주류인 친박(친박근혜)세력을 견제할 수도 있고, 또 혁신의 공은 나눠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측근 의원들도 이러한 분석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무성, 공은 나누고 청와대 견제도 분산
김문수, 명분있는 복귀에 체급 키울 찬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앞서 7·30재보선 과정에서 당의 강력한 서울 동작을 출마 요청을 거절했던 상황에서 두 번씩이나 당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는 점과 혁신위원장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낼 경우 차기 대권가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김 위원장은 도지사 임기를 마친 직후부터 추석이전까지 “국민 속에서 성찰을 시간을 가지며 차기 대권을 준비하겠다”며 봉사활동, 택시운전 등 이른바 민심 행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때문에 불과 3개월도 채 안돼 중앙정치로 복귀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김 대표의 삼고초려라는 명분도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제가 15대 국회 동기로서 오랜 기간 동안 동지로서, 친구로서 죽 지켜봤는데 현재 새누리당 지도자 중에 가장 개혁적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제가 평가를 한다”며 “그래서 삼고초려 끝에 새누리당의 변화를 위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복합적인 정치적 계산 속 김 대표의 노림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정권재창출을 위한 보수혁신의 큰 틀에는 두 사람 간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방법론을 놓고는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김 위원장은 혁신방향에 대해 “부패와 타협할 수 없다. 청렴영생 부패즉사(청렴하면 영원히 살고, 부패하면 바로 죽을 것이라는 뜻), 깨끗한 정치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정치적 타협도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딸이 수원대 교수로 특채된 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로부터 지난 6월 딸 채용 대가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았다는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죄)로 고발을 당한 상태다.
또한 두 사람은 외형상 상향식 공천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사실상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김 대표가 총선이 다가왔을 때에도 막강한 권한인 공천권을 내려놓을지는 미지수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김 지사의 중앙정치 복귀지만 충돌할 여지도 충분히 있는 셈이다.
상생? 충돌?
게다가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의 수위에 따라 친박계가 거세게 반발해 당이 분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타협적 스타일의 김 위원장이 혁신안에 대해 쉽게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친박계는 김무성 체제 새누리당의 당직인선 과정에서 이군현 사무총장을 비롯해 친이(친이명박)계 등 비박계가 전진 배치된 데 이어 사실상 당의 새 판을 짜는 혁신을 전담하는 혁신위에 비박계인 김 위원장이 임명돼 편치 않은 상황이다.
친박계는 일단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공천 개혁 등을 포함한 ‘김문수표 혁신안’이 윤곽을 드러내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갈등의 씨가 내재된 상황에서 추후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을 놓고 당이 격랑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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