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직전 새정치 분당 시나리오 막전막후

급한 불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 불씨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새정치연합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제1야당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 파동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당무에 전격 복귀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도한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이 두 차례나 당내 강경파에 의해 거부되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카드마저 좌절되자 탈당까지 언급하며 사흘간이나 두문불출했었다.

최대 30명 탈당?
구체적인 숫자까지

사실상 당대표 격인 박 원내대표의 탈당선언으로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당대표가 탈당하겠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결국 분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최대 30여명의 의원들이 따라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동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설’로만 떠돌던 분당 위기가 처음으로 현실화된 사건이라 충격적이었다. 얼마든지 새정치연합이 분당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의 당무복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을 분당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지뢰도 곳곳에 아직 산재해 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와 당내 강경파 의원들 간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난파선' 새정치, '노아의 방주' 누가 탈까?
여의도 일각에선 분당 리스트까지 나돌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탈당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자 “차라리 출당시키자”며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내부 갈등을 봉합시키긴 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를 통해 당내 의원들에게 느꼈을 실망감과 배신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다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거론이 ‘우발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가 불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돈 교수가 제3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박 원내대표가 이에 화답하듯 탈당을 거론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처음부터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당에서 의원 20여명은 충분히 (제3지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여의도에서는 한때 새정치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의 명단이 리스트로 돌기도 했다. 생각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 원내대표가 일단 당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물밑에선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분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있다.

음모론도 난립
표류하는 새정치


세월호 해법에 대한 강경파와 중도온건파의 여전한 시각차도 분당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 해법에 대해 “야당의 투쟁력은 곧 협상력”이라며 “새정치연합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싸우지 않는 야당, 힘없는 야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황주홍 의원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강경파들이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것은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 내부의 강경파와 중도온건파는 같은 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다르다. 정치권에선 정국현안마다 사사건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진영이 과연 아슬아슬한 동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도온건파 진영에선 공공연히 ‘분당론’이 거론되고 있으며 안철수 의원은 박주선, 오제세 의원과 회동을 가지는 등 중도온건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생각이 다른데 차기 총선에서 중도온건파든 강경파든 어느 한쪽이 공천권을 쥐게 되면 반드시 다른 한쪽을 공천학살하려 할 것이 뻔하다. 다른 한 쪽이 과연 당에 남아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이들과 손을 잡고 당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내 어떤 인물보다 안 의원이 당을 떠날 경우엔 그 파장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분당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타개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의 혁신을 이끌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보이지 않고, 구성원들은 집권보다는 2등 기득권에 빠져 차기 공천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분당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차기 총선이 다가올 때까지 현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침몰하는 새정치연합을 이탈하려는 의원들이 분명이 나올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로 입지가 크게 흔들린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분당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지형도 크게 흔들어 놨다.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친노계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이다.

이상돈 교수 영입에 문 의원도 찬성했었다는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당 내부에선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친노 초재선 의원들이 문 의원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일각에선 친노가 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친노 분화설’까지 나왔다.

문 의원은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계파 수장에 오른 것이 아니라 당내 친노계에 의해 사실상 추대된 케이스다. 따라서 친노계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계파 수장의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친노 내부에서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이 문 의원보단 안희정 충남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가운데도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역시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차기 대권 지형이 당내 인사들에게 크게 불리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원외인사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극심한 혼란
원외인사 반사이익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현재 4~5개의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가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어느 쪽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당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하고, 당 전면에 나서면 흔들어 떨어뜨리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는 한 당내 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지난 10년 동안 지도부가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따라서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입지를 굳히기 힘든 당내 상황에 절망해 최후의 카드로 탈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당인 듯 같은 당 아닌 새정치연합
물밑에선 분당 준비로 분주? 음모론도


새롭게 선출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는 당의 개혁을 주도하는 혁신형 비대위 보다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에도 문 위원장은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었다. 문 위원장은 당시에도 혁신보다는 무난하게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로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작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는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현상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하다”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했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은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없다
분당만이 살 길?

물론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은 묘한 정치적 균형감각이 있다. 지금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차기 총선 때가 되면 분명히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며 “세월호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박근혜정권의 서민증세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제3정당 실험은 안철수 의원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나? 그 과정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고도 감히 제3정당 창당을 시도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제3정당이 들어서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게 되고 야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조명 받는 야권 분열의 역사

박영선 해프닝, 분열로 이어질까?

박영선 원내대표가 한때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야권 분열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87년 대선이다.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야권주자는 끝내 갈라섰고 황당하게도 대권은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게 돌아간다.

이후 YS가 민정당과 3당 합당에 나서자 DJ의 평화민주당은 재야운동가를 영입해 신민주연합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몇개월 뒤 3당 합당에 반대했던 통일민주당 출신 인사들까지 영입해 민주당으로 재탄생했다.
야권의 이합집산은 잠시 주춤했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DJ가 복귀하자 다시 시작됐다. 1995년 DJ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제1야당으로 도약했고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이후에도 야권의 이합집산은 계속된다. 새천년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쪼개졌고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급락한 열린우리당은 무려 80명의 의원이 탈당했고 민주당 탈당세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탈당세력과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야권은 통합민주당,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꿔왔고 올 초에는 안철수신당과 합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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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