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직전 새정치 분당 시나리오 막전막후

급한 불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 불씨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새정치연합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제1야당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 파동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당무에 전격 복귀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도한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이 두 차례나 당내 강경파에 의해 거부되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카드마저 좌절되자 탈당까지 언급하며 사흘간이나 두문불출했었다.

최대 30명 탈당?
구체적인 숫자까지

사실상 당대표 격인 박 원내대표의 탈당선언으로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당대표가 탈당하겠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결국 분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최대 30여명의 의원들이 따라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동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설’로만 떠돌던 분당 위기가 처음으로 현실화된 사건이라 충격적이었다. 얼마든지 새정치연합이 분당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의 당무복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을 분당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지뢰도 곳곳에 아직 산재해 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와 당내 강경파 의원들 간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난파선' 새정치, '노아의 방주' 누가 탈까?
여의도 일각에선 분당 리스트까지 나돌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탈당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자 “차라리 출당시키자”며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내부 갈등을 봉합시키긴 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를 통해 당내 의원들에게 느꼈을 실망감과 배신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다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거론이 ‘우발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가 불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돈 교수가 제3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박 원내대표가 이에 화답하듯 탈당을 거론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처음부터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당에서 의원 20여명은 충분히 (제3지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여의도에서는 한때 새정치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의 명단이 리스트로 돌기도 했다. 생각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 원내대표가 일단 당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물밑에선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분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있다.

음모론도 난립
표류하는 새정치


세월호 해법에 대한 강경파와 중도온건파의 여전한 시각차도 분당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 해법에 대해 “야당의 투쟁력은 곧 협상력”이라며 “새정치연합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싸우지 않는 야당, 힘없는 야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황주홍 의원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강경파들이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것은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 내부의 강경파와 중도온건파는 같은 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다르다. 정치권에선 정국현안마다 사사건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진영이 과연 아슬아슬한 동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도온건파 진영에선 공공연히 ‘분당론’이 거론되고 있으며 안철수 의원은 박주선, 오제세 의원과 회동을 가지는 등 중도온건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생각이 다른데 차기 총선에서 중도온건파든 강경파든 어느 한쪽이 공천권을 쥐게 되면 반드시 다른 한쪽을 공천학살하려 할 것이 뻔하다. 다른 한 쪽이 과연 당에 남아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이들과 손을 잡고 당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내 어떤 인물보다 안 의원이 당을 떠날 경우엔 그 파장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분당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타개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의 혁신을 이끌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보이지 않고, 구성원들은 집권보다는 2등 기득권에 빠져 차기 공천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분당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차기 총선이 다가올 때까지 현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침몰하는 새정치연합을 이탈하려는 의원들이 분명이 나올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로 입지가 크게 흔들린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분당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지형도 크게 흔들어 놨다.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친노계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이다.

이상돈 교수 영입에 문 의원도 찬성했었다는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당 내부에선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친노 초재선 의원들이 문 의원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일각에선 친노가 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친노 분화설’까지 나왔다.

문 의원은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계파 수장에 오른 것이 아니라 당내 친노계에 의해 사실상 추대된 케이스다. 따라서 친노계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계파 수장의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친노 내부에서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이 문 의원보단 안희정 충남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가운데도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역시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차기 대권 지형이 당내 인사들에게 크게 불리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원외인사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극심한 혼란
원외인사 반사이익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현재 4~5개의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가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어느 쪽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당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하고, 당 전면에 나서면 흔들어 떨어뜨리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는 한 당내 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지난 10년 동안 지도부가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따라서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입지를 굳히기 힘든 당내 상황에 절망해 최후의 카드로 탈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당인 듯 같은 당 아닌 새정치연합
물밑에선 분당 준비로 분주? 음모론도


새롭게 선출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는 당의 개혁을 주도하는 혁신형 비대위 보다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에도 문 위원장은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었다. 문 위원장은 당시에도 혁신보다는 무난하게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로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작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는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현상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하다”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했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은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없다
분당만이 살 길?

물론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은 묘한 정치적 균형감각이 있다. 지금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차기 총선 때가 되면 분명히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며 “세월호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박근혜정권의 서민증세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제3정당 실험은 안철수 의원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나? 그 과정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고도 감히 제3정당 창당을 시도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제3정당이 들어서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게 되고 야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조명 받는 야권 분열의 역사

박영선 해프닝, 분열로 이어질까?

박영선 원내대표가 한때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야권 분열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87년 대선이다.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야권주자는 끝내 갈라섰고 황당하게도 대권은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게 돌아간다.

이후 YS가 민정당과 3당 합당에 나서자 DJ의 평화민주당은 재야운동가를 영입해 신민주연합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몇개월 뒤 3당 합당에 반대했던 통일민주당 출신 인사들까지 영입해 민주당으로 재탄생했다.
야권의 이합집산은 잠시 주춤했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DJ가 복귀하자 다시 시작됐다. 1995년 DJ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제1야당으로 도약했고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이후에도 야권의 이합집산은 계속된다. 새천년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쪼개졌고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급락한 열린우리당은 무려 80명의 의원이 탈당했고 민주당 탈당세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탈당세력과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야권은 통합민주당,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꿔왔고 올 초에는 안철수신당과 합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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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