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현대중공업 고개 드는 MJ복귀론 막전막후

‘딱히 할 일도 없는데…’회사 살리기 나설까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 손실을 봤다. 19년간 무파업을 자랑하던 노조는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정몽준 전 의원 측근들이 속속 회사로 복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 전 의원의 현대중공업 복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때마침(?) 정 전 의원은 백수 신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해운사는 수주 물량 감소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고, 일부 해운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의 부진은 관련 산업으로 이어졌다.

세계 1위 현대중
해운 불황에 휘청

그중 조선업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도 불황의 늪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한해운, STX팬오션이 차례로 넘어졌고 후발주자인 중국 조선업체가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불황의 파고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까지 덮쳤다.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19년 무파업 역사까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액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5.2% 감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84%, 578% 급락했다.

당초 증권가가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를 250억원 정도로 예측했기 때문에 업계 충격은 더욱 컸다. 


현대중공업은 실적부진의 원인을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 대형공사의 공정지연과 비용증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 골리앗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생산비용을 처음에는 12억달러(1조2300억원)로 계산했으나 최근 들어 비용추정치는 22억달러(2조5000억원)로 급증했다. 건조에 들어간 뒤 두 차례나 설계가 바뀌면서 인도 시기가 지난해 7월에서 올해 하반기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0월 수주한 호주 고르곤 프로젝트도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말 종료됐어야 하지만 선주사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해 설계 변경을 반복했고 건조 지연으로 이어졌다.

사상 최대 규모 영업손실, 노조 파업 움직임
구원투수 긴급투입…최길선-권오갑 투톱체제

현대삼호중공업이 2012년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급의 반잠수식 시추선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씨드릴사로부터 수주한 이 공사도 선주사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설계 변경이 잦아졌고 공사손실충당금 증가에 한몫했다.

육상플랜트에서도 문제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주한 제다 사우스 프로젝트와 슈퀘이크 프로젝트 등은 당초 계획보다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고스란이 손실로 잡혔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플랜트 부문 공사 지연 등으로 올 2분기에만 약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중공업은 19년 동안 이어져온 무파업 역사가 깨지기 직전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지난 1987년 설립된 현대중공업노조는 설립해 울산시청을 점거하고 88년에는 128일간 파업을 이어가는 등 강성 기조를 걸었다. 90년에는 골리앗 크레인은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고 94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등 대규모 분규가 발생했다.

엇갈리는 노사
대규모 파업 예고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고 수많은 해고자 발생과 임금손실, 노조 내부 갈등 등 피해가 발생했다. '회사가 정말 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노동자들 사이에 퍼졌고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후 95년 첫 무분규 타협에 성공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떨어져나갔던 '강성' 타이틀이 돌아온 것은 지난해 10월 정병모 후보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물밑협상 후 사측 일괄제시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오던 기존 협상관례가 노조에 의해 거부됐고, 노사는 지난 5월14일 처음 접촉한 후 30차례가 넘는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 의견은 극명하다. 노조는 요구하는 사항은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2만3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 50여 가지다.

소유·경영 분리
10년 만에 깨지나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생산성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정기상여급 700% 통상임금에 포함 ▲2015년부터 정년 60세 확정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및 노조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쟁의조정시청을 내고 파업 절차에 착수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추가교섭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조정연장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시 협상을 재개했다. 중노위는 조정기간을 오는 25일까지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과는 별개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정대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이 깨진다.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꺼낸 든 첫 번째 카드는 '사장단 인사 단행'이다. 이재성 대표이사 회장을 상담역으로 경질하고 지난달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 이어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내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권 사장은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4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권 사장 후임인사로는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내정됐다.
 

권 사장은 내부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현대오일뱅크 재직 당시 사장업무용 차량인 에쿠스를 직원들의 웨딩카로 제공했고 모친상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일화가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직원 급여 1%를 기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도 했으며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2년 연속 임금위임과 단체교섭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권 사장은 지난 16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취임사를 통해 "원칙과 기본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오직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는 회사'로 변화시켜 나가겠다.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다.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백사장 지도만으로 선박을 수주한 고 정주영 창업자의 현대중공업 창업 스토리를 언급하면서 위기 극복을 자신한 뒤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 노와 사라는 편가르기도 그만두자"며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총괄하게 된 최길선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바로 울산으로 내려가 현장 점검에 착수하는 등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최 회장은 오랜 기간 조선업계에 종사한 '베테랑'으로 한국 조선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 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비상경영을 '최길선-권오갑' 투톱 체제하에 돌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김외현 회장은 차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현대중공업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몽준, 두고 보지만 않을 것"
어떤 식으로든 '역할론' 주목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된 대표적 기업으로 분류된다. 대주주는 정몽준 전 의원. 정 전 의원은 부친의 뜻에 따라 82년 31세의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아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88년 3월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울산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04년부터는 회사와 관련된 모든 직함을 다 접었다. 현대중공업 지배 구조는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5.98%를 보유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 기류는 다르다. 정 전 의원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회사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이 정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다 정 전 의원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정치적 백수' 신세이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정 전 의원의 직계 라인으로 분류된다. 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권 사장은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까지 구매, 영업, 관리,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권 사장은 현대축구단 단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과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어 축구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아 왔던 정 전 의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실적 향상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2년 만인 84년 임원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와 현대미포조선 대표 등 핵심 계열사 요직을 거쳐 2005년 현대중공업 사장직에 올랐다가 2009년 퇴임했다.

두 사람이 전문경영인으로 현대중공업에 합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외형상으로는 소유와 분리 원칙을 지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자신의 최측근을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회사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정 전 의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의원이 현재 '정치적 백수' 신세라는 점도 복귀설에 힘을 보탠다. 정 전 의원은 지난 4월 서울시장에서 낙선한 뒤 '야인'이 됐다. 정치권에서 모습을 숨겼다. 의원 신분도 아니라서 여의도에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자제하고 있다. 지난 8월 허정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으로부터 지목을 받아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같은 달 미국으로 건너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게 알려진 정치적 일정의 전부다.

반대로 기업방문은 잦아졌다.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 미국 뉴욕 본사와 코네티컷 연구소를 방문했으며 지난 15일 중국 방문길에 올라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인 바이두, 레노버, 알리바바 본사 등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의 영향력 확대가 3세 경영을 위한 준비라는 시각도 있다. 정 전 의원의 장남 기선씨는 지난해 6월 재입사 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2009년 재무팀 대리로 현대중공업에 발을 들인 기선씨는 유학을 떠난 뒤 3년 만에 울산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정치적 행보 ↓
해외기업 방문 ↑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는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당초 임원 승진이 유력했지만 안팎의 관심으로 인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선씨는 그간 나이가 어리고 회사 근무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경영전반에 나설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측근들이 최전방에 포진한 지금은 다르다. 상황에 따라 기선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은 2004년 이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 전 의원과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이 어떤 방법으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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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