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말년에 체면 구긴 박희태 전 국회의장

만지긴 만졌는데 성희롱은 아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장본인이자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골프장 캐디 A씨의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진 게 알려지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박 전 의장은 “손녀 같아서 귀엽단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렀다.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말년에 먹구름이 제대로 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캐디 A씨의 신체를 함부로 만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다음날인 12일 해당 골프장 측은 “전날 오전 8시30분 박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라운딩을 시작했고 9번째 홀에서 라운딩을 함께하던 A씨가 캐디 마스터에게 교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골프장 측은 9번째 홀에서 A씨를 다른 캐디로 교체했다. 골프장 측은 “교체 요청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문변호사를 통해 A씨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가슴 한번 
툭 찔렀을 뿐“
 
김 전 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씨의 동료들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분개하는 상황이다. A씨의 동료 B씨는 “어제 ‘동료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골프장 전체에 퍼졌다”며 “제대로 된 경찰 조사가 이뤄져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에 내가 모시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행실이 과히 좋지 않았다”며 “캐디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났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은 사건 당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날 밤 A씨를 다시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룬 것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A씨는 성추행을 당한 다음날인 12일 오후 3시30분께 원주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당한 피해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 진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박 전 의장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의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경찰 관게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상관없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정황과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16일 박 전 의장을 피혐의자(피내사자) 신분으로 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박 전 의장은 10일 이내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의장이 출석요구에 응할 때 까지 2차, 3차 출석 요구서를 추가로 발송할 계획이다. 경찰은 골프장 측 등 참고인 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다.
 
또 경찰은 박 전 의장의 소환조사 이후 정식 입건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6월부터 성범죄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기관이 인지해 처벌에 나설 수 있게 된 점도 입건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골프장 캐디 추태 일파만파
궁색한 해명에 비난의 화살 
 
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는 성명을 통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와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의 상임고문은 골프나 치고, 성추행 사건까지 일으키고 있다. 집권여당의 정국 상황 인식 수준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일이 수없이 반복돼온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4대악을 척결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성추문 파문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뻔뻔한 해명
 
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박희태는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 ‘등허리나 팔뚝을 만진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다’고 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그때 한 번만 싫은 표정을 지었으면 그랬겠냐. 전혀 그럼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나타낸 일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박 전 의장을 비판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간 정치인은 자신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친밀감의 표시였다’고 발뺌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또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그 결과 유야무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19일 새정치민주연합은 허영일 부대변인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논평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우발적 행동보다 골프 치면서 홀마다 성추행을 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님의 죄질이 더 무겁다”면서 “박희태 전 의장의 행적과 언행에는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에 경찰은 박 의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해야,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법의 원칙적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경찰의 과잉의지와 정권 눈치보기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도 지친다”며 “개미지옥을 파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개미귀신을 보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사건 발생일부터 현재까지 박 전 의장의 성희롱 고소 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의장 캐디 성추행 논란은 부끄럽게도 외신을 탔다. 미국의 국제적인 골프뉴스 사이트 <골프뉴스넷>이 지난 14일 ‘한국 유명 정치인 여성 캐디 성추행 혐의’라는 제목으로 박 전 의장의 얼굴과 함께 성추행 소식을 올렸다고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가 18일 전했다. <골프뉴스넷>은 인터넷 뉴스와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미국에 2600만명, 해외에 수백만명의 네티즌들에게 서비스하는 사이트다. <골프뉴스넷>은 박 전 의장이 2012년 당권다툼에서 동료 당원들을 매수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덧붙였다.
 
박 “싫은 표정 아니었다” 
캐디 “홀마다 더듬었다”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전당대회 직전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을 통해 같은 당 고승덕 전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 특별사면을 받았다.
 
박 전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건 고승덕 전 의원이 <서울경제>에 ‘로터리 칼럼’을 쓰면서부터였다. 그는 칼럼에서 “한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필자에게 봉투가 배달됐다. 어느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상당한 돈이 담겨 있었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 필자는 어차피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문제는 그 후 벌어졌다. 당선된 후보가 필자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했다. 이상했다. 지지했는데 왜 그렇게 대할까. 정치 선배에게 물어보니 돈을 돌려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까지도 그 선배의 냉대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에게 죄가 있다면 당내선거에서 돈을 말없이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몰랐던 점”이라며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문제점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고 전 의원의 말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부분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한나라당 간판 바꾼
돈봉투 사건의 주범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2008년 친이계는 실제로 자신들을 대표할 인물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가 박 전 의원을 공식후보로 추대했고, 그해 전당대회에서 친이계의 지지를 받은 박 전 의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됐다. 300만원 돈봉투를 전달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박 전 의장이 당 대표가 되자,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박 전 의장 돈봉투 사건은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혁신 작업에 매진하던 새누리당에게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 신분으로 무당적 신분이었지만 새누리당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이를 두고 ‘친이계(친이명박) 죽이기’라는 당내 논란까지 겹치며 해묵은 친이-친박 계파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달았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 사건을 즉각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박 전 의장의 ‘결자해지’를 바랐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시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의장은 “문제가 된 이 사건은 4년 전의 일이다.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국회의장 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그저 총선불출마 입장만 밝혔던 것이다.
 
6선 의원에 국회의장

돈봉투 파문으로 망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국회문제이므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조속히 현명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약속했던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새누리당은 박 전 의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면서 당의 ‘어른’으로 모셨다. 정치쇄신 역행의 꼭지점을 찍었던 것.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정한 당헌·당규나 윤리강령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당원규정 7조는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의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로 당원자격심사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경선 의무를 명시한 윤리강령 13조에는 “당직 또는 공직후보자 경선에 출마하는 자는 공정한 경선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하며”라며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첫 머리로 올려놨다.
 
박 전 의장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3회 고등고시 법학과에 합격해 오랫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그는 1988년 총선에서 민주정의당에 영입돼 고향 남해군이 포함된 남해군·하동군 선거구에 출마해 제13대 국회에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초선 때인 88년 12월부터는 당 대변인을 맡아 4년3개월간 직을 수행했다. 대변인 시절에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등의 정치 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93년에는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으나, 이중국적을 가진 딸이 이화여대에 특례입학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돼 장관 취임 10일 만에 사퇴했다.
 
같은 해 말부터 94년 초 사이에는 당시 민주당 김원웅 의원이 여야의원 137명의 서명을 받아 반민법의 취지를 이어받은 ‘민족정통성회복특별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강력한 저항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김 전 의장이 완강히 심의를 거부해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 9단이…
순식간에 몰락
 
14, 15, 16, 17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국회 내 입지를 굳혀간 그는 17대 시절에는 국회부의장직도 수행했다. 5선을 기록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중진의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7월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경남 양산 재출마를 선언으로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2009년 10월28일 양산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내세운 친노 후보 송인배에게 쫓기며 고전하다 3000여표 차(3만801표(38.1%), 송인배 2만7502표(34.1))로 가까스로 당선되면서 6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당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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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