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14국정감사 이슈 '총정리'

굵직굵직한 이슈 산더미 "잘하면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당초 8월에 실시되기로 했던 사상 첫 분리 국정감사가 무산됐다. 때문에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부터 2차 국정감사로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유독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많아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후반기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핫이슈들을 미리 살펴봤다.

당초 여야는 올해부터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두 차례(1차 8월26일~9월4일, 2차 10월1일~10일)로 분리 시행키로 합의했었다. 짧은 기간 많은 산하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매년 부실국감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 첫 분리국감은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잘하면 뜬다”
예비 국감스타

올해는 세월호 참사, 고양터미널 화재,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윤 일병 사망사건 등 유독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국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따라서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부터 2차 국감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의 활약 정도에 따라 정치인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세월호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항만공사 등의 기관들이 감사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상임위다. 농해수위는 이들 기관들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책임 문제 등을 철저히 따지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세월호 여파로 너도나도 ‘안전제일’
톱스타 국감장에? 연예계도 긴장


특히 농해수위의 감사대상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여야의 집중 공략대상이 될 전망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세월호 선박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기관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E등급(아주 미흡) 판정을 받기도 했다. 물론 농해수위에서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안 외에도 쌀 관세화, 한중FTA, 기초농산물 수매제 등 주요 현안도 비중있게 검토될 예정이다.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게 되는 안행위는 당초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꾼 안행부가 정작 이번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안행위 소속 의원들은 안행부와 경찰청, 소방방재청 산하 20개 공공기관과 공직유관기관 등에 69명의 ‘관피아’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고, 공직자의 비리 및 예산낭비 실태에 대한 감찰에 착수키로 한 상태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사고관리 체계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이슈
국감까지 지속?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위)에서도 안전 문제를 최대 화두로 꺼내들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산자위 국감에서는 원전비리와 전력난 해결 대책이 최대 이슈였으나 올 여름에는 별다른 전력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많은 의원들이 산업부와 산하기관의 안전대책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위 소속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전국 13개 노후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사업소 300곳 중 150곳이 전기안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부분을 따져 물을 예정이며,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은 한국전력이 전선이선공법이 기존 작업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사비 절감을 위해 해당 공법을 고집해온 점을 추궁할 예정이다.

야권은 이외에도 산업부가 밀어붙여 올 초 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성과가 마땅치 않은 점도 질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외촉법 통과 시 2조3000억원의 투자, 1만40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FTA 체결에 따른 수입가격 인하 체감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역시 야권의 공격대상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칠레, 미국, EU 등 47개국과의 FTA를 체결했지만 칠레산 포도, 미국산 오렌지와 쇠고기, EU산 돼지고기 가격은 관세인하에도 FTA 이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 연천 관심병사 트럭 탈영 사건, 훈련 중 특전사 사망사고, 4성 장군 음주추태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올해는 군 관련 사건사고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군 기강해이, 군부대 내 가혹행위와 관리부실 문제 등을 집중 추궁하고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국감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잇따라 발생한 군 관련 사고가 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기간 발생했다며 ‘김관진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군 기강은 해이해져만 가고, 인권의식도 없고, 안전에 대한 책임과 준비도 없는 허점투성이, 문제투성이 군을 이렇게 방치하고, 은폐해 왔으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안보를 총괄 책임지는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영전할 수 있었단 말인가”라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비판했다.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에서는 부동산 규제완화, 가계부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초이(최경환)노믹스’로 불리는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에 대해 새정치연합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실세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금융당국 수장이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예고했다.

당초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가 규제 완화 입장을 표명하자 이를 옹호하고 나서서 논란이 일었었다.

또 정무위에서는 올해 초 발생한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감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 강화 대책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가 폐지됨에 따라 대체 인증수단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현안
세월호에 묻히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피감기관인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에서는 최근 톱스타 송혜교의 탈세혐의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연루 의혹 등이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송혜교에 대한 봐주기 세무 조사가 큰 화제를 낳으면서 기재부 국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이례적으로 무척 높아진 상태다. 

송혜교뿐만 아니라 최근 한류스타 장근석도 탈세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재위 국감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 연예인 탈세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세청과 관련해서는 지난해에 이어 세수 실적 부진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실적 부진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재위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실효성, 체납세금 징수의 문제점, 추가적인 세원 발굴 방안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번에 탄생할 국감스타는 누구?
정치권 이목 온통 10월 국감장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까지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대법원, 군사법원, 법무부, 대검찰청 등을 점검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국정감사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이들 고위인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할 예정이다.

또 최근 윤 일병 사건 등에서 드러난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강하게 질타하고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할 계획이다. 법사위는 당초 1차 국감에서 군사법원과 관련해 이틀의 일정을 배정하는 등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국감에서는 단골 메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문제와 다른 공공기관보다 월등히 많은 전문직원제도 등의 방만경영을 질타할 예정이다.

군·검 긴장
개혁 이뤄질까?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임대주택 등록제 등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관련해서는 올해 국감에서도 ‘4대강 사업’ 이슈로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4대강 보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와 4대강 사업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뜨거운 논쟁이 예고된다.

야당은 4대강 보 건설이 유속의 흐름을 막아 큰빗이끼벌레를 확산시켰다고 보고 있다. 야권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으로 진 부채 8조원을 정부 재정으로 갚아선 안 된다며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점검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재가동이냐 폐쇄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경주 월성원전1호기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환경부, 기상청,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하는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단골손님인 지방상수도 개선문제와 지하수 오염, 물이용부담금 제도, 수도요금 현실화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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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