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고통을 화폭에 담는 서양화가 박세연

"삐딱한 세상을 똑바로 그리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연민어린 시선. 서양화가 박세연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박 작가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자, 신체 혹은 정신건강의 장애로 고통 받는 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역학관계 속에 생겨나는 약자들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불균형한 세상의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그가 느끼는 감정이 흔들리는 붓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세연 작가의 개인전이 이달 9일부터 서울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제목은 '가까이 멀리', 이번 전시로 세 번째 개인전을 맞고 있는 박 작가는 누구도 선뜻 보려하지 않는 고통의 심연에 시선을 맞췄다. 박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나는 내몰린 사람들의 상태와 심경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가까이, 또 멀리서

그의 미적 관심은 다양한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 나아가 그들을 응시하는 작가 본인의 시선과 태도에 집중된다. '때로는 가까이 혹은 멀리' 인간의 고통을 관찰하며 박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에 분출했다.

응축된 고통은 작가가 이미 느꼈거나 반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그래서 박 작가는 "당사자이자 관찰자로서 그 반응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무거운 톤과 거친 붓질의 그림에는 대개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얼굴이 없다. 또 그들은 사각의 견고한 액자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빠져나갈 곳 없는 고립감이 관객을 억누른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개, 노인, 소녀, 비만자, 총살, 구덩이, 싸이클 등으로 명명됐다. 소재는 다르지만 골격은 유사하다. 박 작가는 개인(혹은 대상)을 비참하게 만드는 '무엇'에 접근하려 했다.


박 작가 표현의 일부를 빌리면 탄생부터 '그들'은 더 힘들게 살도록 삶이 주어졌다. 마치 운명처럼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고통이란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엄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권력 구도 속에 누군가는 벼랑 끝에 내몰리게 돼 있다. 이런 그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 박세연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화폭에 담았다.

사회적 약자 소재…무거운 톤과 거친 붓질
내몰린 사람들의 상태와 심경 그대로 담아

박 작가의 작품에서는 언뜻 슬픔과 무기력이 읽힌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절망에 침전되지 않으려 하는 시도도 엿보인다. '예술가' 박세연이 그리는 고통에 대한 경험담은 연민 따위의 감성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박 작가는 그려지는 대상과 그리는 작가 사이의 거리가 존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박 작가는 '다가오는 시간-해변의 밤물결' '해변을 달리다' 등의 작업에서 자신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러 그림 중 '기념사진'이란 작품이 눈에 띈다. 발가벗겨진 사람들은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다. 전쟁포로 같은 그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연민의 감정을 일으킨다. 기념사진이란 제목이 주는 이질감은 '찍는 대상'이 캔버스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관객 자신일 수 있다. 작가는 누가 그들을 수치스러운 순간으로 내몰았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시선이 가진 폭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민의 시선으로

박 작가에 따르면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통받는 사람의 용기나 위대함 등을 투사하고자 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엄, 아름다움, 자유와 같은 희망점을 제시하려 한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정하고, 화면을 구성하고, 색을 칠하고, 스케치하는 일련의 행위로 작가는 자신 밖에 있는 무형의 권력에 저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수직선과 수평선의 반복에서 작가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angeli@ilyosisa.co.kr>

 

[박세연 작가는?]

▲서울대 인문대학 미학과 졸업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Drawing'(갤러리 현·2011) 등 3회
▲단체전 '굿 초이스'(공아트스페이스·2011) 등 5회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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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