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정치생명 건 '단두대 매치'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대선 전초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대선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단두대 매치’를 치르게 됐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두 사람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잇따라 정치적 기지개를 폄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잇따라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목표는 차기 전당대회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총선까지는 별다른 선거도 없기 때문에 2년의 임기를 채우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당 중진 의원들이 벌써부터 차기 당권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다. 차기 전당대회를 향한 물밑경쟁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물밑경쟁 본격화
세 결집 시작

유력한 당권주자인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은 지난 7·30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이른바 ‘정세균계’ 의원들과 조찬모임을 한 데 이어 추석 연휴 직후 정치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차기 당권을 위한 세 모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도 최근 ‘동교동계’ 인사들과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의 행보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정치적 라이벌이다. 두 사람은 차기 당권 도전 여부를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하진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대선에 뜻이 있다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돌연 힘 받는 문재인 조기 등판론
뭉치는 온건파, 안철수에 러브콜


차기 총선까지 앞으로 20개월 가량이나 특별한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당권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완전히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공천권을 갖는 당권을 빼앗기고 나면 차기 대권을 위한 당내 세 불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존재도 이들에겐 크나 큰 부담이다. 어느새 박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게 된 상황에서 당권 도전 외에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마땅한 묘책도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이쯤에서 승부수를 던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칩거 끝
승부수 던져야


우선 문 의원의 경우는 대선 패배 이후의 정치적 칩거를 끝내고 이미 차기 당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친노그룹에선 최근 들어 문 의원이 당대표에 직접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 부쩍 늘고 있다. 당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지난 대선 때 50% 가까운 지지를 얻어냈던 문 의원이 직접 나서야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문 의원이 ‘네트워크 정당’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도 사실상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네트워크 정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정당으로 만약 새정치연합이 네트워크 정당을 구축하게 되면 일반시민들도 기존 당원과 동등하게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친노세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 경선 때마다 논란을 일으켰던 모바일투표제와 같은 맥락으로 타 계파 진영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을 통해서도 정치적 존재감을 크게 높였다. 문 의원이 단식을 하는 동안 수십명의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 문 의원에게 힘을 싣는 등 자연스럽게 당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얻어 냈다.

또 문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진영의 수장격인 인물이다. 정치권에선 세월호 해법에 대해 문 의원과 생각이 비슷한 초선 강경파 진영의 지지까지 합한다면 문 의원의 차기 당권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문 의원의 등판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선이 3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문 의원이 벌써부터 전면에 나서면 여권의 집중 견제로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맡은 정치거물들이 결국엔 선거 패배, 지지율 추락 등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사퇴하며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는 점도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문 의원의 핵심측근들은 지난 대선 때도 문 의원이 너무 정치 전면에 늦게 나서는 바람에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차기 당권에 문 의원이 반드시 도전해 당을 개혁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 의원뿐 아니라 지난 7·30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공개 활동을 자제해오던 안철수 의원도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정치적 기지개를 펴려 하고 있다.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친노강경파에 대한 중도온건파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의도치 않게 안 의원에게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바로 직전 당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안 의원이 곧바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입문 후 처음으로 차기 대권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안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 대표가 직접 출마하진 않더라도 중도온건파의 구심점 역할을 하거나, 측근을 대신 내세우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차기 전당대회에서 안 의원과 문 의원의 격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근 물밑에서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온건파 중진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지난 추석을 전후해 비노계로 분류되는 중진 오제세 의원과 박주선 의원을 연이어 만났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 반대 입장을 선언한 이른바 ‘서명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내 강경파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대여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온건파는 독자회동 등을 통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 안 의원과 온건파 의원들 간의 스킨십 강화는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온건파 의원들은 장외투쟁 반대서명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물론이고, 중도성향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이하 민집모)’과 비노계,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았던 노웅래, 최원식 의원 등 구당권파까지 뭉쳐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안철수 뜰까?
문재인 뜰까?

이 같은 온건파 세력화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숫자는 약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안 의원을 자신들의 진영에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당내에서 온건파들의 주장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았지만 안 의원이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안 의원이 이들과 연대한다면 당내에서도 더 이상 온건파들의 주장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안 의원도 온건파와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안 의원과 온건파들의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데다 안 의원이 이들과 연대한다면 당내 세력이 전무하던 안 의원은 단숨에 30여명에 달하는 거대 계파의 수장격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때문에 당내 취약한 정치적 기반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 의원으로서는 온건파들과의 연대가 정치인생 최대의 기회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차기 전대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
안철수-문재인 당권 대결 불가피


이처럼 온건파와 안 의원의 연대는 서로 윈윈(win-win)하게 되는 셈이라 연대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온건파를 이끌고 있는 한 축인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강경파들의 분란이 이어진다고 하면 온건파 의원들은 탈당도 불사할 각오”라고 언급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문 의원이 이끄는 친노강경파들과 안 의원이 이끄는 온건파 간 일전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일단 온건파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안 의원이 추석을 맞아 보낸 단체문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온건파 진영과의 연대에 나서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줄을 잇기도 했다.

중도 확장?
선명성 강화?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중도 확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계는 너무 좌측으로 쏠린 감이 있다. 안 의원이 직접 나서야만 중도 확장이 가능하고 새정치연합이 부활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이 다시 등판할 명분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직접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더라도 향후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온건파의 지원을 받아 야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친노진영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당 일각에서는 사상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살리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는 ‘조기전대론’도 힘을 얻으면서 두 사람의 단두대매치는 좀 더 빨리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직접 대결이든 간접 대결이든 당권 대결에서 패하는 쪽은 차기 대권 주자군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되는 그야말로 두 사람의 정치 생명을 건 단두대 매치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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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