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부분의 학교가 9시 등교에 들어갔다. 찬반논란을 뒤로하고 결국 시행된 이 제도가 어떻게 정착이 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만성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실태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청소년기는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모도 당사자도 마냥 여유로울 수만은 없지만 ‘잠’ 하나만 놓고 본다면 30분의 여유가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부족한 수면은 학업능률 떨어뜨려
수면패턴은 나이에 따라 변하기도
밤 사이 수면이 부족해 다음날 판단력이 흐려지고 하루 종일 쏟아지는 졸음 탓에 하루 일과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뇌의 재충전 시간
잠을 억지로 줄여가며 책상 앞에 앉았다고 한들 공부가 머리 속에 들어올 리 없다.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수면을 취할 때 뇌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낮 동안 학습했던 정보들을 정리하는 기능을 한다. 그 날 학습한 내용들을 스스로 반복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데 이는 대부분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잠들기 전 암기과목을 공부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만일 학업으로 인해 수면부족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학업능률을 더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패턴은 나이에 따라 변한다. 갓난 아기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며 보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낮잠 횟수는 점점 줄어들다 소아기가 되면 낮잠이 사라지고 밤에 깊은 잠을 잔다. 이후 사춘기를 지내며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수면패턴이 형성된다. 수면리듬이 올빼미형으로 바뀌게 되는 ‘지연형 수면주기장애’가 찾아오는 것이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건 힘들지 않지만 아침에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기를 힘들어하고 오전 내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말에는 그동안 밀린 잠을 보충하느라 늦잠을 자게 되니 이로 인해 일요일 저녁 잠드는 시간이 뒤로 밀려 월요일 아침엔 극도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 된다. 물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들의 수면패턴을 이해하면 아침잠에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다.
최대 30분에서 1시간까지 여유로워진 아침 시간, 이를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 활용할 경우 피로 개선과 학업능력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양보다 질이기 때문이다. 잠을 줄여보겠다고 마시는 카페인이 든 음료는 밤 수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고, 수면 전 뇌를 각성시키는 TV나 스마트폰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평소보다 늦잠을 잘 수 있다고 해서 늦은 밤까지 여유를 부릴 경우 올빼미형 생활리듬이 고착화될 수 있으므로 잠드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엔 15분 이내의 낮잠을 통해 이를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수면시간 필요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은 “청소년기의 수면패턴은 성인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잠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게으르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자신감과 의욕을 상실할 수 있으니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간혹 잠을 충분히 자고도 하루 종일 졸음이 쏟아져 수업시간에 지적을 받기 일쑤라면 과다수면증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원인은 체력 저하, 호흡기 질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 다양하므로 체력을 보강하고 원인 질환을 해소해주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