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세계적인 미술가 수보드 굽타

그의 작품엔 인도가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오는 1일부터 수보드 굽타의 회화 30여점과 조각 5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평단은 물론이고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굽타의 작품들은 뉴욕 크리스티 단일 경매에서 최고가에 팔리기도 했다. 인도인들의 삶과 애환, 나아가 종교(힌두교)와 문화(카스트 제도)가 어우러진 그의 미술언어는 그 자체가 훌륭한 역사적 '랑그(langue)'이자 호소력 있는 '파롤(parole)'이다.

지난달 27일 아라리오갤러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도의 현대미술가 수보드 굽타의 전시 일정을 알렸다. 수보드 굽타는 같은달 29일 중국 상하이 쉬자후이에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의 개막작가로 초청됐다.

상하이 전시에서 굽타는 대형설치 작업과 조각, 회화 등 연작 5점을 선보였다. 인도인의 주식인 감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모든 조형은 순금으로 칠했다)을 비롯해 요리용 집게 수백개를 모아 만든 조각품, 인도 가정에서 쓰이는 헌 놋그릇과 주방용품 수천개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This is Not a Fountain)' 등의 설치물이 언론에 공개됐다. 상하이 전시는 오는 10월26일까지 예정돼있다.

감자를 모티브로

세계적인 작가라고 해서 중국에서만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 소격동에 있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굽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서울전은 상하이 개관전과 연계해 열린 것이라고 갤러리 측은 설명했다.

먹다 남은 음식물이 묻은 지저분한 접시와 말라붙은 포크, 대리석으로 만든 드럼통 등이 거장의 손에서 페이소스 가득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에서는 굽타의 회화 30여점과 조각 5점을 만날 수 있다.


굽타는 1964년 인도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인터뷰를 참고하면 굽타는 대학과정 수료 후 무작정 수도인 델리로 올라와 여인숙을 전전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굽타는 꿈을 버리지 않고, 수년 만에 세계적인 미술가로 발돋움했다.

굽타의 작품에는 그가 인도에 살면서 경험한 일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이 담겨있다. 카스트제도에 묶인 인도인의 애환,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작품에 묻어 있는 것이다. 도시락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의 모습 등이 강렬한 미술언어로 재현됐다.

서울·상해서 10월까지 동시 전시
음식·식탁·부엌 등 일상이 소재

여러 작품 중 지하에 세워진 금빛 오토바이가 이목을 끈다. 이는 영국 정통 바이크사 로열 엔필드의 가장 오래된 모델 '불렛'을 브론즈로 가공한 것이다. 크롬으로 도금한 우유병들이 함께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사실 로열 엔필드는 영국의 식민지배(인도는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또는 인도의 암흑기를 연상시키는 도상이다. 세계대전을 전후로 오토바이는 인도 군·경찰이 사용하다가 지금은 인도 민중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탈바꿈했다. 굽타는 이런 오토바이를 '녹슨 금빛'으로 칠하며 인도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히 뒤섞고 있다.

굽타가 선보인 대부분의 회화들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 인도인의 일상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굽타는 부엌과 식탁 등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 회화 속 음식찌꺼기를 내려다보는 권위적인 시선은 금장을 두른 고풍스런 액자에 담겨 희화화됐다. 굽타가 속한 힌두교권은 음식을 남기는 행위를 금기시해왔다. 또 한편에서는 한없이 서구화된 식탁 풍경이 펼쳐진다.

갤러리 측은 "영국인들의 음식문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은 작가(굽타)가 인도인으로 자라온 경험과 만나며, '전통과 현대' '지배와 피지배' 등이 교차해 역사·문화·종교의 복잡한 층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세계 미술계 주목

굽타는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며 '인도의 데미언 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작가 본인은 이 별명을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굽타는 그저 수보드 굽타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유명 작가와 달리 굽타는 인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인도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인도의 땅과 함께 숨 쉬며, 빈자에게 한없이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굽타의 작품엔 드라마가 있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라는 가장 성스러운 드라마가 굽타의 눈을 통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angeli@ilyosisa.co.kr>

 

[수보드 굽타는?]

수보드 굽타는 1964년 인도 비하르(Bihar)에서 태어났다. 굽타는 파트나 미술대학(1983∼1988) 수료 후 수도인 뉴델리로 올라와 현재까지 거주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유수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아시아·유럽·미국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대표 전시로는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오슬로 아스트러프 펀리 현대미술관을 비롯, 각국 미술관을 순회한 '인디언 하이웨이(Indian Highway)',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빈프로젝트 스페이스 카를스플라츠에서 열린 '그리고 너는 뒤샹' 등이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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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