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기춘 못 버리는 세 가지 이유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기춘대원군’ 무한신뢰 “대체 왜?”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의 파고를 무사히 넘어선 모양새다. 한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던 ‘김기춘 사퇴론’이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권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끝까지 감싼 결과다. 김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불거진 각종 청와대발 악재들을 감안하면 벌써 내쳐졌어야 했지만 김 실장은 결국 살아남았다. 단순히 박 대통령의 신뢰가 깊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버리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김기춘 실장만큼 자주 구설에 오르내렸던 인물은 없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의 배후로 지목됐고,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는 대통령 보좌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새 국무총리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 후보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무려 2명의 총리 후보자(안대희·문창극)가 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비서실장 책임론에
꿈쩍 않는 대통령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김기춘 책임론’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실 김 실장은 임명 당시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8월 김 실장이 박근혜정부 2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자 야권에서는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신검사’ ‘초원복집사건을 일으킨 지역감정 조장의 주역’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야권의 ‘김기춘 비토론’은 박 대통령에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실수도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로 보기 어렵다. 무능이거나 고의다. 마찬가지로 김기춘발 구설과 악재가 연달아 터진 것도 무능하거나 고의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 비서실의 수장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김 실장 감싸기는 변함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끊이지 않는 구설 불구 무한한 ‘기춘 신뢰’
선대 때부터 이어온 두터운 인연 때문?


첫째, 선대(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어온 두터운 인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상 선대부터 인연을 맺으며 쌓아온 김 실장과의 신뢰를 져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유신집권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 검사로, 박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 여사를 피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기여한 데 이어 박 대통령에게는 모친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수를 잡아 준 은인인 셈이다.

또한 김 실장은 박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깊은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으로 정수장학회 학생들의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 모임으로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 재학생 모임인 청오회 회원들이 졸업하면 자동으로 가입된다.

둘째, 김 실장이 박근혜정권의 브레인으로 사실상의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어 사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실적으로 김 실장 외에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할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김기춘 청와대 체제’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김 실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높아지던 지난 5월 “김 실장이 정권의 브레인으로서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김 실장 없이는 통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 “김 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라스푸틴 같은 존재로 문제가 있어도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 때 국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러시아 정교회 수도사다.

정권 브레인
‘기춘대원군’


실제로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셀프 낙마한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홍원 총리 유임이라는 황당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청문회제도 탓을 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국민들의 시선과는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다.

대신 김 실장이 지난달 발간된 <신동아>를 통해 “(인사실패에 대해) 잘못된 점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사퇴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사수석실을 잘 운영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자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밝혔다.

셋째,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김 실장을 청와대에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원조 친박(친박근혜) 좌장격 인사였으나, 현재는 친박의 테두리를 벗어난 탈박 인사로 분류된다.

당 지도부에 속한 친박 인사 중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큰 표 차이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김 대표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틈만 나면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김 대표는 이를 잘 피해가며 자신의 세를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민생행보에 주력하며 청와대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직 박근혜정부가 2년 차에 불과한 만큼 김 대표가 엎드려 있는 모양새지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은 시기의 문제일 뿐 충돌이 불가피하다.

김 대표 견제를 위해서는 행정·입법·사법부의 고위직을 두루 거친 김 실장만한 방패막이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래권력 견제
방패막이 역할

김 실장이 지난해 8월 박근혜정부 2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현 교육부 장관)는 “입법·행정·사법 3부를 다 거쳤고 당·정·청을 두루 경험한 어른”이라며 “(박근혜정부의) 로켓이 돼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형국은 김 실장이 로켓인지 정부 그 자체인지 모를 정도로 김 실장의 그림자가 커졌다.

실제로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약속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김 실장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무려 90일간 진행됐지만 별 소득 없이 지난달 활동을 마쳤다. 국조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협상과정에서 김 실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시간만 끌다 국조기간이 끝난 것이다.

정권 브레인…사실상 대통령 역할도?
‘김무성 견제’ 위한 최고의 방패막이

야권은 청문회 개최를 위한 2차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 규명을 위한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청문회 증인 채택을 합의한 뒤 2차 국조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와 관련해 여야, 유가족 측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국회가 멈춰선 것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명료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김 실장의 뜻이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나 새누리당 입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감쌀 경우
대통령에 악영향

이처럼 김 실장과 관련한 구설이 지속되는데도 박 대통령이 끝까지 감싸기를 이어갈 경우에는 결국 비난의 화살을 박 대통령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감싸면 감쌀수록 김 실장과 관련한 구설들은 박 대통령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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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