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김문기 상지대 총장 정치실세 배후설 추적

전방위 압박에도 요지부동 “믿는 구석 따로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학비리 혐의로 상지학원 이사장에서 쫓겨났던 김문기(83)씨가 21년 만에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김씨의 복귀 소식에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 학내 구성원들은 즉각 김씨 복귀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상지대가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교육부가 나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씨는 요지부동이다. 김씨가 사학재단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육부마저 무시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은 믿는 구석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연 그가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1972년 교육부 임시이사로 청암학원에 파견됐다가 재단 운영권을 장악한 김문기씨는 1974년 이사장에 올라 재단이름을 상지학원으로 바꾸고 1993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사학비리 추문으로 학내 구성원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유발해왔다. 결국 김영삼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정대상에 오른 그는 사학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상지학원에서 퇴출됐다.

비리전력자의 귀환

구속·수감 당시 민자당 3선 의원이었던 그는 출소 후 폭넓은 정치권 인맥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재단 복귀를 시도한 끝에 21년 만에 꿈을 이뤘다.

사학비리 전력자인 김씨의 재단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는 대법원,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제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김씨가 199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확정 받은 이후 상지대는 10년간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다 2004년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 정이사 체제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7년 7월 김씨가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주며 정상화되고 있던 상지대의 정이사 체제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던 인사는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김황식 전 총리다.


대법원 판결 이후 상지대는 운영권을 놓고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분위는 2010년 구 재단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는 ‘정상화 심의 원칙’을 만든 뒤 김씨의 차남 김길남씨 등 김씨 측근들이 상지대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다.

구 재단 측 이사들이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한 후에는 학교의 파행운영은 더욱 심화됐다. 구 재단 측 이사들의 거듭된 방해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학내 구성원 추천 이사들은 학교 운영을 가로막는 이사회 파행 운영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이를 묵살했다.

심지어 지난 3월 사분위로부터 한 명의 이사 추천권을 추가로 넘겨받은 김씨 측은 21년 만에 사실상 상지학원 운영권을 다시 장악하게 됐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김씨의 복귀 작업이 진행됐다. 김씨 측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회는 지난 7월28일 그를 이사로 임명했고, 8월14일에는 만장일치로 총장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이사장의 직계존속인 특수관계인이 총장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피하기 위해 김씨 차남을 이사장에서 사퇴시킨 것이다.

대법원·교육부·사분위, 김문기 복귀 길 열어줘
사퇴압력 넘어서는 든든한 뒷배경 잡고 있나?

일부 시민단체와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로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사학재단 이사들의 취임 승인권을 가진 교육부는 김씨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씨 측 인사들로 구성된 재단 이사 8명 중 6명이 지난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면서 교육부의 요구는 김씨 측에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터였다.

특히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7일 “비리 문제로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교육을 맡을 수 있겠냐”라며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운영해줘야 한다”고 김씨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씨는 요지부동이다. 김씨가 버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김씨는 합법적으로 총장이 된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간섭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법원 판례와 사분위의 분쟁 조정 결정 등에 따라 절차대로 자신이 총장에 선임돼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교육부를 넘어서는 든든한 ‘뒷배경’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측 한 교수는 “3선 의원을 지냈고, 사학비리를 저질러 퇴출됐던 김씨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티는 이유도) 정치적으로 교육부의 압박을 벗어날 길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교육부가 비록 김씨의 총장 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더라도 더 강한 권력이 작용할 경우에는 교육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는 사이 상지대는 총장실이 학생들에게 점거당해 김씨는 사무실로 출근도 못하고 있고, 이사 2명을 제외한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 이사회도 운영되지 않는 파행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 측은 ▲김씨 사퇴 ▲이사진 전원 교체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 ▲교육부의 행정감사 등을 요구하며 등록 거부, 수업 거부 투쟁을 벌이며 학내 분규가 심화되고 있다.

교수협의회도 총학생회에 힘을 실어 주며 학내 구성원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김씨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참여연대, 교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혼란에 빠진 상지대

이처럼 상지대가 또다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사실상 교육부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총장 선임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이사 승인권과 사학에 대한 행정적 통제력을 갖고 있어 사학재단에 실질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우여 장관 체제의 교육부가 진정성을 갖고 상지대 사태 해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황 장관은 2005년 참여정부의 투명한 사학재단 운영을 위한 사학법 개정 시도 당시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함께 사학 옹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김씨 사퇴 요구와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전체 사학의 이익을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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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