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①사생결단 박근혜 '골드문 플랜'

"추석민심 잡아야 정국주도권도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기간 정부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이른바 ‘골드문(Gold Moon) 플랜’은 무엇일까?

추석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세월호 정국을 벗어날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물 무엇?
민심 움직일까?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야 간 대립이 길어진다면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민생행보를 강화하며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통시장과 수해지역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민생행보로 세월호특별법 통과에만 매달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산적한 주요 현안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그동안의 장외투쟁에서 항상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민생행보 강화, 야권 따돌리기?
사정태풍, 세월호 이슈 잠재울까?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강경론도 힘을 얻고 있다. 여권이 이 같은 강공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여론이 여권에 좀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K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길어지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논리는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를 맞이해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직접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찾아 노년층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하고 가족 없이 쓸쓸하고 외로운 한가위를 보내는 노인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봉사활동은 논란의 여지가 적고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엇갈린 전망
박근혜의 선택은?


반대로 박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조차 박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길 요구하는 상황에서 침묵이 너무 길어지면 박 대통령이 정치실종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장외투쟁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추석을 앞두고는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실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대화제의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당내에서 박 대통령이 유족과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어 박 대통령이 추석을 전후해 세월호 유족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당장 수사권, 기소권 보장을 유족들에게 약속하진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유족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추석민심이 정부여당 책임론에 쏠린다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야권이 더 이상 장외투쟁을 지속할 명분이 없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민생법안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엔 보수진영의 SNS를 활용한 여론전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의 놀이터로 불렸던 SNS에서 보수진영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른바 폐쇄형 SNS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보수진영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결국 SNS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여론 변화와 관계없이 국회 공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여당의 양보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 몫의 특검 2명을 유가족이 추천한 후보군에서 뽑거나, 추천권 자체를 야당과 유족에 넘기되 조사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다양한 중재안이 논의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면 방송출연 등을 통해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불통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불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석 전후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가벼운 대담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도 괜찮은 정국돌파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된 KBS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 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승부수는 역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올해에도 박근혜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다면 민심이반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추석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추석민심을 크게 좌우할 물가안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과일·채소·생선 등 추석 성수품을 중심으로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와 동시에 정부여당이 추석을 맞아 국민들의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대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정책 있을까?
경제 살아날까?

현재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지만 이 효과는 수도권 지역에만 국한되고 있어 문제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추석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민행복주택 사업,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등의 복지정책은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사정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밝힌 국가개조 구상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소위 관피아 척결이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시작된 사정 태풍은 어느새 국회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중 3명이 구속 수감됐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역 의원은 20명이 넘는다.

유족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어
군·검 인적쇄신카드도 만지작만지작


사정 칼날을 앞세운 정부의 정면 돌파는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된다면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또 장외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야권은 사정 칼날 앞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폐 청산에 올인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결국은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물타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청와대발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추석연휴는 박 대통령이 모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정 칼날
정국 돌파용?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수사 과정에서 여러 허점을 노출했던 검찰과 최근 윤 일병 사태로 집중포화를 맞은 군 인사들이 인적쇄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인적쇄신카드를 섣불리 꺼낼 경우 정부여당이 또 다시 인사청문회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카드를 정국돌파용으로 쉽게 사용하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추석을 기점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추석을 전후해 야권도 장외투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추석은 세월호 정국을 돌파할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대통령 추석선물은?
대통령 선물 선정되면 '대박'


추석을 맞아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을 준비하느라 고심하는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고가의 선물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명색이 대통령이 보내는 선물인데 너무 값어치가 없어보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은 심사숙고 끝에 명절선물을 선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사회 각계 주요 인사들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게 국산 농산품인 횡성 육포와 밀양 대추, 가평 잣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올 추석선물은 지난해와 비교해 찹쌀이 빠지고 대추가 들어갔을 뿐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육포와 잣은 박 대통령이 과거 정치인 시절부터 측근과 지지자들에게 여러 차례 선물할 정도로 선호하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3가지 우리 농산물로 명절의 풍성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며 “우리 농축산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도 명절 때면 지인과 국민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단골메뉴는 지역특산품이다. 우리 농어민과 축산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봉황이 새겨진 인삼’ 선물을 주로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역대 대통령의 선물은 우리 농축산물 등 대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부친이 고향에서 올려 보내는 거제도산 멸치를 명절선물로 선택했다. 야당시절에는 한해 3000상자, 여당 대표가 된 이후엔 5000상자씩 추석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고향에서 기른 멸치’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어서 거제도산 멸치는 소위 ‘대통령 멸치’로 불리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특정지역 생산물만을 줄기차게 명절선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신토불이 농산물 선물
대통령 선물 선정 물밑로비전도 치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과 한과, 녹차를 자주 선택했다. 김 전 대통령이 보낸 ‘김’ 선물의 경우에는 고향 전남 신안에서 만든 특산물이었지만 녹차와 한과 등은 특정지역의 생산물을 고집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특이하게 선물을 받는 대상이나 구체적 인원을 철저히 대외비에 부쳤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을 공개할 경우 받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게 될 서운함을 고려한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추석선물과 관련해 가장 큰 곤욕을 치른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칫 명절선물이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에게도 추석선물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명절 때마다 안부인사와 함께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문화인데 대통령이 이런 문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또 명절특수를 기대했던 관련업계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 자칫 공무원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쳐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2006년 추석 때는 명절선물을 보냈지만, 컨테이너나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집중호우 피해자와 소년소녀가장에게 차와 다기세트를 선물해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역화합을 위해 전국 8도 특산물을 고루 담아 보냈다.

한편 대통령의 선물로 선정되기 위한 물밑 로비전도 뜨겁다. 대통령의 선물목록에 한 번 올라가면 최고의 품질이란 소문이 퍼져 매출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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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