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S한방병원 '고가 암치료' 공방전 전말

‘산삼 약침’암환자에 효과 있나 없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울 강남 소재 대형 한방병원이 암 환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기암 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병원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 병원이 내세운 치료 방법은 '산삼약침.' 하지만 약침은 거의 '맹물'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박모씨는 아내를 잃었다. 원인은 대장암. 사망 당시 아내의 나이는 불과 35세.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박씨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S한방병원(전 S한의원)이었다. 지난해 3월, 박씨는 아내와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박씨는 '살 수 있다'는 말 한마디를 믿고 1회 60만원인 약침치료 20회, 총 1200만원과 미네랄주사·면역칵테일·닥터라민 100·리피션 20% 등 양방치료 182만원, 총 20일 치료에 1382만원이라는 금액을 결제했다.

충청도 지역에 거주하는 데다 아이들이 어려 학교문제 때문에 박씨의 아내는 서울 신림동 친척집에 기거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20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S한방병원의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한 달만 치료를 받고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지속적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S한방병원의 말을 다시 믿고 600여만원을 추가 결제하면서까지 치료를 이어갔다.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8월, 박씨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20일 치료에
1400만원 들어

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정모씨는 2012년 4월 말경 아버지가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게 됐다. 정씨는 정확한 검사를 받기 위해 부친을 서울 대형병원으로 모셨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각종 말기암 환자들의 완치 사례가 수십개 올라와 있고 TV 출연으로 시술법을 공개한 S한방병원을 알게 됐다. 정씨는 예약을 하고 2012년 5월 중순 경 부친과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았다.

정씨에 따르면 S한방병원은 부친의 MRI 사진을 보고 '우리가 제조한 산삼액기스를 정맥에 투입하면 암세포가 점차 줄어들어 그 효과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알 수 있다' '비용이 비싸긴 한데 적절한 시기에 잘 찾아왔다'며 정씨를 안심시켰다. 정씨는 어떻게든 부친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한 달에 900만원씩 3개월간 집중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삼척에서 서울까지 왕복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정씨는 S한방병원 근처 월세 140만원의 오피스텔을 얻어 기거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3개월 뒤, S한방병원은 정씨에게 부친의 혈액 검사결과와 사진을 보여주고 '암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다시 3개월간 450만씩으로 해 좀 간격을 두고 치료를 하자고 제안, 다시 3개월 치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부친은 야위어만 갔다. 차도가 없다고 생각한 정씨는 다시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재검진을 받았고 '암이 온 몸으로 전이되어 1~2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간이 암으로 덮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삼액기스 같은 액체를 주입하면 급속도로 간이 상해 상태가 악화된다는 게 대형병원의 설명이었다. 그 후 부친은 대형병원의 예상대로 2개월 뒤 세상을 등졌다.

희망 없는 말기 환자 절박함 악용
한달에 1000만원…병원 배불리기

당시 정씨는 억울한 심정에 S한방병원을 찾아가 책임 추궁을 하고 싶었지만 의학적인 지식도 부족한 데다 이미 부친이 돌아가신 뒤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JTBC <리얼시사매거진 뉴스맨>에서 '암 치료, 한방병원 산삼 약침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산삼액기스의 효능 및 인터넷 홈페이지 완치사례가 모두 거짓이며 특히 산삼성분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 방송됐고 정씨는 지난해 7월10일 S한방병원 원장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이 내린 판단은 '불기소.' "당초 피의자인 A씨가 광고한 것과 달리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등 산삼 성분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산삼약침에는 원래부터 산삼 성분이 없다고 하였고, 따라서 피의자인 A씨가 고의로 불필요한 치료행위를 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시 말해 산삼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원래 산삼 성분이 없는 약침이니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 있는 사포닌을 이르는 말로 최근 항암,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밝혀지면서 생리활성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허위 광고를 해왔다는 점이다. S한방병원의 2013년 당시 홈페이지를 보면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면역 세포를 포함한 정상 세포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진시킬뿐더러, 암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나눠준 <12주 약침 요법>이라는 책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귀가 실려 있다.

올해 6월 홈페이지에도 'S약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의 주원료인 파낙스 진액에 있는 진세노사이드, RG3, RH2, COMPOUND K 성분은 종양세포의 자연 사멸을 유도하여 항암효과를 낳고,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된 근거는 세계적 학술지에도 수차례 보도된 바 있고, 국내 논문에도 약침의 항암 작용에 대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진세노사이드는 암세포 사멸효과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는 성분입니다'라고 적시했다. 올해 9월 기준, 해당 광고글은 삭제되어 'S약침은 23여가지의 순수 한약재로 만든 약침입니다'하는 글로 대체된 상태다.


논란 되자
광고글 삭제

정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안수기도로 암을 낫게 해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사람이 고발당해도, 종교계와 의학계에서 원래부터 안수기도로 암이 낫는 것은 아니라고 증명한다면, 기도를 빙자해 거액을 받아 챙긴 사람도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위와 같은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S한방병원 사건에 대해 기소 유무를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최근 원장 A씨의 사기 혐의가 있다며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을 통해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검찰 조사 결과 산삼 성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는 증거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 28장 중 2장을 제외하고는 호전됐다고 볼 수 없는 사진"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산삼 약침과 S약침을 말기암 환자의 정맥에 주사했을 때 항암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한방 암 전문의

정씨와 박씨 등 피해자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해오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서울고법의 강제기소 명령을 환영하면서 "현재 고소장을 접수한 5명 외에 추가로 수백명의 피해자들을 규합해 S한방병원에 대해 대규모 집단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한방병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진세노사이드 성분에는 전의총에서 주장하는 RH2, RG3 이외에도 다른 성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S한방병원이) 직접 성분분석기관에 산삼 약침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세노사이드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있는데 일부 성분이 미포함됐다고 해서 산삼 성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심지어 RH2와 RG3 성분도 극미량 검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의총과 고소인, S한방병원 측의 주장이 상반돼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에 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S한방병원의 허위·과장 광고는 산삼약침 효능에 그치지 않는다. S한방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암 치료만 20여년을 해온 국내 유일의 한방 암 전문의가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외과 전문의는 26개 진료과목으로 분류하며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한의사 전문의는 8개 진료과목으로 분류되며 역시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S한방병원은 또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양한방 전문의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양한방 전문의라는 자격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광고 문구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삭제하거나 다른 문구로 교체했으며 동영상 또한 해당 언급을 빼고 재촬영해 게재했다"며 과장 광고를 인정했다. 실제로 과장 광고가 논란이 된 직후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한방 암 전문의' '양한방 전문의'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호전 사례 90% 이상 허위 사실
전의총 대규모 집단 소송 예고

S한방병원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발표한 '클라츠킨 종양 약침 반응 증례 발표'라는 논문이 증례보고 논문이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대조군이 없다는 것.

증례보고는 매우 드문 질환을 발견했거나 같은 질환일지라고 상당히 독창적이고 특별한 임상 경과를 보였을 경우 가능한 보고다. S한방병원의 논문같이 특별한 치료 경험을 증례보고 하려면 최소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여러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똑같은 조건에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치료받지 못한 명확한 대조군을 설정해야 한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전의총은 "하지만 S한방병원은 대조군 처리가 전혀 안 된 단 하나의 임상 증례를 가지고 논문 발표를 했다"며 "산삼약침 치료를 받고 종양이 줄어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처음 진단시 종양의 크기' '한의원 치료 직전 종양의 크기' '치료 중 종양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지만 논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S한방병원은 "전의총의 주장대로 논문이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면 학회 통과자체를 못했을 것이다"며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CT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암 환자 호전 사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 암 치료 호전 사례라고 하면서 CT 사진과 함께 올라온 28명의 사례를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S한방병원이 호전 됐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의 CT 사진 대부분이 판정 불가한 상태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중에는 서로 다른 부위를 올려놓고 호전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상 실제로 호전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의혹제기는 억지"
"재판에 따를 것"

사례를 분석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비교 판독이라 할 때 가장 우선되는 조건은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사진의 조건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S한방병원에서 제시한 전후 사진을 보면 같은 조건의 사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S한방병원의 한의사들이 영상검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당장 CT 사진을 이용한 홍보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뒤 "만약 환자들이 호전된 게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렇게 엉터리 사진을 홍보자료로 올렸다면 아주 죄질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이에 S한방병원은 "호전이 되고 안 되고를 S한방병원에서는 판단하지 않고 환자들이 최초 암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가져온 판독지를 보고 그 판단을 그대로 인용할 뿐"이라며 "12명의 환자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전·후 필름이 동일하고 환자들도 S한방병원의 약침 치료로 암이 호전됐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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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