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홈플러스 ‘똥줄 타는’ 사연

추석 대목 앞두고…문닫을 판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추석이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 손에는 저마다 선물꾸러미가 들린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명절인 것. 하지만 홈플러스는 얘기가 다르다. '대재앙'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불고 있는 불매운동 열풍과 노조의 파업 때문이다.

사람들은 매년 추석을 앞두고 가족, 친지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선물을 고르는 데 많은 고심을 한다. 건강식품, 생활용품, 한우세트, 과일세트, 견과세트 등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석 선물을 종류별·가격별로 산더미처럼 진열하는 백화점, 마트, 재래시장 등 유통업체를 찾는다. 유통업체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 선물을 포장하고 효과적인 진열 작업에 한창이다.

뼈아픈 소식

홈플러스도 본격적인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군의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있다. 명절 준비용 가공식품 및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2000여종 준비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14일부터 8월24일까지 대형마트 중 가장 먼저 추석 선물세트를 사전판매해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57.6%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일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때문이다.

지난 8월25일 홈플러스 입장에서 뼈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홈플러스 불매운동을 선포한 것.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홈플러스 금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는 고객을 속이고 협력업체 위에 군림하는 것도 모자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책정했다"며 "홈플러스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윤리경영과 상생경영을 실천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적절한 조처를 할 때까지 소비자들은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도 불매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와 부산민중연대, 부산여성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 부산 가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원인 데 반해 10년을 일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100만원 수준이다"며 "그런데도 홈플러스 측은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 2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측은 경영조건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제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형마트의 최저임금 정책은 지역 노동자들에게도 저임금을 강요하게 되고 지역 경제마저 갉아먹는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라며 "고객들을 기만하고 직원들을 쥐어짜는 홈플러스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불매운동이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지역 단체들을 비롯해 주민들과 지인들에게 홈플러스의 그릇된 행태를 적극 알려나가겠다"며 "더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홈플러스 불매운동을 대표적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품 사기·저임금…노조 불매운동
노사합의 파행 추석 전 파업 예고

이날 오후 2시 홈플러스 울산점 앞에서도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와 울산여성회, 울산청년회, 문화예술단결, 풀뿌리 주민연대,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나쁜 기업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순천지역 여성 단체 및 시민단체 회원들도 '나쁜 기업 홈플러스 불매! 순천지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정도를 평가해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에서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꼴찌’ 등급을 받았다. 3년 연속 최하위는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지난달에는 홈플러스 직원이 고객 대상 경품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경품행사로 모은 고객 정보를 보험사 등에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홈플러스 직원이 협력 업체 직원을 냉동창고에 가두고 수시로 욕설을 하는 등 노예처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내릴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매장 리뉴얼 시 협력업체 직원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객들을 응대하고 상품 설명을 할 직원들도 등을 돌렸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 27일 "지난 22일 홈플러스 임급교섭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29일부터 31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홈플러스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추석 명절을 포함한 기간까지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경고성 파업을 벌인 뒤 이후에도 회사가 어떠한 입장의 변화도 보이지 않을 경우 추석을 앞두고 9월5일부터 대규모 총파업을 포함하는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21일 열린 교섭에서도 끝까지 극단적 상황을 막고자 노력했으나 사측은 시급 200원 인상안에서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며 "총 60여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해 온 노동조합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과 관리자들까지 사측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 4월부터 13차례에 걸쳐 임금교섭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다.

법적 충돌 예고

홈플러스 측은 "노조가 최초 임금교섭 시 시급 42% 인상 등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해왔고 최근에는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경영위기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인데 노조의 적극적 불매운동 등은 위법행위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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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