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⑩‘창조경제 전도사’ 김기현 울산시장

“창조·품격·희망 가득한 울산 미래 그려가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 <일요시사>가 만난 광역단체장은 ‘창조경제 전도사’ 김기현 울산시장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시정 화두는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이다. 여기에는 지난 50년간 공업화로 국내 최대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을 ‘창조’ ‘품격’ ‘희망’을 키워드로 새롭게 그려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울산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변방도시라는 한계와 주력산업인 조선, 중공업, 석유화학산업 등이 침체국면에 접어들며 숱한 난제와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시장이 역대 울산시장선거 사상 최다 득표(65.4%)로 당선된 것은 ‘김기현이라면 울산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울산 남구을)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을 눈여겨봤던 시민들이 울산에서도 중앙정치무대에서와 같은 활약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시장은 국회 입성 후 10여년간 새누리당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중책을 맡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에도 충실해 무려 88개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경제기조인 ‘창조경제’도 김 시장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기틀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창조경제는 울산의 재도약을 위해 김 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김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울산은 지금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며 “울산이 우리나라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중추도시로 나아가도록 이끌겠다”며 창조경제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사법·입법부 경험에 이어 행정까지 경험하게 된 김 시장은 시장임기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도약기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민선6기 울산시장으로 새로운 울산의 미래를 그려나갈 김 시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 울산시장으로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임기 중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시는지요?

▲ 우선적으로 창조산업 아이템 발굴 및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업 등의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IT 등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정책관’을 두고, 민·산·관 합동으로 창조경제기획단(가칭)을 설치해 미래 거점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구축이 적기에 조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석유거래 관련 금융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전지산업이 결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력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 사업’ 육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취임사에서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을 만들겠다고 밝히시며, 울산의 미래상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창조’ ‘품격’ ‘희망’을 제시하셨습니다. 각 키워드로 어떻게 울산의 미래를 꾸려갈 것인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창조’는 울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창조경제 실현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품격’은 행복한 삶의 질 제고와 직결되는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품격있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끝으로 ‘희망’은 ‘희망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인프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시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찬 울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창조산업 아이템 발굴 및 육성 중점 추진”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 만들 것”


-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한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의 노후 원전 폐쇄 등 탈핵 공약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후 원전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 노후 원전의 지속적 사용은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전)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원전 사용연장이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냐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많은 사전적 절차와 합의를 거친 부분인 만큼 당장 이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국가 전체의 전력수급 문제와 에너지 공급원 등 제반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중장기 원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 경기침체와 재정난 등을 이유로 장기 과제로 밀린 경전철 사업의 재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고령화 사회, 도시환경 문제 등에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중교통수단의 다양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중교통체계 전반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경전철 사업은 대중교통 다양화의 한 방안으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고려할 생각입니다. 다만 지방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재정운영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모색할 예정입니다.

- 김 시장께서 지난 1일 새로 선보인 인사가점제도(실적가산점제도 활성화 방안)에 ‘시장 칭찬항목’을 비중 있게 두신 것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평직원이 시장과 직접 대면이 어려운 만큼 실·국장에 대한 줄서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 칭찬항목은 개개인에 대한 칭찬이 의례적인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즉각적인 인사고과 인센티브로 명확하게 반영해 열심히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평소 업무에 관해 평직원들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주요 업무에 대해서는 실무자들과 활발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이 제도를 통해 소신 있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울산은 산업단지가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편입니다. 안전한 울산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많고 액체위험물 취급량은 전국 최대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설계해 안전정책부서를 행정부시장 직속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산단안전팀을 신설했습니다. 또한 대형 재난사고 예방 및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울산 U-CITY 통합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종합소방훈련장 조성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으로 힘겹게 지자체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해법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재정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방자치는 허구입니다. 현재 제도상 중앙과 지방이 세입은 8 대 2, 세출은 4 대 6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방재정력 확충을 위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세율 인상, 보조금 포괄위임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가사업의 지방부담 전가 해소 등을 통한 실질적 지방자치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울산에서 근래 치러진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를 모두 새누리당이 석권하며 새누리당 일색의 정치지형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요?

▲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조의 틀을 바탕으로 새로운 울산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시민들의 강렬한 희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안정적이고 확실한 지역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시민의 열망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앞선 질문과 관련해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의회와의 관계를 우려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의회출신으로 의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의회에 여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민들을 대표해 모인 자리인 만큼 시민들의 입장에서 비판할 것이 있다면 충분히 비판해주시고,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시정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의회와는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소신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공직분위기 조성”
“경제지표 1위 넘어 행복지수도 1위 만들 것”

- 4년 뒤 울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 울산은 지금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울산이 우리나라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중추도시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한편 단순한 경제적 지표, 소득지표에서만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행복지수도 1위가 되도록 울산을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아울러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 울산의 새 시대를 연 시장, 도시의 틀을 바꾼 시장, ‘희망의 사과나무’ 씨앗을 뿌린 선견지명이 있었던 울산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울산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존경하고 사랑하는 120만 시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약속드리겠습니다. 항상 섬김과 나눔의 낮은 자세로, 우리 울산이 도시 역량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하고 명실상부한 일류도시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저와 함께 시정을 이끌어나가시는 주인공이십니다. 새로운 울산, 변화된 울산을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 뛰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들이 여태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시민 여러분도 저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김기현 울산시장 프로필]

▲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판사
▲ 울산광역시 고문변호사
▲ 울산 YMCA 이사장
▲ 17·18·19대 국회의원(울산 남구을)
▲ 한나라당 대변인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 민선 6기 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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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