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휘감은 '문재인 비토론'

"고비 때마다 지도부에 딴죽, 더는 못 참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대권주자가 왜 혈기왕성한 젊은 의원들이나 할 일을 하고 있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문재인 의원을 향한 ‘비토론’이 커져가고 있다. 문 의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당이 연이어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문 의원을 향한 비토론이 확산되고 있는 속사정을 살펴봤다.

한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의 단식투쟁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문 의원은 지난달 19~28일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돕겠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당시 김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0일 넘게 단식을 진행해 나날이 건강이 악화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자기 희생?

문 의원은 그런 김씨를 대신해 단식을 하겠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했지만 김씨가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한 이후에도 광화문에 홀로 남아 단식투쟁을 계속했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좌장 격인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서자 당내 수많은 의원들이 단식 릴레이에 동참하고 나서면서 그 파장이 커졌다.

문 의원이 단식을 했던 광화문 광장은 어느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하나의 구심점이 됐다. 지난 1987년 6월항쟁 당시의 명동성당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로써 세월호 정국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 이후 세월호 출구전략을 모색하던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세월호 정국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빨려갔다.

지난달 25일에는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철을 위해 총사퇴까지 불사하며 강경투쟁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의 단식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결과적으로 문 의원이 당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당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민생법안이 국회에 잔뜩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인데 정치를 해야지 왜 혈기왕성한 젊은 의원들이나 할 법한 단식투쟁에 나서 사회갈등을 더 부추겼다”며 “만약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새누리당과 합의했을 때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들을 잘 다독여줬다면 우리는 벌써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의원이 고비 때마다 딴죽을 걸어 당을 어렵게 하는데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문 의원을 비토하는 당내 인사들은 문 의원이 차기 당권이나 대권을 노리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강경투쟁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단식투쟁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함이라는 비난이다.

연이은 불협화음에 커지는 비토론
당은 나 몰라라, 자기정치만 한다?

실제로 문 의원이 지난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재임 당시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한 지율 스님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에게 ‘단식을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것과도 모순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간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두 번이나 무산되면서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가 흔들리자 이틈을 타 대여 선명성, 투쟁성을 강조함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선 이후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며 문 의원의 지지율은 치솟기도 했다.

게다가 문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재보선 패배 수습에 나선 박영선 위원장의 여야 합의를 무시한 격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당 내부에서 문 의원을 비토하는 여론이 생기는 데 결정적인 한방이 됐다. 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거물급 인사가 초재선 강경파 의원들과 어울려 당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 의원이 단식투쟁을 시작한 계기가 된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이혼남이며 그동안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1년에 한두 번 자녀들을 만날 정도로 자녀부양에 소홀했다고 유민양의 외삼촌이 폭로하면서 세월호 민심이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다. 김씨는 곧바로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으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문 의원을 따라 장외투쟁에 나선 지 3일 만에 김씨가 단식투쟁을 중단하고 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국회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더욱 머쓱해졌다.


문 의원이 NLL사태에 이어 두 번째 헛발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작년 NLL포기 논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문 의원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요구해 결국 대화록 공개가 결정됐으나 이후 사초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연결되면서 새정치연합은 한 동안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만 했다.

문 의원은 지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무공천 논란이 뜨거웠을 당시에도 당 지도부와 달리 “당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사실상 무공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당 지도부를 당혹하게 했었다. 때문에 문 의원이 고비 때마다 자신의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위치에 따른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평소 초강경파로 불리던 박영선 위원장조차 당 수습의 중책을 맡은 후엔 독배를 마시겠다며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한 것 아닌가? 문 의원은 당 상임고문이고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인데 다소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자기정치만?

물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의 행동을 지지하는 세력도 많다. 또 다른 새정치연합의 관계자는 “지금 문 의원을 비토하는 세력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에 그대로 걸려들고 있는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위한 문 의원의 순수한 행동을 폄훼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라고 일갈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당내 비토론에 대한 입장은 문 의원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 김영오씨와 관련한 논란도 문 의원께서 잘 알고 계시지만 특별히 언급하신 것은 없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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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