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르포> 다인종 섞여 노는 ‘홍콩 밤거리’ 스케치

만취한 반라녀 다짜고짜 스킨십 "진짜 홍콩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홍콩의 압구정동 ‘란콰이퐁’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유흥가로 손꼽힌다. 해가 저물면 동양인지 서양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축제의 장을 연다. 클럽, 펍, 라이브하우스 등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대기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굳이 클럽에 입장하지 않아도 거리에서 클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란콰이퐁의 열기를 <일요시사>가 직접 느껴봤다.

보통 황홀함을 ‘홍콩’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홍콩가자’는 말은 이미 대명사가 된 지 오래. 그런데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란콰이퐁’일 것이다. 홍콩에서 가장 황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란콰이퐁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는 행상인이 밀집해 있던 센트럴의 작은 구역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현재는 클럽, 펍, 레스토랑이 즐비한 아시아 최고의 유흥가로 탈바꿈했다.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존재감 만큼은 홍콩을 집어 삼킬정도다. 국내외 핫 스타들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란콰이퐁. ‘홍콩’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뜨거운 홍콩여름 밤의 진수를 맛보고자 지난 15일 란콰이퐁을 찾았다.

홍콩의 중심
젊음의 거리
 
홍콩 센트럴역 D2출구 오른쪽으로 나와 홍콩섬 중심 방향으로 길을 따라 5분쯤 걷다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 그리고 명품매장이 나온다. 여기서 표지판에 따라 란콰이퐁 방향의  언덕으로 향했다. 골목골목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젊은 남녀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맥주병을 쥔 채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사실 한국의 강남이나 홍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분위기여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란콰이퐁 초입에선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현지인의 길 안내에 따라 길게 늘어진 언덕 위 계단을 오르는 순간,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퍼지던 음악의 진원지에 가까워짐을 느꼈다.
 
아시아 최고의 쾌락지구 ‘란콰이퐁’
취한 여성들 사냥감 찾아 밤새 배회
 
언덕 위 계단을 나와 고개를 치켜들자 진정한 란콰이퐁의 모습이 펼쳐졌다. 수많은 클럽, 펍 등에서 흘러나온 클럽 음악이 한데 뒤섞여 묘한 울림이 퍼져 있었다. 빼곡한 인파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기자의 몸도 어느새 인파를 향해 강렬한 음악과 함께 언어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란콰이퐁 중심가엔 정체불명의 주사기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알록달록한 칵테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에서 주사기 칵테일을 판매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사람들은 맥주 혹은 양주를 손에 쥔 채 홍콩의 밤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들처럼 술을 구하고자 인근 편의점을 향했다. 란콰이퐁 편의점 줄은 길게 늘어져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술을 구매하기 위한 외국인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고 저마다의 언어가 울려 퍼져 계산대는 혼비백산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쉴 새 없이 계산하면서 동시에 맥주 박스를 이리저리 나르면서 빈 냉장고를 술로 가득 채웠다.

거리에 널 브러진

술병과 그녀들…
 
편의점 바로 앞에는 포옹하며 키스하는 남녀, 쪼그려 앉아 양주를 따라 마시는 사람, 양손에 맥주를 들고 온몸에 뿌리는 사람 등 다양한 취객들이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편의점 주변엔 사람들이 먹고 버린 술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심지어 사람도 굴러다녔다. 많은 이들이 취해 있기 때문에 다소 거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깨 부딪힘 등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밀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 갈등은 삽시간에 원만히 해결된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맥주병을 맞대며 “치어스!’를 외친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란콰이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란콰이퐁에선 취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걷는 게 어색할 정도로 취객이 넘친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찾은 이들은 취기를 빨리 올려 어색함을 씻고자 처음부터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길거리에 양주병이 널브러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길거리 문화는 란콰이퐁을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란콰이퐁의 진면목은 클럽에서 나온다.
 
란콰이퐁 입구부터 20분 동안 쾌락지구 구석구석을 돌아본 결과 소문대로 수많은 클럽이 밀집해 있었다. 또 간판은 ‘펍’이지만 내부는 클럽인 곳도 다수였다. 일부 펍에서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반 클럽은 한국의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클럽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얼핏 이태원과 비슷하지만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술집마다 ‘광란의 파티’
여기저기서 진한 스킨십
국적 물어보면 ‘코리안’
 
클럽주변에는 택시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불금을 보내기 위해 란콰이퐁에 도착한 클럽녀들이 하나 둘 내렸다. 밀착 원피스 차림이 대세였다. 그녀들의 매끈한 몸매는 주변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홍콩 클럽 입장료는 200홍콩달러(한화 2만6000원 선)에서 600홍콩달러(한화 8만원 선)까지 형성돼 있었다. 이 금액은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여성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한 클럽에만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클럽 ‘수질’을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다. 빈손으로 가도 밤새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장상태가 불량(?)하면 클럽 입구만 구경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남녀모두에게 해당된다. 실제로 기자는 샌들을 신고 M클럽에 갔다가 퇴짜를 먹었다. 웃돈을 제시하며 입장을 재차 요구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물 좋은 클럽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부터 체크해야 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복장이 부적합해도 예쁘다면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서양남 찾아…
혼 빼고 ‘헤벌레’
 

클럽을 배회하는 여성 중 피부가 하얀 동양여성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일 확률이 높다. 패션만으로도 충분히 구별이 가능할 정도. 열이면 아홉이 그랬다. 동양여성이 몰려 있는 곳엔 어김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서양 남성들이 득실거렸다. 한국여성들이 몰려간 H클럽을 따라가 봤다. 내부는 여느 클럽과 비슷했지만 성비는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특히나 한국인이 많았다. 반면 한국인 남성은 찾기 힘들었다. 클럽 내 남성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다.
 
클럽에는 발정 난 남녀가 넘쳤다. ‘부비부비’ 그 이상의 스킨십이 곳곳에 포착됐다. 서양남성들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아무렇지 않게 동양여성들의 가슴을 주물렀다. 다소 위험한 행동이었음에도 동양여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드카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킨십의 강도는 높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양녀는 서양남의 차지였다. 한 이탈리아인은 음흉한 눈빛으로 “한국여성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동양남성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었다. 그저 술을 마시며 음악에 집중할 뿐. 클럽에선 흔하디흔한 ‘부비부비’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간혹 동양남성이 서양여성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완패’를 맛보기 일쑤였다.
 
친구들과 마지막 일정으로 란콰이퐁 클럽을 찾은 한국인 엄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홍대 클럽에 가는 게 낫겠다”며 탄식했다. 한국에선 먹혔지만 홍콩에선 답이 없다는 것. 분명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결국 이들은 인도 여성들과 어울리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변태짓 하고
당당하게 ‘코리안’
 

인근 B클럽으로 이동해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동양녀는 여전히 서양남의 차지였다. 그런데 동양녀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특정 서양인을 독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이 감지됐다. 이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한곳을 향했다. 큰 키, 넓은 어깨, 높은 코, 하얀 피부, 금발 서양인이 주인공이었다. 이 서양인 주변에만 섹시한 여성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졌다. 자리 경쟁을 벌이면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서로의 국적을 물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대부분 ‘코리안’이었다.
 
한국남성들도 서양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 스킨십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간혹 서양녀의 불쾌한 표정을 모른 체 하고 무작정 스킨십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같은 눈치 없는 행동에 서양녀가 국적을 물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 ‘코리안’.  한국의 클럽문화가 망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홍콩(란콰이퐁)=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마카오 호텔 성매매 실태 “오빠”노크하는 리스보아 걸
 
마카오 최초의 카지노 호텔로 유명한 R호텔은 화려한 외관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마카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그런데 R호텔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마카오 미녀 ‘리스보아 걸’이다. R호텔 지하 쇼핑몰에 가면 같은 길을 계속해서 왕복하는 리스보아 걸을 만날 수 있다. 그녀들이 쇼핑몰을 배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 수요자를 찾기 위함이다.
 
R호텔 지하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바로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 리스보아 걸들은 보통 1200홍콩달러(한화 16만원 선)에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부른다.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리스보아 걸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모델 뺨치는 워킹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워킹에는 이유가 있었다. 성매매 단속 때문이었던 것. 마카오에서는 직업여성이 제자리에서 성매매 남성을 기다리면 불법이라고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리스보아 걸의 실체를 알고 있음에도 단속할 근거가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상태. 마카오 밤 문화의 중심엔 리스보아 걸이 있다.
 
회전초밥처럼 돌고 도는 쭉방걸들
객실·로비 돌며 직접 호객행위도
 
마카오 시내를 등지고 외곽으로 나가면 더 많은 호텔들을 볼 수 있다. 유명한 G호텔과 V호텔 등 수많은 호텔들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호텔수요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현재 이 두 호텔은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G호텔과 V호텔 주변을 둘러본 결과 R호텔과 비슷한 모습이 포착됐다. 야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 근처로 향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들이 달라붙었다. 두 여성이 팔을 붙잡고 한국말로 말했다.. “19살” “오빠 마사지”.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관광객도 성매매의 유혹을 받고 있었다. 그녀들은 미성년자임을 강조하면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제시했다.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가 확실했다.
 
성매매 유혹을 뿌리치고 V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한 50대 남성과 10대 여성이 팔짱을 낀 채 호텔 객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코 정상적인 커플이 아니었다. 호텔 내 카지노도 마찬가지였다. 카지노에서 게임은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서성거리는 여성들이 있었던 것. 다른 장소도 비슷했다. 호텔 전체에 성매매 여성들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마카오에선 성매매가 보란 듯이 이뤄지고 있다.  
 
V호텔 카지노 관계자는 “성매매 때문에 이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당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채한다”며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택시기사는 “황홀한 밤을 보냈냐”고 대뜸 물어보며 “마카오 여자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마카오=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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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