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한폭탄 '입법로비' 천태만상

"국회의원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뇌물을 받고 입법활동을 했다?" 검찰이 정치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시작하면서 국회가 충격에 빠졌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지는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정치권 입법로비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검찰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7·30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입법로비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숫자는 어느새 10명을 훌쩍 넘어섰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돈 받고 입법?
수상한 거래

최근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 등 야당 현역의원 12명과 전직의원 1명을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입법을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고발하고 나서면서 입법로비와 연루된 의원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우선 인천이 지역구인 박상은 의원의 경우는 인천항운노조로부터 지속적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아온 것이 밝혀져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는 4곳의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각각 300~500만원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지난 2011년 도서접경지역 항만을 운항하는 선박의 제작비용을 국가가 보태주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선박의 안전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기도록 하기도 했다. 항운노조와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사실상 입법로비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나머지 의원들의 혐의도 박 의원과 대동소이하다.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 또는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해당 의원들은 돈을 받은 전후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부 대기업 직접 법안 만들어 보내기도
쪼개기 후원금 안 걸릴 의원이 더 적어

특히 검찰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가 로비한 것이라고 지목한 법안은 당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세월호 정국을 틈타 불과 8일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법안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은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계륜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법안 처리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법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진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그런데 의원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돈을 받고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들의 가장 신성한 권한을 돈을 받고 판 셈이 된다. 

또 돈을 받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특혜법안’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 전체가 공범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반 비리의혹 수사보다 입법로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여야 할 것 없이 입법로비 수사가 정당한 입법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끼워 맞추기 수사?
정치권 ‘부글부글’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대로라면 국회의원 중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전직 국회 비서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문제라면 걸리지 않을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연말까지도 모금 한도액을 모으지 못한 의원실은 비상이 걸리는데, 그러면 보좌진들이 이른바 ‘후원금 앵벌이’에 나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리 후원금을 모금해봤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10만원까지는 전부 세액공제를 받는 데도 그렇다.

결국 이때는 그동안 받은 명함을 전부 책상 위에 꺼내놓고 평소 알고 지낸 인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임위와 연관돼 평소 의원실에 자주 들락거렸던 특정단체 인사들에게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없다.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기 때문에 부탁하기 어렵지도 않다.


당연히 의원실에서도 부탁을 좀 한다는 정도지 로비를 받는 것이라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잔뼈가 굵은 단체들은 먼저 접근해오기도 하고 의원실에서 다급할 때 먼저 찾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마 다른 의원실에서도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 과정에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원금을 받았다고 의원들이 무턱대고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통과될 법이 통과된 것 뿐”이라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해당 단체가 자신에게 후원금을 쪼개서 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것은 정상적인 입법활동이었을 뿐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법상 쪼개기 후원금을 낸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향후 후원금과 입법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일은 검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까지를 입법로비로 볼 것이냐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해석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벌어졌던 청목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목회 사건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회원들이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하는 입법을 목적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현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냈다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돈을 받은 의원들에게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경미한 처벌을 했지만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유죄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했다.

당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대단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청원경찰들은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후원제도를 활용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던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사회적 소수자인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그 법이 발의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6대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부겸 전 의원의 지적처럼 국회가 걸핏하면 입법로비 시비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성 없는 정치자금법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차떼기 불법선거자금’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를 만들고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쏟아냈다. 당시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로 개혁법안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 이때 만들어진 법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도 불린다.

오세훈법에 대해 정치권은 이렇게 소액다수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게 되면 오히려 범법이 끼어들 여지가 많고, 국회의원들을 전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10만원 이하 후원금 세액공제로)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지출하는 돈이 똑같아 바람직한 정치자금후원회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오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입법을 밀어붙였다.

‘오세훈법’
악법? 호법?

당시 정치권의 우려가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똑같아 소액다수후원이 금방 정착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선 30년은 이른 법안이었다”며 “현재 후원금 모금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인데 정말 상임위 관련 기관이나 관련 협회, 기업의 후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소액다수후원만으로 후원금 모금한도를 모두 채우는 사람은 현재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의 후원을 받는 한 누구든 입법로비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오세훈법이 사실상 모든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봉이 1억이 넘는 의원들이 돈줄이 막혀 입법로비 유혹에 시달린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세비와 정책개발비 등으로도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지만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의원들은 늘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의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인데 사무실 임대비용과 인건비, 차량 운영비, 공과금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1억원 정도는 지출된다고 한다.

사회 일각에선 로비 합법화 주장도
고비용저효율 정치제도부터 바꿔야

이외에도 국회의원이 되면 돈을 써야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되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금배지를 달고 나면 빚만 느는 사람도 많다는 하소연이다. 쪼개기 후원금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좀처럼 포기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쪼개기 후원금보다 좀 더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축의금으로 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를 해야 할 의무도 없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 때마다 아무리 못해도 수천만원의 돈이 현금다발로 쏟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돈줄이 막힌 의원들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다 보니 입법로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는 아예 필요한 법안을 만들어 의원실에 보내 입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만들어 보낸 법안의 경우는 완성도가 뛰어나 바로 발의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한다.

애매한 기준
치열한 해석 공방


가뜩이나 입법 실적이 부족한 의원들의 경우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법안이라면 발의를 못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를 모두 입법로비로 처벌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위한 법이냐,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이냐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일례로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놓고 얼마나 말이 많았나?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야당에서 반대했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입법로비를 받은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를 합법화해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로비가 합법화될 경우 힘없는 일반 사람들은 입법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의 현재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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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