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한폭탄 '입법로비' 천태만상

"국회의원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뇌물을 받고 입법활동을 했다?" 검찰이 정치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시작하면서 국회가 충격에 빠졌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지는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정치권 입법로비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검찰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7·30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입법로비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숫자는 어느새 10명을 훌쩍 넘어섰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돈 받고 입법?
수상한 거래

최근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 등 야당 현역의원 12명과 전직의원 1명을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입법을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고발하고 나서면서 입법로비와 연루된 의원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우선 인천이 지역구인 박상은 의원의 경우는 인천항운노조로부터 지속적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아온 것이 밝혀져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는 4곳의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각각 300~500만원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지난 2011년 도서접경지역 항만을 운항하는 선박의 제작비용을 국가가 보태주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선박의 안전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기도록 하기도 했다. 항운노조와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사실상 입법로비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나머지 의원들의 혐의도 박 의원과 대동소이하다.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 또는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해당 의원들은 돈을 받은 전후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부 대기업 직접 법안 만들어 보내기도
쪼개기 후원금 안 걸릴 의원이 더 적어

특히 검찰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가 로비한 것이라고 지목한 법안은 당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세월호 정국을 틈타 불과 8일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법안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은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계륜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법안 처리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법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진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그런데 의원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돈을 받고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들의 가장 신성한 권한을 돈을 받고 판 셈이 된다. 

또 돈을 받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특혜법안’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 전체가 공범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반 비리의혹 수사보다 입법로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여야 할 것 없이 입법로비 수사가 정당한 입법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끼워 맞추기 수사?
정치권 ‘부글부글’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대로라면 국회의원 중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전직 국회 비서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문제라면 걸리지 않을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연말까지도 모금 한도액을 모으지 못한 의원실은 비상이 걸리는데, 그러면 보좌진들이 이른바 ‘후원금 앵벌이’에 나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리 후원금을 모금해봤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10만원까지는 전부 세액공제를 받는 데도 그렇다.

결국 이때는 그동안 받은 명함을 전부 책상 위에 꺼내놓고 평소 알고 지낸 인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임위와 연관돼 평소 의원실에 자주 들락거렸던 특정단체 인사들에게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없다.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기 때문에 부탁하기 어렵지도 않다.


당연히 의원실에서도 부탁을 좀 한다는 정도지 로비를 받는 것이라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잔뼈가 굵은 단체들은 먼저 접근해오기도 하고 의원실에서 다급할 때 먼저 찾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마 다른 의원실에서도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 과정에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원금을 받았다고 의원들이 무턱대고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통과될 법이 통과된 것 뿐”이라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해당 단체가 자신에게 후원금을 쪼개서 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것은 정상적인 입법활동이었을 뿐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법상 쪼개기 후원금을 낸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향후 후원금과 입법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일은 검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까지를 입법로비로 볼 것이냐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해석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벌어졌던 청목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목회 사건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회원들이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하는 입법을 목적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현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냈다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돈을 받은 의원들에게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경미한 처벌을 했지만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유죄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했다.

당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대단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청원경찰들은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후원제도를 활용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던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사회적 소수자인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그 법이 발의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6대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부겸 전 의원의 지적처럼 국회가 걸핏하면 입법로비 시비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성 없는 정치자금법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차떼기 불법선거자금’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를 만들고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쏟아냈다. 당시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로 개혁법안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 이때 만들어진 법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도 불린다.

오세훈법에 대해 정치권은 이렇게 소액다수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게 되면 오히려 범법이 끼어들 여지가 많고, 국회의원들을 전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10만원 이하 후원금 세액공제로)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지출하는 돈이 똑같아 바람직한 정치자금후원회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오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입법을 밀어붙였다.

‘오세훈법’
악법? 호법?

당시 정치권의 우려가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똑같아 소액다수후원이 금방 정착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선 30년은 이른 법안이었다”며 “현재 후원금 모금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인데 정말 상임위 관련 기관이나 관련 협회, 기업의 후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소액다수후원만으로 후원금 모금한도를 모두 채우는 사람은 현재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의 후원을 받는 한 누구든 입법로비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오세훈법이 사실상 모든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봉이 1억이 넘는 의원들이 돈줄이 막혀 입법로비 유혹에 시달린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세비와 정책개발비 등으로도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지만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의원들은 늘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의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인데 사무실 임대비용과 인건비, 차량 운영비, 공과금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1억원 정도는 지출된다고 한다.

사회 일각에선 로비 합법화 주장도
고비용저효율 정치제도부터 바꿔야

이외에도 국회의원이 되면 돈을 써야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되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금배지를 달고 나면 빚만 느는 사람도 많다는 하소연이다. 쪼개기 후원금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좀처럼 포기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쪼개기 후원금보다 좀 더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축의금으로 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를 해야 할 의무도 없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 때마다 아무리 못해도 수천만원의 돈이 현금다발로 쏟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돈줄이 막힌 의원들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다 보니 입법로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는 아예 필요한 법안을 만들어 의원실에 보내 입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만들어 보낸 법안의 경우는 완성도가 뛰어나 바로 발의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한다.

애매한 기준
치열한 해석 공방


가뜩이나 입법 실적이 부족한 의원들의 경우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법안이라면 발의를 못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를 모두 입법로비로 처벌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위한 법이냐,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이냐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일례로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놓고 얼마나 말이 많았나?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야당에서 반대했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입법로비를 받은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를 합법화해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로비가 합법화될 경우 힘없는 일반 사람들은 입법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의 현재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