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리수 공무원 자살 진짜 이유

‘성희롱’ 상수도연구원서 무슨 일이…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2주년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둔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이 여성이 소속되어 있던 직장에서의 성희롱으로 힘들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인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연구원 분위기가 술렁술렁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의 말이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성희롱 관련 글이 올라온 사실이 내부에 떠돌고 사건이 벌어진 부서 책임자가 교체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은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의 수질 개선연구를 전담하는 물 전문 연구기관으로 연간 10만건 이상의 수질을 검사하는 기관이다. 이런 연구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성희롱→자살?

지난 8월 중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무원이었던 아내가 성희롱을 당했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상수도연구원 시보공무원이던 아내가 지난해 입사 초반 8월말부터 12월까지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하다가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 '공무원 성희롱 글쓴이 친동생'이라는 제목이 뒤 이어 게재됐다. 이번에는 아내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캡쳐된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두 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내 A씨는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시보공무원이었다. 남편 B씨는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방에 위치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아내에게 학원비·생활비 등의 지원을 했다. A씨는 3년 동안 연구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고 결혼 후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본 시험에 합격, 지난해 8월부터 상수도연구원에 다니게 됐다.

그런데 A씨는 입사 직후부터 심한 불면증이 생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병행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5월30일 A씨는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당시 A씨 부부는 2주년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 B씨는 우울증으로 인해 아내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례식 당일 동생으로부터 아내 우울증의 원인이 직장 내 성희롱인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동생의 글에 따르면 A씨는 직장 내 3명의 상사에게 '모텔을 가자' '(업무 중 연예인 누드 사진을 보면서) 같이 볼래? 보내줄까?' '자기는 딸 안을 때 가슴이 닿여서 좋겠다' '나랑 잘래?'등의 수치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근무했다.

결혼기념일 앞두고…스스로 목숨 끊어
우울증 때문? 알고보니 힘들었던 사연


하지만 A씨는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할 수 없었다. 입사 초기부터 문제가 발생됐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때문에 남편에게는 비밀로 하고 친한 친구와 "누나" "동생"으로 부르며 가깝게 지냈던 시동생에게만 성희롱 사실을 귀뜸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면 A씨는 친구에게 "(성희롱 때문에) 미치겠다. 말 할 수도 없고. 힘들다. 사과 이후에도 여전하다"등을 전하며 힘들어 했다.

성희롱 사건을 알고 있던 B씨 동생은 회사에 찾아가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A씨의 "힘겹게 들어간 회사이고 직장 끝까지 잘 다니고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고 싶다. 지금은 시보기간이라 문제를 만들면 안된다. 내가 해결하겠다"는 호소에 상관에게만 알릴 것을 요구했다.

버티던 A씨는 부서 담당 과장에게 성희롱에 대한 보고를 하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았다. 상수도연구원은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실시했다. 인사 이동이나 문책 등 별도 조치는 없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한다.

동법 제14조2의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인 언동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여 해당 근로자가 그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를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성희롱을 한 행위자에 대해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성희롱을 했던 사람들과 계속 마주치면서 근무해야 했다. 올해 A씨가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에는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을 겪고 그 배경을 알게 된 남편 B씨는 국민신문고, 서울시 응답소,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신문고에서는 '처음에 고용노동부로 사건이 접수 되었는데 같은 공무원 집단이라 남녀평등법에 대해 적용할 수 없고, 조사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서에서는 '성희롱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수사가 안 된다'고 말했고 서울시 감사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함께 복합적으로 결론을 내주겠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방적 주장"

여기까지가 남편 B씨와 그의 친동생의 주장이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 상수도연구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건에 연관이 있는 직원들이 고인에게 사과를 하고 연구원 측에서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청 조사과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서의 담당 과장이 교체된 것은 상수도연구원이 지난 3월 진행한 직재개편에 따른 것으로 성희롱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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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