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없는 CJ그룹 위기론 막전막후

‘수장 부재’ 재계 15위 기업이 흔들린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장님 없는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CJ그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주요계열사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하거나 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미래 비전이나 신사업 추진이 올스톱 된 상황이다.

이재현 CJ그룹에 대한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진지 6개월이 지난 8월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환자복 차림의 이 회장은 휠체어에 앉아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그룹 임원들과 함께 10여분 일찍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도 잃고
명예도 잃고

지난 1년간 이 회장은 너무나도 나약해져 있었다. 지난해 5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재벌기업에 대대적인 칼바람이 몰아쳤고 CJ그룹도 타깃이 됐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분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수감됐다. 이 회장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이후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의견에 따라 지난 22일 만료된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날 공판장에 나타난 이 회장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은 그의 상태를 대변했다. 환자복 아래로 드러난 하체 종아리는 뼈만 남아 있는 앙상함 그 자체였다. 60kg이 넘던 몸무게는 수술 후 50kg 안팎으로 줄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재판을 병행해 왔다. 이 회장은 희귀유전병(CMT)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회장 수감 사이 그룹 날개 없는 추락
미래 비전·신사업 추진 전면 올스톱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 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 이식 수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는 이 회장의 유전병을 악화시켰고 이날 재판에 참석해기 위해서도 이 회장은 면역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여 받았다. CMT병은 루게릭병의 일종으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면 무릎과 팔꿈치부터 신경과 근육이 퇴화되는 병으로 손발을 못 쓰게 돼 결국 앉은뱅이가 된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회장님 아프니
그룹도 아프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재판부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최후진술이 끝나자 이 회장의 부인 김희재 여사와 CJ그룹 임직원들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재판 종료 후에는 이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해외 비자금 조성 업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는 CJ 홍콩법인장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100억원이, 범행에 가담한 성용준 CJ제일제당 부사장, 배형찬 전 CJ재팬 대표, 하대중 전 CJ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3년 등이 구형됐다.

검찰은 "회사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해야 할 이 회장이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만큼 엄히 벌해야 한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CJ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으로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고 경제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대한민국이 없으면 CJ도 없고,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는 국내에 납부하는 세금에 있다"며 "최근 인기를 끈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고 말하며 왜구를 물리치러 나갔던 것처럼 물질보다는 건전한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던 603억원의 부외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비자금 조성 자체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적 용도로 썼을 때만 횡령죄가 된다"며 "이 사건 비자금은 모두 지원의 격려금 등 공적 용도로 사용한 만큼 이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부외자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못했다"며 "원심은 검찰 주장에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전혀 심리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포탈 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부외자금 횡령 부분은 유무죄를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액 변제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차명주식 거래를 했덤 점, 이 회장이 신장이식 수술 후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 측은 1심에서 포탈 세액을 전액 변제한데 이어 부외자금 횡령액 603억원에 대해서도 모두 변제했다. 서울형사고법은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1년 새 급격하게 악화된 이 회장의 모습은 CJ그룹의 현 상황과 투영된다. 비슷한 시기 검찰 수사를 받은 최태원의 SK그룹과 김승연의 한화그룹은 비교적 오너리스크가 덜했지만 그룹 전체가 '1인 독주 체제'로 이뤄진 CJ그룹의 사정은 달랐다. CJ그룹은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6명이 4개 상장계열사 주식을 1조60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98%를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1인 경영체제가 확고하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은 고스란히 CJ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28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목표인 3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영업이익 목표치는 1조6000억원이었으나 70%(1조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룹에 대한 투자도 줄었다. CJ그룹은 2010년(1조3200억원), 2011년(1조7000억원), 2012년(2조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특히 2012년에는 문화 사업 글로벌 진출 확대 의지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20%를 초과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금액은 계획대비 20% 줄어든 2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는 그보다 20% 더 줄어든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9% 감소했다. 상반기 실적도 전년 대비 제자리 걸음을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5635억원으로 0.1% 소폭 줄었다.

영업이익은 1857억원으로 2.1% 감소했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은 베트남과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를 추진했지만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푸드빌도 실적 악화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드 DWJDQB 구제 영향으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지난해 매출은 10.8% 향상된 9478억원을 기록했지만 124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지난 5년간 손실만 239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중 지난해 수익을 거둔 곳은 CJ엔씨티와 미국법인 뚜레쥬르 인터내셔널이 유일하다. CJ베이징베이커리는 98억원의 적자를, CJ베이커리베트남은 57억원의 적자를, CJ푸드빌USA는 55억원의 적자를 냈다.

'1인 독주체제'
마땅한 대안 없다

대대적인 브랜드 철수도 이어졌다. 씨푸드오션, 피셔스마켓 브랜드가 폐점했고 루고커리는 본사 푸드월드점을 제외하고 모든 점포를 정리 중이다. 비비고 1호점인 광화문점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식자재유통·급식기업인 CJ프레시웨이도 지난해 외식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대폭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4억98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68.1% 감소했으며 같은기간 매출액은 1조8769억원으로 0.2%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41억8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 CGV, CJ대한통운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8.1%, 6.7%, 55.1%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충청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 마련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서 계획 추진이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추진하다 협상단계에서 계획을 미룬 바 있다.

CJ CGV의 해외 극장사업 투자 역시 지연되고 있으며 CJ오쇼핑의 해외 M&A를 통한 사업 확대 계획도 거듭 연기되고 있다.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 구형
"살고 싶다" 재판부에 선처호소

CJ그룹이 야심차게 기획하고 시작한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내 골프장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2009년 인천 서해 굴업도에 골프장과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등이 포함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총 예상 투자비는 3500억원으로 CJ 측은 연간 20만명의 관광객, 56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2만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J그룹 측은 "골프장을 포기하는 대신 환경친화적인 대안시설을 도입해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핵심 수익시설인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관광단지 개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관심을 모았던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도 포기했다. 2500억원이 들어가는 건설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 내 상업시설을 아울렛 사업자에게 임대하려고 했지만 부산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불거지면서 결국 협약을 해지하고 철수한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착공 예정이던 수도원택배허브터미널 사업은 무기한 연기했다. 공사비 1500억원, 총 3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하루 130만 상자를 처리해 '수도권 하루 2배송'을 실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아직 어린 자녀
승계 시기상조

마땅한 대책도 없다. 올해 초부터 이 회장의 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필두로 '그룹경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여전히 CJ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마땅한 '포스트 이재현'도 없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그간 CJ E&M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만 이끌어온 이 부회장은 부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녀 경후씨와 장남 선호씨 등 이재현 2세가 있긴 하지만 둘 다 20대로 어린데다가 각각 2011년 2013년 그룹에 발을 들이는 등 아직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많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