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동료의원 봐주기 인사청문회 실태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팔은 안으로 굽는다?”

지난 8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당초 황우여 장관은 ‘학림사건 재판참여’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법사위원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 의혹’ ‘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이 제기돼 청문회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황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교육에 대한 경험도 전무했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장에서는 질타 대신 웃음꽃이 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유사 이래 가장 밋밋한 청문회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5선 의원에 여당 대표를 지냈다. 황 장관에 대한 인사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국회의원 출신 청문회 통과율 100%라는 공식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 출신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의원 출신 후보자들은 정말 흠 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깨끗한 후보들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의 말에서 얻을 수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유 의원은 “사실 지금 우리 후보자께서 국회에 상당한 경륜이 있으셔서 그렇지 아니면 지금 의원들이 소리 꽤나 지르면서 자료 안 냈다고 (화를 낼 텐데.) 저부터도 진짜 후보자!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지금 참 여러 가지 면에 받혀서 많이 참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의원이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된 장소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황 장관 이전에 열린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국회의원 출신 봐주기 청문회의 대표적인 사례다. 4선 의원 출신인 이주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불과 6시간 만에 통과됐다. 통상 1~2일 후에 처리되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당일 바로 채택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이 장관 역시 판사 출신으로 해양수산분야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이 장관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해수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해수부에 해수부 폐지에 찬성했던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이 장관은 당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던 상태였지만 청문회는 일사천리였다. 과연 이 장관이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일사천리로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대놓고 “동료의원이라 봐준다”
‘우리가 남이가?’ 국민기만 행위

국회의원 봐주기 인사청문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이 되어왔던 문제다. 지난해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현직 국회의원은 100%무사통과하는 ‘제 식구 봐주기’ 편파검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독립기구로 인사검증위원회 설치 등을 주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국회의원 봐주기 청문회가 사실상의 ‘내부담합’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원 출신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만들어 내면 앞으로 대통령들은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더욱 더 국회의원 출신들의 기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던 야당조차 동료 의원이 청문회장에 서면 순한 양이 되는 진짜 이유고, 여야를 초월하는 모종의 암묵적 내부 독점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봐주기 청문회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은 전문성은 떨어지는데 정치적 야망은 크다.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만들어내기가 쉽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만 한다.

현역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자주 옮겨가는 것은 국회의원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장관과 국회의원직은 겸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주민들은 보궐선거를 할 수도 없다. 이제라도 제 식구 감싸기를 막을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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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