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국회 속’ 일 안하는 국회의원 집중해부

문만 열어놓고 개점휴업 "국민 위해 일하는 거 맞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각종 민생법안들이 여야 정쟁에 가로막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금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일 안하는 국회를 집중해부해봤다.


지난 7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한민국 주요기관 11곳 중 국회가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던 국회는 신뢰도가 0.46점이나 더 떨어져 10점 만점에 2.85점을 얻는데 그쳤다.

졸속 국회
신뢰도 꼴찌

하지만 최근 국회의 행태를 보면 신뢰도를 2.85점이나 준 것도 후한 점수를 준 것이라는 평가다. 국회는 지난 5월2일 76건의 법안을 처리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당시 법안 통과도 4월 임시국회 기간 내내 정쟁만 거듭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마지막날 법안을 졸속으로 무더기 처리한 것이었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무려 3개월 동안이나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은 이유다.

각종 민생법안, 정쟁에 올 스톱
국회, 이유 있는 신뢰도 '꼴찌'


특히 여야의 정쟁 탓에 지금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분노가 치민다. 현재 국회에는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송파세모녀 방지법,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과 크루즈산업육성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법안만 통과되면 민생에 큰 도움이 될 텐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한림대학교 김인영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역설적인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긴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하여 어떠한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해도 처벌이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으로, 이것이야말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진정한 특권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입법 독재시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통계로 본 국회의 민낯은 더욱 실망스럽다. 여야는 올해 들어 매달 빠짐없이 국회를 열었다. 얼핏 보면 국회가 매우 바쁘게 일한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3월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2월 임시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회의 현황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 달간 각 상임위의 총 회의시간은 평균 7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제대로 된 법안심사가 가능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특히 한 달간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상임위도 3곳이나 됐다. 상임위에서 게으름을 피웠던 국회의원들은 본회의 출석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역시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19대 국회의원 2차연도(2013년 6월 1일~2014년 5월 31일) 의정활동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출석률은 높지만 끝까지 머물러 있는 재석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본회의 출석률은 유권자들에게 곧장 공개가 되지만 재석률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유권자들은 적다는 점을 노린 얌체 출석체크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의 출석률은 낮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전반기 국회부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원은 지난 해 4월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출석상황을 체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재석 중인 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고작 59명뿐이었다. 박 의원의 출석체크는 그동안 각종 국회일정에 저조한 출석률을 보이던 의원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었다.

국회에 난립하고 있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일 안하는 국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2년 8월에 만들어졌었던 ‘남북관계발전특위’는 5개월 동안이나 유지됐지만 특위 첫날 20분가량 회의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운영비 600만원가량을 꼬박꼬박 챙겼다. 19대 국회 들어 운영된 비상설특위는 국회쇄신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학교폭력대책특위, 지방재정특위,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위,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등 모두 8개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19대 국회 개원 초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키겠다며 원구성이 지연되자 세비를 반납하기도 하더니, 올해에는 국회가 3개월 가까이 공전되고 있지만 세비를 꼬박꼬박 타가면서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눈치”라며 “선거 때마다 혁신하겠다고 부르짖는 국회가 과연 스스로 혁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9대 국회는 지난 2013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불명예스런 진기록을 세웠다. 예산안 처리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진행된 것이다. 당시 국회는 여론의 난타를 당했으나 올해 예산안도 해를 넘겨 늑장처리하고 말았다.

법안심사는 졸속, 해외출장은 속전속결
대형사고, 이슈 멀어지면 '나 몰라라'

특히 지난 2013년도 예산처리 과정에서는 이른바 ‘쪽지 예산’이 기승을 부려 논란이 됐으며, 졸속으로 예산 심사를 마친 후에는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중남미 3국과 아프리카 3국을 방문해 해외 예산시스템을 연구하겠다며 곧바로 집단 외유를 떠나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일부 예결위원들은 외유일정을 취소하거나 중도에 귀국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피워야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적폐가 그대로 드러난 보고서도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국회 의회외교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외유성 논란을 일으켜 온 국회의원 해외출장 중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출장 일정도 느슨했다.

또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에는 보고서 제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부실한 보고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출장 중 관광 일정이 다소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올해 국회 하한기인 8월을 맞아 해외출장에 나선 의원은 30여명이나 된다. 외유논란이 끊이질 않자 일각에서는 아예 출장 심사제를 도입해 불필요한 해외출장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입법 독재시대
브레이크가 없다

박 대통령의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한 사례는 또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안전에 쏠려 있는 가운데 과거 대형사고 때마다 제출됐던 법안들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여전히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집중 될 때는 재발방지를 외쳤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매번 대형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간접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우면산 산사태 관련 법안들은 6건 중 무려 4건이 자동 폐기됐고, 2건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왜 국회를 향한 여론의 질책이 갈수록 따가워 지는지 이제는 의원들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며 “부디 국회가 ‘무능국회’ ‘빈손국회’ ‘식물국회’의 오명을 벗어던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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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