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30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무성해졌다. 야권 전체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친안 vs 비안’ ‘친노 vs 비노’ ‘강경파 vs 온건파’ 야권 빅텐트 합당설 등 시나리오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위기 때마다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해왔던 야권은 또 한번 대 지각변동을 겪게 될까? 새정치 이합집산 시나리오의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은 중요한 선거에서 패하거나 지지율이 폭락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해왔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2000년대 들어서만 당명을 8번이나 바꿨다.
새천년민주당으로 시작해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을 거쳤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지난 7·30재보선에서 치욕적인 참패를 당하자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또 한번 이합집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합집산
현재의 상황이 과거 열린우리당의 분당 직전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에 편승해 과반이 넘는 152석을 가진 초거대여당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잇따른 재보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 등을 거치면서 당내 인사들이 줄줄이 탈당해 신당을 만드는 등 부침을 겪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정치권에 떠도는 시나리오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친안(친안철수) vs 비안(비안철수), 친노(친노무현) vs 비노(비노무현), 강경파 vs 온건파, 야권 빅텐트 합당설 등이 그것이다.
우선 친안과 비안이 갈라설 것이라는 이야기는 재보선 패배 이후 새정치연합 일부에서 ‘안철수 지우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구민주계 일부에서는 당명을 민주당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결국 새정치연합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에 조금씩 힘이 실리게 됐다.
합당 직후부터 구민주계 인사들이 기득권을 전혀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가져온 일부 안철수계 인사들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이 신당 창당 작업을 다시 추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당을 깨고 나오면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오히려 ‘민주계에 뒤통수를 맞았다’ ‘토사구팽 당했다’는 동정론을 등에 업을 수도 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탄핵 위기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 아니었나? 지금 ‘안철수 지우기’를 하는 것은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안철수 지우기가 본격화 될 경우, 자칫 안 의원 세력이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 내부에서 안철수 지우기와 안철수 달래기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한지붕 다(多)가족 "이참에 확 갈라서?"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야권 빅텐트론'
친안과 비안 세력이 갈라서게 되면 이 과정에서 비노세력까지 대거 친안세력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와 비노 간 해묵은 갈등의 원인인 모바일투표 논란 등이 재현되면 양측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모바일투표를 놓고 후보 지지자 간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잡음이 일었었다.
새정치연합의 이합집산이 온건파와 강경파가 갈라서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비중 있게 회자되고 있다. 당내 온건파와 강경파는 그동안 각종 사안마다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특히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세월호특별법 합의 파기 논란과 관련해서는 온건파 일부에서 강경파와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요즘 지역구 주민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새정치연합은 매일 시위만 하느냐는 항의”라며 “투쟁정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재보선 민심이었다. 그래서 박 위원장도 독배를 마시겠다며 특별법 통과를 합의한 것 아닌가? 그런데 강경파들은 민심을 거꾸로 읽고 있다. 강경파들이 우리 당과 국민 여론 사이의 괴리를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경파들의 선거 패배 원인 분석은 정반대다. 국민들의 요구는 야성을 되찾으라는 것인데, 야당다운 치열함이 사라지고 새누리당 2중대로 전락하면서 심판을 받은 것이란 해석이다. 이처럼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정 반대의 해석을 내놓을 정도로 양측의 생각이 다르다보니 당을 운영함에 있어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
온건파와 강경파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이도저도 아닌 미지근한 정당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이다. 온건파와 강경파가 결국 갈라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지금 야권이 분열하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며 차라리 야권 빅텐트 안에 진보진영이 모두 뭉쳐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야권 빅텐트론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야권 이합집산 시나리오다.
특히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와 이석기 의원 재판 결과에 따라 통진당까지 포함하는 유일 진보정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정당들은 새정치연합과 자신들의 노선은 분명히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지난 재보선에서 야권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나 비판여론이 확인된 상황이라 통진당은 몰라도 정의당은 결국 새정치연합에 흡수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야합 넘어설까?
정의당 내부에서도 당의 간판격인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에게 새정치연합에 들어가 싸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진보정당이 차기 총선에서 단 한 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이미 확인된 것 아닌가? 아무리 노선이 달라도 원내에 진입하지 못하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싸움을 하더라도 새정치연합에 들어가 싸우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7·30재보선의 참패로 야권의 정치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