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⑧‘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

“도민 삶의 질 높여 행복도민시대 열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는 ‘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만나봤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제10회 행정고시(1971년)에 합격해 충북도청에서 공직의 첫걸음을 시작한 이후 43년간 청와대, 국무총리실, 내무부 등 중앙부처와 충북·충남·강원·부산 등 전국 4개 시·도의 행정을 두루 경험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종합행정 전문가’다.

또한 이 지사는 충주시장 4회(관선22대, 민선1·2·3기), 국회의원 재선(충주, 17·18대), 충북지사 재선(민선5·6기)을 역임하며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충북에서 보낸 ‘충북도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7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화려한 이력은 이 지사가 가진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행정·정치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하며 ‘일 잘하는 서민도지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그는 정치인들이 흔히 즐기는 골프도 배우지 못했고, 보리밥과 칼국수를 즐기는 소탈한 행정가·정치가의 표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농가소득 증가율 전국 1위, 농가부채 전국최저 달성, 도 채무 증가율 마이너스(2010~2012년 -10.1%)라는 업적을 남기며 다시 한 번 충북도민의 신임을 얻었다. 충북도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이 지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충북도지사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재선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신가요?
▲ 지난 민선5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캐치프레이즈로 생명산업과 태양광산업, 뷰티산업을 충북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민선6기는 이를 그대로 이어 나가면서 그 기반 위에 안전·복지·문화·교육 등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 행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다음 달로 다가온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개최입니다.

충북은 지난 십여년간 바이오산업 선두주자로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식약처 등 6대 보건의료국책기관 이전, 오송생명과학단지 완공, 오송제2단지 착공, 오송첨복단지 조성 등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임상·생산·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원스톱체제를 갖췄습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그간 정성껏 가꾼 열매들을 세계에 선보이고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혀 나갈 계획입니다.

- 내달 열릴 예정인 오송바이오엑스포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현재 행사 준비상황은 어떤가요?
▲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26일부터 10월12일까지 KTX오송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당초 223개 기업, 70만명의 관람객 유치가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국내외 334개 기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암젠, 스위스의 노바티스, 독일의 지멘스,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 바이오관련 글로벌기업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입니다.

엑스포 기간 동안 기업 맞춤형 산업관을 운영하는 한편 700여명의 바이어를 초청해 8회에 걸쳐 수출상담회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바이오미래관, 건강·뷰티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관도 마련했습니다.

- 오송바이오엑스포가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이번 엑스포 사업비가 약 232억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엑스포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가 238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088억원 등 총 34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엑스포를 통해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를 통한 대내외 신뢰도 제고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화장품·뷰티·유기농 등 바이오 연관 산업 육성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충북경제자유구역 조기 활성화 등 지역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지난 7월1일 68년 만에 통합청주시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합청주시가 중부권 핵심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통합시청사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청주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인구·재정 등 충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통합청주시와 비청주권의 균형발전도 큰 과제인데, 균형발전 재원을 확충하고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성장하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내달 바이오엑스포 개최…충북, 세계적 바이오메카 이미지 굳힐 것”
“영충호 시대, 충청권 중심의 국민 화합·융합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

- 이 지사께서 약속하신 공약과 도정 목표 중 ‘2020년까지 충북경제 전국 대비 4%실현’ ‘도민소득 4만불시대’ ‘투자유치 30조원 달성’ 등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 물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전국대비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충북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충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어렵지만 반드시 깨야 할 장벽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면 충북이 3.41% 수준까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한다면 4%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유치 30조원, 일자리 40만개, 연간수출 200억불 공약은 4% 충북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충북은 이미 민선5기에만 2302개 기업 2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앞으로 비전을 갖고 도전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회 권력을 새누리당이 장악했습니다. 도정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도지사나 도의원 모두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도민들께서 뽑아줬고 명령한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정당보다는 지역주민의 대변인으로서 도민의 이익과 충북 발전을 위하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표가 같은 만큼 도의회와 충분한 대화와 설득, 조율을 통해 충북발전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지사께서는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 단어를 만들어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 영남과 호남으로 양극화됐던 지방 패권구도가 영남·충청·호남의 삼극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600여년을 서울에만 머물던 국가권력이 충청권으로 이미 대이동을 시작했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5월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하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영충호 시대는 과거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오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충청권이 중심이 된 국민 화합·융합의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자리한 충청권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 수도권·영남권·호남권의 중심에서 상호 균형과 조정자 역할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지난달 25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8대 회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충청권 시·도지사 중에서는 처음인데,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감투보다는 의무를 수행하는 자리여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재정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방과 중앙정부가 어떻게 잘 조화를 이뤄 ‘윈-윈’ 하느냐가 핵심 과제인데 현재는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의무와 부담만 늘어나고 실제 권한은 이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내년도 추가부담금만 8000억원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지방비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포함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되며 충북도의 위상을 높이셨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청주시의 출범으로 충북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통합청주시는 청주시와 충북 전체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통합시 출범으로 생긴 도정 여력을 비청주권에 더 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통합의 파급효과를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공동 성장의 토대를 갖춰 나가는 데 도정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도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신수도권시대에 우리 충북이 경쟁력을 갖추고 11개 시·군 모두가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통합은 필연적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크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도정의 교육행정 분야는 교육감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김 교육감의 공약에 대한 지사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충북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일에 충북도와 교육청의 협력과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은 25년간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이고 ‘행복한 교육’을 모토로 여러 가지 좋은 공약들을 많이 제시하신 분입니다. 저의 공약 중 친환경급식, 냉골·찜통교실 추방, 중·고교 교복구입비 지원, 공공 학습준비물 지원 등 서로 유사한 공약들도 많습니다.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고교 확대 등의 공약에 대해선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도의 여러 가지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충북 교육 발전을 위해 앞으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 재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들은 잠재적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부 재선 현역 단체장들은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역 단체장의 대권도전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개개인의 소신과 생각에 따른 결정으로 존중합니다. 다만 주민들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믿고 뽑아주신 만큼 지금은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권도전도 주민들께서 선택해 주셔야 가능한 것입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권 노리는 단체장, 큰 뜻 품었다면 맡은 소임부터 최선 다해야”
“새정치 재보선 참패 전화위복 기회…국민의 편에 선 개혁 필요”

-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 야권이 예상 밖 참패를 당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정부의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을 심판하기보다 야권을 심판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7·30재보선 참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편에 선 개혁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사태들이 불행하고 안타깝지만 모든 것은 하늘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기회를 주고 채찍과 함께 더 큰 새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봅니다.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충북도민과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앞으로 4년간 우리 충북과 충청권에 더 많은 기회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 것입니다. 세종시의 정부기관 이전 완료로 신수도권 형성이 본격화될 것이고, 충청권의 위상 변화와 함께 영충호 시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6기 우리 충북은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목표로, 그간 이뤄 온 경제 1등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하고 충북경제 4% 목표도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충북도정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이시종 충북지사 프로필>

▲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 충청북도 세정과장, 강원도 영월군수
▲ 부산광역시 재무국장
▲ 충남·충북 기획관리실장
▲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 국무총리실 심의관
▲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지방자치기획단장
▲ 광선 22대, 민선 1·2·3기 충북 충주시장
▲ 17·18대 국회의원
▲ 민선 5·6기 충북도지사
▲ 시·도지사협의회 8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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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