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⑧‘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

“도민 삶의 질 높여 행복도민시대 열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는 ‘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만나봤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제10회 행정고시(1971년)에 합격해 충북도청에서 공직의 첫걸음을 시작한 이후 43년간 청와대, 국무총리실, 내무부 등 중앙부처와 충북·충남·강원·부산 등 전국 4개 시·도의 행정을 두루 경험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종합행정 전문가’다.

또한 이 지사는 충주시장 4회(관선22대, 민선1·2·3기), 국회의원 재선(충주, 17·18대), 충북지사 재선(민선5·6기)을 역임하며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충북에서 보낸 ‘충북도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7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화려한 이력은 이 지사가 가진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행정·정치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하며 ‘일 잘하는 서민도지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그는 정치인들이 흔히 즐기는 골프도 배우지 못했고, 보리밥과 칼국수를 즐기는 소탈한 행정가·정치가의 표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농가소득 증가율 전국 1위, 농가부채 전국최저 달성, 도 채무 증가율 마이너스(2010~2012년 -10.1%)라는 업적을 남기며 다시 한 번 충북도민의 신임을 얻었다. 충북도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이 지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충북도지사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재선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신가요?
▲ 지난 민선5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캐치프레이즈로 생명산업과 태양광산업, 뷰티산업을 충북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민선6기는 이를 그대로 이어 나가면서 그 기반 위에 안전·복지·문화·교육 등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 행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다음 달로 다가온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개최입니다.

충북은 지난 십여년간 바이오산업 선두주자로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식약처 등 6대 보건의료국책기관 이전, 오송생명과학단지 완공, 오송제2단지 착공, 오송첨복단지 조성 등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임상·생산·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원스톱체제를 갖췄습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그간 정성껏 가꾼 열매들을 세계에 선보이고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혀 나갈 계획입니다.

- 내달 열릴 예정인 오송바이오엑스포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현재 행사 준비상황은 어떤가요?
▲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26일부터 10월12일까지 KTX오송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당초 223개 기업, 70만명의 관람객 유치가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국내외 334개 기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암젠, 스위스의 노바티스, 독일의 지멘스,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 바이오관련 글로벌기업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입니다.

엑스포 기간 동안 기업 맞춤형 산업관을 운영하는 한편 700여명의 바이어를 초청해 8회에 걸쳐 수출상담회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바이오미래관, 건강·뷰티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관도 마련했습니다.

- 오송바이오엑스포가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이번 엑스포 사업비가 약 232억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엑스포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가 238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088억원 등 총 34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엑스포를 통해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를 통한 대내외 신뢰도 제고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화장품·뷰티·유기농 등 바이오 연관 산업 육성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충북경제자유구역 조기 활성화 등 지역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지난 7월1일 68년 만에 통합청주시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합청주시가 중부권 핵심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통합시청사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청주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인구·재정 등 충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통합청주시와 비청주권의 균형발전도 큰 과제인데, 균형발전 재원을 확충하고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성장하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내달 바이오엑스포 개최…충북, 세계적 바이오메카 이미지 굳힐 것”
“영충호 시대, 충청권 중심의 국민 화합·융합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

- 이 지사께서 약속하신 공약과 도정 목표 중 ‘2020년까지 충북경제 전국 대비 4%실현’ ‘도민소득 4만불시대’ ‘투자유치 30조원 달성’ 등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 물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전국대비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충북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충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어렵지만 반드시 깨야 할 장벽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면 충북이 3.41% 수준까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한다면 4%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유치 30조원, 일자리 40만개, 연간수출 200억불 공약은 4% 충북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충북은 이미 민선5기에만 2302개 기업 2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앞으로 비전을 갖고 도전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회 권력을 새누리당이 장악했습니다. 도정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도지사나 도의원 모두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도민들께서 뽑아줬고 명령한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정당보다는 지역주민의 대변인으로서 도민의 이익과 충북 발전을 위하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표가 같은 만큼 도의회와 충분한 대화와 설득, 조율을 통해 충북발전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지사께서는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 단어를 만들어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 영남과 호남으로 양극화됐던 지방 패권구도가 영남·충청·호남의 삼극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600여년을 서울에만 머물던 국가권력이 충청권으로 이미 대이동을 시작했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5월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하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영충호 시대는 과거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오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충청권이 중심이 된 국민 화합·융합의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자리한 충청권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 수도권·영남권·호남권의 중심에서 상호 균형과 조정자 역할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지난달 25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8대 회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충청권 시·도지사 중에서는 처음인데,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감투보다는 의무를 수행하는 자리여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재정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방과 중앙정부가 어떻게 잘 조화를 이뤄 ‘윈-윈’ 하느냐가 핵심 과제인데 현재는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의무와 부담만 늘어나고 실제 권한은 이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내년도 추가부담금만 8000억원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지방비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포함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되며 충북도의 위상을 높이셨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청주시의 출범으로 충북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통합청주시는 청주시와 충북 전체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통합시 출범으로 생긴 도정 여력을 비청주권에 더 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통합의 파급효과를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공동 성장의 토대를 갖춰 나가는 데 도정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도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신수도권시대에 우리 충북이 경쟁력을 갖추고 11개 시·군 모두가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통합은 필연적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크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도정의 교육행정 분야는 교육감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김 교육감의 공약에 대한 지사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충북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일에 충북도와 교육청의 협력과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은 25년간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이고 ‘행복한 교육’을 모토로 여러 가지 좋은 공약들을 많이 제시하신 분입니다. 저의 공약 중 친환경급식, 냉골·찜통교실 추방, 중·고교 교복구입비 지원, 공공 학습준비물 지원 등 서로 유사한 공약들도 많습니다.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고교 확대 등의 공약에 대해선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도의 여러 가지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충북 교육 발전을 위해 앞으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 재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들은 잠재적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부 재선 현역 단체장들은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역 단체장의 대권도전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개개인의 소신과 생각에 따른 결정으로 존중합니다. 다만 주민들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믿고 뽑아주신 만큼 지금은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권도전도 주민들께서 선택해 주셔야 가능한 것입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권 노리는 단체장, 큰 뜻 품었다면 맡은 소임부터 최선 다해야”
“새정치 재보선 참패 전화위복 기회…국민의 편에 선 개혁 필요”

-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 야권이 예상 밖 참패를 당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정부의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을 심판하기보다 야권을 심판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7·30재보선 참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편에 선 개혁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사태들이 불행하고 안타깝지만 모든 것은 하늘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기회를 주고 채찍과 함께 더 큰 새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봅니다.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충북도민과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앞으로 4년간 우리 충북과 충청권에 더 많은 기회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 것입니다. 세종시의 정부기관 이전 완료로 신수도권 형성이 본격화될 것이고, 충청권의 위상 변화와 함께 영충호 시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6기 우리 충북은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목표로, 그간 이뤄 온 경제 1등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하고 충북경제 4% 목표도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충북도정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이시종 충북지사 프로필>

▲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 충청북도 세정과장, 강원도 영월군수
▲ 부산광역시 재무국장
▲ 충남·충북 기획관리실장
▲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 국무총리실 심의관
▲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지방자치기획단장
▲ 광선 22대, 민선 1·2·3기 충북 충주시장
▲ 17·18대 국회의원
▲ 민선 5·6기 충북도지사
▲ 시·도지사협의회 8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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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