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⑧‘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

“도민 삶의 질 높여 행복도민시대 열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는 ‘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만나봤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제10회 행정고시(1971년)에 합격해 충북도청에서 공직의 첫걸음을 시작한 이후 43년간 청와대, 국무총리실, 내무부 등 중앙부처와 충북·충남·강원·부산 등 전국 4개 시·도의 행정을 두루 경험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종합행정 전문가’다.

또한 이 지사는 충주시장 4회(관선22대, 민선1·2·3기), 국회의원 재선(충주, 17·18대), 충북지사 재선(민선5·6기)을 역임하며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충북에서 보낸 ‘충북도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7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화려한 이력은 이 지사가 가진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행정·정치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하며 ‘일 잘하는 서민도지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그는 정치인들이 흔히 즐기는 골프도 배우지 못했고, 보리밥과 칼국수를 즐기는 소탈한 행정가·정치가의 표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농가소득 증가율 전국 1위, 농가부채 전국최저 달성, 도 채무 증가율 마이너스(2010~2012년 -10.1%)라는 업적을 남기며 다시 한 번 충북도민의 신임을 얻었다. 충북도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이 지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충북도지사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재선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신가요?
▲ 지난 민선5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캐치프레이즈로 생명산업과 태양광산업, 뷰티산업을 충북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민선6기는 이를 그대로 이어 나가면서 그 기반 위에 안전·복지·문화·교육 등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 행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다음 달로 다가온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개최입니다.

충북은 지난 십여년간 바이오산업 선두주자로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식약처 등 6대 보건의료국책기관 이전, 오송생명과학단지 완공, 오송제2단지 착공, 오송첨복단지 조성 등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임상·생산·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원스톱체제를 갖췄습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그간 정성껏 가꾼 열매들을 세계에 선보이고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혀 나갈 계획입니다.

- 내달 열릴 예정인 오송바이오엑스포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현재 행사 준비상황은 어떤가요?
▲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26일부터 10월12일까지 KTX오송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당초 223개 기업, 70만명의 관람객 유치가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국내외 334개 기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암젠, 스위스의 노바티스, 독일의 지멘스,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 바이오관련 글로벌기업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입니다.

엑스포 기간 동안 기업 맞춤형 산업관을 운영하는 한편 700여명의 바이어를 초청해 8회에 걸쳐 수출상담회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바이오미래관, 건강·뷰티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관도 마련했습니다.

- 오송바이오엑스포가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이번 엑스포 사업비가 약 232억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엑스포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가 238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088억원 등 총 34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엑스포를 통해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를 통한 대내외 신뢰도 제고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화장품·뷰티·유기농 등 바이오 연관 산업 육성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충북경제자유구역 조기 활성화 등 지역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지난 7월1일 68년 만에 통합청주시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합청주시가 중부권 핵심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통합시청사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청주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인구·재정 등 충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통합청주시와 비청주권의 균형발전도 큰 과제인데, 균형발전 재원을 확충하고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성장하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내달 바이오엑스포 개최…충북, 세계적 바이오메카 이미지 굳힐 것”
“영충호 시대, 충청권 중심의 국민 화합·융합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

- 이 지사께서 약속하신 공약과 도정 목표 중 ‘2020년까지 충북경제 전국 대비 4%실현’ ‘도민소득 4만불시대’ ‘투자유치 30조원 달성’ 등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 물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전국대비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충북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충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어렵지만 반드시 깨야 할 장벽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면 충북이 3.41% 수준까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한다면 4%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유치 30조원, 일자리 40만개, 연간수출 200억불 공약은 4% 충북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충북은 이미 민선5기에만 2302개 기업 2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앞으로 비전을 갖고 도전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회 권력을 새누리당이 장악했습니다. 도정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도지사나 도의원 모두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도민들께서 뽑아줬고 명령한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정당보다는 지역주민의 대변인으로서 도민의 이익과 충북 발전을 위하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표가 같은 만큼 도의회와 충분한 대화와 설득, 조율을 통해 충북발전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지사께서는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 단어를 만들어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 영남과 호남으로 양극화됐던 지방 패권구도가 영남·충청·호남의 삼극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600여년을 서울에만 머물던 국가권력이 충청권으로 이미 대이동을 시작했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5월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하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영충호 시대는 과거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오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충청권이 중심이 된 국민 화합·융합의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자리한 충청권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 수도권·영남권·호남권의 중심에서 상호 균형과 조정자 역할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지난달 25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8대 회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충청권 시·도지사 중에서는 처음인데,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감투보다는 의무를 수행하는 자리여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재정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방과 중앙정부가 어떻게 잘 조화를 이뤄 ‘윈-윈’ 하느냐가 핵심 과제인데 현재는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의무와 부담만 늘어나고 실제 권한은 이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내년도 추가부담금만 8000억원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지방비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포함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되며 충북도의 위상을 높이셨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청주시의 출범으로 충북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통합청주시는 청주시와 충북 전체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통합시 출범으로 생긴 도정 여력을 비청주권에 더 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통합의 파급효과를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공동 성장의 토대를 갖춰 나가는 데 도정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도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신수도권시대에 우리 충북이 경쟁력을 갖추고 11개 시·군 모두가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통합은 필연적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크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도정의 교육행정 분야는 교육감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김 교육감의 공약에 대한 지사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충북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일에 충북도와 교육청의 협력과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은 25년간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이고 ‘행복한 교육’을 모토로 여러 가지 좋은 공약들을 많이 제시하신 분입니다. 저의 공약 중 친환경급식, 냉골·찜통교실 추방, 중·고교 교복구입비 지원, 공공 학습준비물 지원 등 서로 유사한 공약들도 많습니다.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고교 확대 등의 공약에 대해선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도의 여러 가지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충북 교육 발전을 위해 앞으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 재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들은 잠재적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부 재선 현역 단체장들은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역 단체장의 대권도전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개개인의 소신과 생각에 따른 결정으로 존중합니다. 다만 주민들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믿고 뽑아주신 만큼 지금은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권도전도 주민들께서 선택해 주셔야 가능한 것입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권 노리는 단체장, 큰 뜻 품었다면 맡은 소임부터 최선 다해야”
“새정치 재보선 참패 전화위복 기회…국민의 편에 선 개혁 필요”

-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 야권이 예상 밖 참패를 당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정부의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을 심판하기보다 야권을 심판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7·30재보선 참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편에 선 개혁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사태들이 불행하고 안타깝지만 모든 것은 하늘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기회를 주고 채찍과 함께 더 큰 새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봅니다.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충북도민과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앞으로 4년간 우리 충북과 충청권에 더 많은 기회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 것입니다. 세종시의 정부기관 이전 완료로 신수도권 형성이 본격화될 것이고, 충청권의 위상 변화와 함께 영충호 시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6기 우리 충북은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목표로, 그간 이뤄 온 경제 1등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하고 충북경제 4% 목표도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충북도정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이시종 충북지사 프로필>

▲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 충청북도 세정과장, 강원도 영월군수
▲ 부산광역시 재무국장
▲ 충남·충북 기획관리실장
▲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 국무총리실 심의관
▲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지방자치기획단장
▲ 광선 22대, 민선 1·2·3기 충북 충주시장
▲ 17·18대 국회의원
▲ 민선 5·6기 충북도지사
▲ 시·도지사협의회 8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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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