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새누리 움직이는 '박사모' 실체추적

"박사모에 찍히면 사무총장도 파리 목숨"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종 선거 때마다 박사모가 새누리당 내부 경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막후실세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 때문이다. 지난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는 박사모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들끓기도 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사모)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팬클럽이다. 지난 2004년 정광용 회장이 인터넷카페로 시작한 것이 현재 온라인회원 7만여명, 오프라인회원 18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팬클럽으로 성장했다.

거대 팬클럽
경선 텃밭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박사모 회원들은 유세장 곳곳을 누비며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박사모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은 호박가족(회장 임산)이다.

호박가족이 박사모를 제치고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으로 지정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의 경선에서 패배한 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유세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선후보캠프에 합류했다.

일부 회원 여전히 부적절한 정치개입 의혹
감사 사각지대, 박사모 관리 손 놓은 친박


그러자 박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고 일부 팬클럽 회원들이 정 회장에게 맞서기 위해 만든 것이 호박가족이다. 이후 박 대통령도 호박가족을 공식 팬클럽으로 지정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박사모의 위상은 여전하다. 온라인회원 7만여명, 오프라인회원 18만여명의 거대 조직은 각종 당내 경선에서 판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도 있는 황금 텃밭이다.

박사모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망이 탄탄한 것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회원 수는 수만명에 달해도 실제 활동하지 않는 유령회원이 대다수인 여타 팬클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경선이 열릴 시기만 되면 박사모 회원들이 러브콜에 시달리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박사모의 공식적인 입장은 당내 경선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팬클럽이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다만 새누리당의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해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이 박사모의 공식입장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의 여타 팬클럽들이 새누리당 박완수 경남지사 경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에 나섰을 때도 박사모는 참여하지 않았다.

새누리 막후실세
의원보다 힘세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 규칙이 물밑에서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지난 새누리당 7·14전당대회를 전후해서는 박사모와 관련해 온갖 풍문이 무성했다. 당시 김무성 후보와 서청원 후보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전당대회에서 박사모 회원들이 대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후보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은 자신이 박사모 회원임을 내세워 개별 후보 측과 접촉하면서 마치 선거브로커처럼 행동했다는 풍문이 무성했다.

또 일부 회원은 박사모 팬클럽 카페에서 회원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게시판지기 등의 직책을 이용해 박사모 회원의 명부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있었다. 결국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부 투서가 줄을 잇자 ‘박사모의 기본정신을 망각하지 말라’는 성명까지 발표해 회원들의 자제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과거부터 일부 박사모 회원들이 각종 선거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휘둘러 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박사모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도 드물다. 당연히 경선을 앞두고 온갖 청탁과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대부분의 회원들은 순수하게 박 대통령을 좋아해서 박사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박사모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 한다는 것을 박사모 회원들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사모의 엄청난 영향력은 과거 선거과정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이었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박사모의 낙선운동 끝에 텃밭인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에게 패했다.

이 후보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친박학살 공천을 주도한 인물이라 박사모의 표적이 됐다. 선거 초반 강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박사모가 본격적인 낙선운동을 시작하자 선거 판세는 금세 뒤집어졌다. 당시 선거결과는 18대 총선 최대 이변으로 꼽히기도 했다.
 

친이계 후보와 친박계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09년 경북 경주 재선거도 박사모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박사모는 당시 선거에서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를 적극 지원해 당선시켰다.

친이계 정종복 후보는 한나라당의 정식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박사모의 조직력에 밀려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후보에게 패했다. 박사모 정 회장은 당시 정수성 후보의 선거연설원으로 등록해 직접 지원유세에 나섰고, 박사모 회원 수백 명도 선거기간 경주에 머물며 유세장 바람잡기와 전화 돌리기를 통해 정수성 후보를 지원했다.

이 같은 조직력과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웬만한 초재선 의원들보다 박사모 간부진이 훨씬 힘이 세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사모에 찍히면 현역 사무총장도 텃밭에서 날아가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 감히 누가 박사모를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박사모가 새누리당 후보 지원 외에 공식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지만 물밑에선 박사모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사모는 이처럼 힘 있는 조직이지만 공식적으로 팬클럽을 관리하는 기관은 없어 사실상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사 사각지대
이제라도 관심을

과거 정치인 팬클럽의 대명사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노혜경 전 대표는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공천비리와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가 있다. 단순 팬클럽으로 출발한 단체였음에도 규모가 커지다보니 각종 이권 관련 청탁이 들어오게 되고, 결국 일부 간부진이 비리와 연루되고 말았던 것이다.

향후 박사모 관련자들이 비리와 연루되거나 사고를 일으킨다면 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은 박 대통령의 팬클럽까지는 관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사모를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박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 등 필요할 때만 '단물' 쏙
박사모 내부서도 성찰의 목소리


박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은 박사모의 일탈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박사모가 논란을 일으킬 때면 “박사모의 모든 행위는 박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다”며 과거부터 여러 차례 선을 그어왔던 것이 고작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괜히 섣부르게 박사모 일에 개입했다가는 향후 박사모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하는 박사모를 모른 체 할 수도 없어 박 대통령과 박사모의 관계는 한 마디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움)의 관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 청탁 같은 거창한 비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실 팬클럽의 지도부는 마음만 먹는다면 관광차 대절비, 현수막 제작비, 식비 등 다양한 곳에서 착복이 가능한 구조다. 박사모는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돈이 도는 곳이다 보니 잡음이 생길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예고된 사고
막을 수 있을까?

이 같은 논란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인지 박사모는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박사모의 존폐 여부를 놓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박사모의 정 회장은 “당초 박사모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해체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했으니 박사모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박 대통령의 5년을 지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박사모 해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투표결과 박사모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존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와 관련된 사고는 결국 박 대통령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박사모를 비롯한 개인 팬클럽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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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