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대해부

'정치권 새 저승사자’ 출동에 숨죽인 정치권 '나 지금 떨고 있니?'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난해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대신해 굵직한 특수사건을 담당하게 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이하 특수부)의 칼끝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특수부가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여야 현직 의원 5명이 줄소환되며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새로운 정치권 저승사자로 떠오른 특수부를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과거 대검 중수부는 권력 핵심층과 재벌들에 대한 과감한 수사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그러나 무리한 수사·기소, 정치권 개입 의혹 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다가 지난해 4월 결국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 중수부의 역할은 중앙지검 특수부가 대신하게 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기존 특수1·2·3부에 더해 특수4부를 신설하고, 올초 법무부 검찰 중간인사를 통해 인선을 완료하며 명실상부한 '포스트 중수부' 체제를 갖췄다.

'포스트 중수부'
관피아 수사 올인

이로써 특수1·2·3·4부는 소속 검사만 25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중수부 못지않은 수사력을 발휘할 인적 토대를 갖게 됐다. 또한 필요에 따라 대검과 다른 검찰청의 최정예 인력도 언제든 데려올 수 있어 인력 면에서는 중수부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특수부의 모든 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관피아 척결을 위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피아(철도+마피아) 민관유착 비리,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입법로비 및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국가보조금 유용 혐의,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동통신설비 사업에서의 민관유착 비리 등 통피아(통신+마피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특수부가 총동원된 전방위적 관피아 수사가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특수1·2부는 여야 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7·30재보선 이후 이들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수사를 선언했다.

대검 중수부 대신하는 정치권 새 저승사자 활동 개시
정치권으로 옮겨온 관피아 수사…'위기의 검찰' 출구전략?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병언 수사' 실패 등으로 인해 검찰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로 여론의 초점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효과는 확실하다"며 “이번에는 관피아 척결이라는 명분도 있는 만큼 위기에 몰린 검찰이 국면을 전환할 절호의 기회다. 이를 검찰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여, 해운·철도 비리
야, 교육 비리 연루?

구체적으로 특수1부는 최근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 운전기사와 지인 등을 전격 체포,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 의원에 대해서도 지난 6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조 의원은 2008년 8월~2011년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뒤 2012년 4월 제19대 총선에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 국토해양·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수1부는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과 퇴직 후 국회에 입성해 철도 관련 상임위인 국회 국토해양·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며 철도 부품 납품업체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주고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의원 소환에 앞서 특수1부는 그의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와 지인들을 통해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조 의원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2부는 철피아와 함께 대표적 관피아로 지목되는 교피아(교육+마피아)에 대한 수사 도중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이하 서예종) 임직원들이 교비를 빼돌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 등에게 입법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재보선이 끝난 이후 이들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실시한 특수2부는 당사자에 대한 소환도 통보했다. 또한 전현희 전 의원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통합당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 전 의원은 신계륜·김재윤 의원과 김민성 서예종 이사장, 장모 서예종 겸임교수와 함께 '오봉회'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어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전 의원 측은 김 이사장이나 장 교수와는 안면만 있을 뿐 친분은 깊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2부는 신계륜 의원이 지난해 9월 직업학교에서 '직업'이라는 이름을 삭제할 수 있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지난 4월29일)하는 과정에서 김재윤·신학용 의원 등이 힘을 쓴 대가로 김 이사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신계륜 의원이 법안 통과 과정을 주도했지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입법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입법로비 수사와 관련해) 현재 수사대상은 야당 의원 3명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들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나서서 "조현룡·박상은 의원 등 새누리당 비리 의원들 수사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며 강하고 반발하고 있다.

당사자 강력 부인…
정치권 반응 엇갈려

이외에도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을 지난 7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의원 소환에 앞서 그의 운전기사 김모씨가 지난 6월 박 의원의 승용차 뒷자리에 있던 뭉칫돈 3000만원을 들고 인천지검에 신고하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제기했고, 주변인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현금 6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해운업체 수십 곳으로부터 쪼개기 형식의 후원금을 수수한 의혹과 특별보좌관의 임금 대납 및 비서에게 후원금을 강요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정치권 수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수사 기간에 비해 결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1부가 지난 5월말 철피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2개월 이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 최근에야 정치인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수개월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최근에야 속도를 내고 있다"며 "권력형 비리 수사는 신속성이 중요한데, 수사 개시 후 수개월이 지나 이뤄진 압수수색, 소환은 늦은 감이 있다. 특수부도 중수부와 마찬가지로 권력 핵심층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층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신속하게 범죄혐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계좌추적·압수수색·소환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수사의 ABC이지만, 특수부가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범죄혐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얘기다. 특히 관련된 의원 모두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은 무리한 수사라는 시각도 있다.

여, 조현룡·박상은 비리 혐의 소환…김무성호 새출발에 '찬물'
야, 신계륜·김재윤·신학용·전현희 줄소환 예정…'물타기' 반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새누리당은 '김무성호'가 갓 새출발을 한 시점에서 불거진 소속 의원들의 비리 의혹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사실 재보선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얘기지만, 혁신을 강조하며 '김무성 대표' 체제가 이제 막 출범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특수부 수사에 대해 '물타기' '국면전환용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새누리당의 조현룡·박상은 의원 수사에 쏠리는 국민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꺼내든 물타기용 수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국면전환용으로 정치권 사정을 기획하고 나섰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특수3·4부
통피아 수사

한편 특수3·4부는 통피아(통신+마피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수3부는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정황을 포착, 지난달 17일 진흥원을 압수수색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특수4부도 다음날인 18일 이동통신설비 사업에서의 민관유착 비리 의혹과 관련,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공용무선기지국 전문업체인 한국전파기지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상황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상당부분 실체를 확인했고, 향후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9월 정기국회와 이어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8월 중으로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정에 나선 특수부가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 위기에 빠진 검찰의 미래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